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소장파 그룹이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당 지도부 선출 경선에서 독자후보를 내기로 결정하고 세 규합에 나섬으로써 한 달 여 남은 당권 레이스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대리전은 막아야" 공감…단일후보는 '글쎄'
소장파 모임인 '수요모임'은 8일 초선 모임인 '초지일관', 중도를 표방한 '푸른모임'과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등 노선이 비슷한 당내 그룹 대표들과 연석회의를 갖고 전당대회 후보와 관련한 의견 수렴을 시도했다.
'수요모임'은 전날 개별 회의에서 당내 인사 중 중도 개혁 성향의 독자 후보를 내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수요모임' 만으로는 지도부 당선을 이뤄낼 만한 세를 확보하기 힘든 만큼 다른 세력들과의 연대를 모색하기 위해 이날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들은 2시간 토론 끝에 일단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들 간 조기 경쟁을 부추겨선 안 되는 만큼 대선 후보들은 엄정중립을 표방하고 측근들도 후보의 뜻을 내세워 경선에 개입하는 행위를 일체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수요모임' 대표인 박형준 의원은 "벌써 특정 대선후보를 따라 줄서기를 하려는 기류가 읽혀진다"고 우려했고, '발전연' 소속 박계동 의원은 "7월 전당대회가 대리전으로 치러질 경우 이후 당 운영은 당권을 잡은 대권 후보 진영이 상대 주자를 견제하는 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분당 등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예상할 수 있는 만큼 대권주자들의 개입만큼은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대의 효과를 담보할 전당대회 후보와 관련한 논의는 간사단 회의로 미뤘다. 연대의 취지에 동감한 57명의 의원 중 전당대회 출마를 희망하는 의원만 대여섯 명이 꼽혀, 이들 가운데 한두 후보를 추려내는 과정만 두고서도 각 모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모임'에서는 3선의 남경필 의원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고 '푸른모임'에서는 권영세, 임태희 의원이, '초지일관'에서는 진영 의원이, '발전연'에서는 심재철 의원이 당권을 겨냥하고 있다.
이에 '수요모임' 측에서는 연대를 현실화할 수 있다면 다른 모임의 후보를 측면 지원하되, 비슷한 시기로 예상되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연대의 도움을 받아 '수요모임'의 후보를 당선시키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출마 기정사실화…강재섭, 당권으로 선회할 듯
한편, 이날 연석회의에서도 경고음을 냈듯이 대권주자들의 전당대회 개입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권주자들이 유력 대권주자들의 세를 업고 출마하는 '대리전' 양상은 시간이 갈 수록 심해져 가고 있다. 당권을 잡는 진영이 대권가도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기에 대권주자로서도 당권 경쟁에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미 이명박 서울시장 측에서는 이재오 원내대표가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박근혜 대표 진영에서는 강재섭 전 원내대표가 채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대표는 대권주자로 분류돼 왔으나 최근 당권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강 전 대표가 당권 의중을 굳힘에 따라 박 대표 측근으로 당권 도전을 예고했던 김무성 전 사무총장은 대신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중진그룹에서는 이규택 최고위원이 다시 한 번 지도부 입성에 도전할 계획이고, 박희태 국회부의장도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여성 몫으로 배려된 한 자리를 두고는 전여옥, 전재희, 박순자 의원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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