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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각이 3000년 전 것보다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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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각이 3000년 전 것보다 못해요"

서길수 교수의 '알타이 답사기' 〈60〉

까라꼴을 출발한 것은 오후 4시가 지나서다. 까라꼴에서 5㎞만 가면 뚜엑따라는 조그마한 마을이 나온다. 이곳에 잠깐 차를 멈추고 유적을 둘러보았는데 무려 100기가 넘는 꾸르간이 분포하고 있다(908m, N50 50.232 E85 53.670). 이곳 뚜엑따 6호와 8-2호 꾸르간에서 빠지릭 시대의 머리뼈가 나와 고대 알타이 사람을 연구하는 데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아울러 청동버클, 철제 말갖춤, 단검, 가죽세공품 같은 많은 유물이 나왔는데 출토품은 역시 에르미타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했다.

출토된 유물 가운데 1호 무덤에서 나무로 만든 말갖춤은 예술적으로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의 굴레 장식은 말갖춤의 하나로 말 이마에 돌아가는 굴레에 붙은 둥근 장식(지름 12.7㎝)이다. 돋을새김으로 새긴 독수리 꼴 그리핀 2마리는 날카로운 부리, 들짐승의 귀, 타오르는 불길 같은 이마의 벼슬, 사슴뿔 꼴을 한 갈기 같은 환상의 새인데 두 마리가 가운데 큰 여의주를 함께 받들고 있다. 이 말갖춤은 수준 높은 질과 완벽한 구성으로 고대 알타이 미술에서 가장 뛰어난 조각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는 탐사 도중 뜐구르의 숙소 문에서 같은 무늬의 조각품을 보았는데 현대의 조각이 3000년 전의 조각에 비해 수준이 아주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좌)3000년 전의 무덤에서 출토된 굴레(이마) 장식. (우)현대의 뜐구르 숙소의 문에 조각되어 있는 그리핀. ⓒ서길수

당시 말은 생활필수품일 뿐 아니라 부를 표시하고 과시하는 중요한 사치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말갖춤에 장식한 여러 가지 나무 조각품이 그것을 전해 주는데 뚜엑따 1호 꾸르간에서 나온 다른 작품을 을 더 보기로 하자(여기 나온 사진은 모두 『스키타이황금』에서 따온 것임).

그리핀은 짐승과 새를 합해 만들었는데, 과장된 부리와 갈기를 가진 모습으로 아주 무게 있고 안정된 꼴을 하고 있다. 머리에는 원래 가죽으로 된 귀가 달려 있었다고 한다. 독수리도 전체적으로 새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부리는 심하게 과장되어 있어 그리핀과 같은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늑대는 돋을새김으로 조각한 것인데 뒷면은 평평하다. 높은 이마, 물방울 같은 눈, 좁은 주둥이, 긴 코, 이파리처럼 생긴 귀는 고대 알타이에서 늑대를 그리는 특징이다. 늑대의 입에 연꽃과 나뭇잎이 달려 있는데 이것도 짐승과 꽃을 한데 합치는 알타이 미술의 독특한 뛰어난 특징이다.

마지막 사자머리는 뺨을 감싸는 굴레의 한 부분인데, 나무 조각과 청동 조각이 번갈아 달려 있다. 청동조각은 인동덩굴 이파리 3개를 아주 단순하면서도 조화롭게 배치한 것이다. 나무로 한 조각은 이파리 꼴을 한 귀, 이빨을 내놓고 크게 벌린 입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사자의 머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사자의 몸통은 두 마리의 그리핀 머리를 서로 반대쪽으로 향하게 했는데 그리핀의 과장된 부리를 절묘하게 인동덩굴 이파리처럼 만들어 청동제 무늬와 같은 꼴을 만들었다. 알타이 유목민들의 장식품에는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서 만든 경우가 많다. 이 사자조각에는 나무와 청동을 썼는데, 그 밖에도 가죽, 펠트, 금박 같은 것도 많이 썼다.
▲ (위왼쪽)그리핀 (위가운데)독수리 (오른쪽)늑대 (아래)사자머리 장식 ⓒ서길수

머리에 몸 크기만큼 긴 뿔이 달린 호랑이 장식품은 말안장 덮개에 달린 것이다. 뚜엑따 2호에서 나온 사슴의 뿔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사슴보다 더 과장하여 나사꼴 무늬에 가깝게 조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호랑이 머리에 큰 사슴뿔을 단 꼴은 다른 데서는 보기 힘든 알타이만의 독창적인 장식이다. 입안이나 몸통도 사슴뿔에서 따온 나사꼴 무늬로 표현했는데 단순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잘 어울리는 품이 인상적이다.
▲ (좌)호랑이(뚜엑따 1호) (우)A. 사슴(뚜엑따 2호) B. 호랑이(뚜엑따 1호)(『Frozen Tombs of Siberia』) ⓒ서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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