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임기를 채우고 29일 퇴임하는 김원기 국회의장이 "요즘 우리 사회에서 정치의 본질보다 외양이 중시되고 정치에 몸 담았던 사람은 백안시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최근 정치의 트렌드로 받아들여지는 '이미지 정치'를 맹성토했다.
김 의장은 사실상 퇴임사에 가까운 이날 '국회 개원 제58주년 기념사'를 통해 "정치적 경륜과 경험이 자산이 아니라 제척 사유가 되는 이 같은 극단적이고도 병적인 현상이 횡행하는 데 대해 정치권의 뼈저린 반성과 책임 있는 각성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념사는 해외순방 중 발목 부상을 당한 김 의장을 대신해 김덕규 부의장이 대독했다.
김 의장은 '이미지 정치'의 뿌리에 대해서는 "극단적 정치 불신에서 온 자업자득의 측면이 적지 않다"고 풀이했다. "기성정치는 국민들로부터 레드카드를 받기 직전"이라고 진단한 김 의장은 "정신 차려서 겉포장 정치의 재앙을 막아내고 정치를 살려내야 할 절박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성숙한 의회민주주의를 만들어가기 위한 해법으로는 "대통령 권력 지상주의에서 해방될 것"을 당부했다.
김 의장은 "대통령 권력만을 지상으로 쳐다 보니 이를 쟁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면 국회에서 어떤 언사와 작태를 해도 괜찮고 상대에게 어떤 흠집을 내도 상관없다는 반 민주주의적 사고방식이 팽배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순을 바라보는 국회는 이제 대통령 권력만이 전부라는 고정관념에서 스스로 벗어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과거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할 때에는 대통령 권력만이 가장 중요했을지 모르지만 국회가 독립성과 자율성, 위상과 권능을 회복해서 정치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마당에 국회가 대통령권력보다 중요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대통령 권력 절대주의에서 해방되고 자신의 가치를 높일 줄 알아야 한다"며 국회의 '제 역할'을 누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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