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회는 지난 22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연대(장추련)에 "전원위원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일반법으로 하고 개별법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는 논의결과를 전달했다. 또 "독립적인 장애인 차별 시정기구가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앞으로 논의를 계속하자"고 밝혔다.
"차별금지법이 장애인 차별을 포괄할 수 없음을 인정"
장추련은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의 이같은 결정을 알리면서 지난 3월 28일부터 60일 간 국가인권위원회 13층에서 진행해 온 점거농성을 마감한다고 밝혔다.
장추련은 "인권위가 차별금지법과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동시에 제정될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결정을 농성 60일에 이르는 시점에서야 내리는 것은 장애인 차별에 대한 인권위의 감수성 부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간 장추련은 60일 간 농성을 진행하면서 인권위에 △차별금지법 제정과 아울러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함을 인정하라 △차별시정기구에 대한 논의는 장추련과 인권위가 지속적인 토론을 하자 △ 차별금지법 논의 과정에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장차법 제정운동을 존중하고 지지하라고 요구했다.
장추련은 "인권위가 장추련의 요구사항을 전부 수용했다"면서 "인권위원회의 결정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생애주기에 따라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는 모든 장애인차별을 차별금지법이 포괄할 수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가 장애인차별 감수성의 한계 드러내"
임종혁 장추련 상임집행공동위원장은 "이번 농성을 통해 인권위가 강한 권위주의와 관료주의에 빠져 있음을 실감했다"며 "인권위원장이 초기에 우리의 상식적인 요구를 수용했다면 그동안의 고단한 투쟁은 없어도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종혁 위원장은 "그동안 차별시정기구 일원화 문제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사회적으로나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게 한 책임에 대해 인권위는 자성해야 한다"며 "앞으로 인권위가 약속을 지키는지, 어떤 방식으로 약속을 실천하는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권위의 결정은 절반의 승리일 뿐"이라며 앞으로 청와대와 국회를 상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작년 9월 국회에 상정되어 올 4월 임시국회 때 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했으나 인권위가 제출할 차별금지법과 차별시정기구 일원화 문제와 결부되어 논의가 유보된 상태다.
임종혁 위원장은 "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는 국회의원은 물론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도 포함해 이들을 상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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