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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시아 역사에 관심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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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시아 역사에 관심이 있는가?"

서길수 교수의 '알타이 답사기' 〈61〉

뚜엑따 마을의 이러한 꾸르간에 대해 20세기 초 이곳을 여행한 쉬스코프는 "추야도로 부근 뚜엑따 마을을 넘어가면, 현지어로 '부그르'라 불리는 고대 무덤과 돌로 둘러싸이고 풀이 자라는 둥글고 낮은 구덩이가 있다. 몽골 경계선까지 계속 나타나는 이런 유적은 옛날 다른 거주자들이 살다 갔던 흔적으로 보인다"고 썼다. 아울러 쉬스코프는 이곳 알타이인에게서 들은 전설도 기록했는데 아주 드라마틱하다.

"(…) 그런 구덩이들이 많다. 하나인 경우도 있고 2~3개가 함께 붙어 있는 것도 있으며, 어떤 곳은 아주 많이 모여 있기도 하다. 그 구덩이는 예전에 살던 주민(알타이 추디)의 집이라고 한다. 많은 돌무지에 비석이 서 있는 것은 그들의 무덤이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 추디 민족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하얀 나무, 즉 하얀 자작나무가 자랐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이 나무와 함께 하얀 왕(白王)이 태어나 그들을 정복하여 죽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사람들은 스스로 너무 놀라서 하얀 왕이 그들을 죽이기 전에 먼저 자살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주거지 위에 사다리를 놓고 나무로 엮은 뒤 그 위에 돌을 쌓았다고 한다. 그리고 모여서 주술의식을 갖고 각각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나무 기둥을 잘라 넘어뜨렸다. 그 위에 쌓여 있던 돌이 사람들에게 무너져 내리면서 그들은 모두 죽었다. 이 전설은 노인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대형 돌무지 가운데는 파져 있고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대형 꾸르간을 보고 만들어진 전설인 것이다. 빠지릭은 2500년 전 번영했던 문화이고, 아마 이 전설을 만들어낸 후예들은 그 보다 훨씬 뒤 적어도 뚜르크 이후의 후예들이 만들어낸 전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뚜엑따에서 우스트-칸까지

뚜엑따에서 3㎞를 가면 큰 삼거리(950m, N50°51'330", E85°50'662")가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우리가 오늘 목적지로 하고 있는 우스트-칸(Ust-Kan)이다. 표지판에 나온 거리를 보면 우스트-칸까지는 95㎞가 남았다.

오후 5시, 우리는 딸다(Talda, 980m, N50°50'552", E85°46'456")라는 조그마한 마을 앞에 차를 세우고 대형 꾸르간을 촬영했다. 바로 딸다강이 우르술강으로 흘러드는 합수머리 들판인데 언뜻 보아도 10기 남짓한 꾸르간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가운데 바로 가까운 곳에 있는 대형 꾸르간은 정말 작은 산만큼 크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꾸르간들이 대부분이다. 한국과 함께 발굴할 의사가 있다."
▲ 딸다(쉬바)의 빠지릭 대형 꾸르간. ⓒ서길수

꾸바레프 박사가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다. 까라꼴에서는 까라꼴문화의 꾸르간을 발굴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내년에 다시 와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지나친다. 만일 재정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언젠가 빠지릭문화나 까라꼴문화의 꾸르간을 한 번 발굴해 봤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나라에 참 많은 고고학자들이 있는데 국제적인 발굴에 참여하는 팀은 극히 적은 것으로 안다. 아시아사 전체에서 우리의 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시베리아를 비롯해 유목지역에 대한 발굴도 꼭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딸다를 떠나 작은 산기슭을 돌아서니 바로 쉬바(Shiba)라는 마을이 나온다. 딸다보다 더 큰 마을이기 때문에 기록에 보면 모두 딸다의 꾸르간을 쉬바의 꾸르간으로 기록하고 있다.

삼거리에서 15㎞를 더 가면, 뗀가(Tenga)강이 우르술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곳에 뗀가라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여기서 강 상류로 올라가면 유명한 까라꼴문화 꾸르간이 발굴되었던 오제르노예가 있다. 우르술 강 주변에는 지류마다 곳곳에 유적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고대 이 지역은 상당히 사람들이 많이 모여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목장이 많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목축을 하기에 알맞은 지역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자료에 보면 까라-꼬븨(Kara-Koby)와 까라-봄(Kara-Bom)에 바위그림 유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뗀가에서 옐로(Elo)까지 11㎞인데 그 주위에 이런 유적들이 있는 것이다. 까라-꼬븨는 까라-봄 가는 도중 이정표에 20~21km라고 되어 있는 넓은 평원에 자리 잡고 있는데 '까라'는 '까맣다'는 뜻이고 '꼬븨'는 '무덤'이란 뜻이니 '까라-꼬븨'는 '까만 무덤'이 되는 것이다. 이 지역에도 꾸르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마을이름이다.

나는 답사나 여행을 할 때 현지 사람들에게 마을이나 지역 이름이 갖는 뜻을 꼭 물어본다. 그런 이름에는 어떤 역사적 사실이 담긴 뜻이 많기 때문이다. 까라-봄은 옐로(1078m, N50°46'664", E85°33'532")에서 남쪽으로 까얄릑(Kayalyk) 가는 길가에 있는데 까라-봄이란 이름에서 이미 길이 강가 절벽이 있는 곳을 지나고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까라-봄은 옐로에서 7㎞ 가면 있다고 해서 바위그림을 보고가자고 했더니 꾸바레프 박사가 "바위 1개에 그림이 있어 별로 볼 것이 없다."며 그냥 지나가자고 했다. 옐로를 지나며 34km 표지판 못 미치는 지점 오른쪽에 대형 빠지릭 꾸르간들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 지역에 상당히 많은 유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정표 26~51㎞는 비포장도로지만 시속 80km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도로 상황이 좋다. 우리 차는 쎄민스키이 산맥을 넘어가기 위해 천천히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 산맥을 넘어가기 전에 우리는 먼저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 있다. 목을 축이기 위해 알타이말로 '아르잔'이라는 부르는 샘에 들리는 일이다. 이곳 아르잔(1176m, N50 47.423 E85 24.310)은 이 길을 지날 때면 꾸바레프 박사가 반드시 차를 세워 시원한 물을 마시고 아울러 큰 통에 앞으로 먹을 물을 저장하는 아주 중요한 식수원이다. 꾸바레프 박사는 며칠씩 먹을 물을 반드시 큰 통에 떠가지고 다니는데 알타이 전역에 있는 좋은 아르잔을 모두 꿰고 있다. 이 주변을 다닐 때는 이 아르잔을 최고로 친다. 바로 길가에 있어 차가 지나갈 때 먼지가 심하게 일기는 하지만 버드나무로 덮인 이곳 샘물은 정말 맑고 시원하다.
▲ 나그네 목을 축여주는 아르잔(좌), 맑은 샘물이 흐르는 곳에 던진 동전(우). ⓒ서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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