한나라당은 5·31 지방선거에서 기초, 광역단체장의 80%를 석권하는 압승을 거뒀지만 이 같은 외형적 성과가 한나라당 지지기반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나라당이 얻은 45%의 지지율은 한국 사회의 전통적 보수층이 최대로 결집한 결과로 2002년 이회창 후보가 얻었던 지지율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풀이다.
"여당에 실망했을 뿐, 여전히 국민의 성향은 '진보'로 흘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김헌태 소장은 21일 오후 한나라당 내 일부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초지일관'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는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확장된 것으로 보기는 힘들고 전통적 지지규모인 45% 선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층 또는 보수층의 결집력이 최고 수준에 달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는 44.8%. 이는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의 지지도의 총합인 45.4%, 그리고 선호하는 차기 정부 성향을 물었을 때 '보수안정 정부'라고 답한 비율 46.6% 등과 엇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김 소장은 한국 사회 보수층의 규모를 45% 안팎으로 추정했다.
김 소장은 "이는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얻었던 46.7%의 지지보다 나아진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번 선거 결과를 한국사회의 보수화와 연관짓는 일각의 해석에도 고개를 저었다.
여론이 꼽은 열린우리당 참패의 이유가 '과도한 개혁'보다는 '미흡한 개혁'이나 '정책 혼선' 쪽에 쏠려 있었다는 점, 또 스스로의 성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진보를 선호하는 편이 여전히 높았다는 점에서 국민 여론의 흐름이나 정치 성향 자체가 크게 변화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해석이다.
김 소장은 지난 5월 조사 결과 스스로를 진보로 규정한 국민이 46.9%나 되는데도 열린우리당이 선거에서 참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현 여당으로 대표되는 개혁 진보세력에 대한 실망이 큼과 동시에 진보적 사회 가치 실현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감안할 때 안정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여론"이라고 풀이했다.
"'한나라당 찍어야 할 이유'를 제시해야 집권 가능"
김 소장은 "이같은 여론의 흐름은 한나라당의 내부 당론이나 전통적 지지층과 일정한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른바 '중도층'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이 지점에서 집토끼를 붙들 것이냐, 산토끼를 잡을 것이냐를 둔 한나라당의 고민이 시작될 것"고 말했다.
요컨대, 집권전략을 구상하는 데 있어서 국민 여론흐름을 감안해 안정 속의 개혁을 추진하는 중도적 정책 노선을 수립할 것인지 아니면 전통적 정체성을 확고히 하며 국민을 설득해 나갈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발제 후 '두 가지 중 효과의 우위'를 따지는 질문에는 "한나라당은 지난 10년 간 집토끼를 놓친 적이 없는데도 대선에서 연달아 졌다. 영남과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층 지키기는 이제 한계에 달하지 않았느냐"며 전자 쪽에 무게를 실었다.
김 소장은 또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을 찍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이길 수 있었지만 대선에서는 '한나라당을 찍어야 할 이유'를 제시해야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당이 아닌 국민을 보고 나아가는 한나라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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