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을 계기로 김포시와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김포 사랑의 집 시설수용자 살해· 성폭행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사회복지시설 민주화와 공공성 쟁취를 위한 전국연대회의, 인권단체연석회의, 장애여성공감 등 10개 단체가 연대해 만들어진 이 대책위원회는 30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사건은 보건복지부의 시설 중심 정책의 당연한 귀결"
대책위는 "이들 장애인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단지 '인면 수심'을 가진 한 명의 목사가 아니라 미신고 시설이 '기도원'이라는 이름을 달았다는 것만으로 감사를 회피해 온 김포시청과 근본적으로 장애인 복지정책을 자활 중심이 아닌 시설관리 중심으로 추진해 온 보건복지부"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 사건 직후 보도자료를 내 "그동안 미신고시설 내의 인권침해, 안전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2002년 5월부터 5년 간 미신고 시설 종합관리대책을 통해 1200여 개 시설을 578개 시설로 축소시켰다"고 홍보하면셔 "올 12월까지 489개 시설을 신고시설로 전환토록 종용하며 나머지 89개 시설은 폐쇄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양성화 대책은 이러한 인권 유린 실태를 교정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대책위의 여준민 간사는 "이 양성화 지침은 시설 운영을 하는 시설장의 입장에서 시설 관리를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 뿐 이 시설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하면서 "보건복지부도 이 점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장애인이 일방적인 관리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시설 생활은 근본적으로 인권유린의 현장이 될 수밖에 없다"며 "양성화 정책 이후에도 남아 있는 500여 개의 시설에 대해 전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시설 중심의 정책에서 자립생활 중심의 정책으로 사회복지정책의 방향 자체를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도원'이라는 명목으로 감사조차 하지 않은 김포시
김포시는 2004년 '미신고시설 실태조사 및 현장점검'을 하라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을 이행하지 않았을 뿐더러, 이후 또 2005년 5월에 지침으로 내려온 '미신고복지시설 지원 및 관리대책'에 의한 민관합동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전국에서 이 민관합동조사를 신청하지 않은 지역은 김포시뿐이다. 김포시는 이에 대해 "김포시 내의 시설들은 이미 신고시설로 전환했거나, 혹은 기도원 등 사회복지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조사할 시설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여준민 간사는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내려온 양성화 내부지침에는 '미신고 시설장이 자신의 시설에 대해 기도원 등 종교시설이라고 주장하면 시설로 전환하기 위한 기준을 상세히 안내하고 종교탄압으로 간주될 수 있으니 신고시설로 전환하라는 요구는 하지 말라'고 나와 있다"면서 "이러한 지침이 바로 '사랑의 집'과 같은 미신고 시설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준민 간사는 "김포시의 사회복지과 관계자가 두세 번 이 '사랑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누구라도 이 시설의 악취와 구조를 보면 끔찍한 인권유린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도 '기도원'이라는 이유로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은 실상 공무원으로서의 직무유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입에도 담기 힘든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랑의 집'의 참상을 증언한 이 모 씨는 장애는 없었지만 2004년부터 이 시설에서 지내 왔다고 한다. 이 씨는 "이 시설의 2층에는 사람들을 가둬두는 1평 남짓한 독방이 있었다"면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조그마한 창이 있었을 뿐이며 그 안에 가둬두면서 묶어 놓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갇힌 사람이 시끄럽게 항의하면서 안에서 난동을 피우면 들어가서 때리거나 신경안정제를 먹여 며칠이고 잠들어 있게 했다"면서 "이곳에 들어갔던 이들은 몸이 비실비실 약해져서 나온 뒤에도 밥을 잘 먹지 못했고 며칠 지나면 죽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에 따르면 목사는 장애인뿐 아니라 거리의 걸인이나 노숙인들을 데리고 오곤 했다고 한다. 대책위는 "보다 많은 후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사람 수를 늘리려 했던 것"이라며 "정 원장은 인터넷 방송에까지 나와 후원금 모금활동을 벌였고 이를 통해 착복한 돈이 4억8000만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또 시설에 있던 사람이 숨진 경우에도 사망원인 확인 등의 절차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씨는 "사람이 죽으면 장의사가 와서 바로 벽제화장터로 실어가곤 했다"면서 "의사, 경찰, 면사무소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씨에 따르면 이 시설에서 2005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장애인 서 모 씨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수준의 인권유린을 당했다고 한다. 지체장애를 앓고 있던 서 씨는 시설을 견디지 못하고 자주 도망을 쳤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도망 칠 때마다 잡혀 왔고, 또 맞기도 해 전신에 숱한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설에서는 그의 상처를 돌봐주기는커녕 넥타이로 그를 묶어 뉘어두었다고 한다. 결국 그 상처가 곪아 욕창이 생겨 엉덩이에 주먹만한 구멍이 생기기까지 했다. 시설에서는 그제서야 보건소 직원를 불러 한 차례 서 씨를 치료하게 했다. 그가 반항할 때마다 정 목사는 신경안정제를 강제로 먹였고 결국 서 씨는 과도한 약물 복용으로 인한 '심장정지'로 죽었다는 것. 대책위는 현재 경찰이 조사하고 있는 사례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사망사건이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시설에 영구차가 자주 드나들었다는, 이 시설에 수용되어 있던 이 씨나 지역주민들의 증언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사랑의 집'에 입소한 경험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낼 예정이다. |
"김포시는 성폭행 피해여성을 치매노인 시설로 보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의 민병윤 간사는 "이 '사랑의 집'에서 생활해 온 다수의 여성장애인이 성폭행을 당했지만, 사망사건에 묻혀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병윤 간사는 "정 목사에게 반항하면 폭행과 감금을 당하고 시설에서 쫓겨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피해자들이 거부하거나 반항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으며, 그동안 목사라는 권위를 내세워 종교적인 순종을 강요하며 길들여 온 시설 생활자들의 판단력은 상식선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피해자들에 대한 김포시청과 보건복지부의 대응도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성폭행 피해자들은 치매노인 시설로 보내졌다. 민병윤 간사는 "정신지체가 있는 성폭력 피해자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신과 입원조치나 관련 시설에 입소 조치했어야 함에도 치매 노인 시설로 급히 보낸 김포시의 조치는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전국에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쉼터나 보호시설이 4개밖에 없고 각 시설의 정원이 10명인데 12명에서 15명이 생활하고 있다"며 "이는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의식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자 보호시설에서 쉬게 하고 상담과 후유증 치료를 위한 정신과 치료, 직업 훈련 등을 순차적으로 실시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어떤 이가 시설 생활을 원하겠는가"
대책위는 '사랑의 집'에서 숨진 장애인들과 성폭행을 당한 여성장애인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 결과는 열흘 정도 이후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는 이 진상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 목사와 보건복지부, 김포시청을 대상으로 해당 장애인과 가족들의 소송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대책위는 이 사건이 단지 사랑의 집에만 해당되는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고 보고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유사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대책위는 다른 시설에서 일한 자원봉사자나 가족 등에 대해 유사 사례를 알려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유사사례신고: 사회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사무국, 전화 02-777-0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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