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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꼴 벽화와 고구려 벽화의 유사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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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꼴 벽화와 고구려 벽화의 유사점을 찾아서

서길수 교수의 '알타이 답사기' 〈59〉

2003년 알타이를 탐사하고 난 뒤 같은 해 가을에 서울에서 열린 '고구려 국제학술대회'에 꾸바레프 교수를 초청했다. 당시 학술대회의 주제가 '고구려 고분 벽화'였기 때문에 고분 벽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까라꼴의 고분벽화를 소개하는 것은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구려 벽화에 대해 자료가 없는 꾸바레프 교수는 처음 많이 망설였으나 내가 "최초의 벽화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강력한 요청에 따라 한국에서 처음으로 까라꼴의 고분 벽화가 소개되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단군조선 초기의 무덤에서 이처럼 찬란한 벽화가 나왔다고 상상해보자, 그건 정말 온 나라가 떠들썩할 것이고 세계가 놀랄 소식일 것이다. 그런데 벽화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까라꼴 벽화를 학술대회에서 소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꾸바레프 교수는 주로 까라꼴의 벽화를 소개하는 데 치중했지만 몇 가지 고구려 벽화와의 유사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두 문화가 모두 태양신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이다.

까라꼴 벽화에 보면 머리에서 햇살을 내뿜는 꼴을 한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크기와 몇 가지 다른 특징이 있지만 대부분 둥근 머리에 사방으로 빛을 내뿜는 꼴을 하고 있다. 도대체 이런 특이한 모습을 한 사람의 모습은 무엇을 나타내려고 하는 것일까? 앞에서 꾸바레프 교수의 주장대로 탈을 쓴 것이라 해도, 그렇다면 사람이 왜 이런 탈을 썼을까? 의문이 꼬리를 문다. 까라꼴의 무덤 벽화는 다른 곳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지만 같은 시기의 바위그림에도 이와 비슷한 햇살 머리 꼴이 많이 나타난다. 그리고 바위그림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것을 해신(太陽神)이라고 한다.

꾸바레프 박사는 이러한 해신에 대한 그림이 고구려 벽화에도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구려 벽화 여러 군데서 해, 달, 별을 모티브로 해서 벽화를 그렸다. 바로 이런 것들은 해신, 달신, 별신을 나타내는 것으로 2000년이 넘는 시대적 차이는 있지만 해를 신격화하는 관념은 같았다는 것이다.

까라꼴 벽화에 나타난 다른 인물에는 새의 깃털이 표현된 것도 있고, 손에 새의 깃털을 잡고 밑으로 늘어뜨린 것도 있다. 깃털은 몸통에서 다리 쪽으로 향하고 발에도 새의 발톱이 표현되었다. 꾸바레프 교수는 고구려 벽화에서도 새 의식과 관련된 모티브들을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구려의 왕에 대한 설화를 보아도 중요한 사건이 일어날 때에는 왕의 궁정 앞에 환상적인 모습의 새가 나타난다. 사냥이나 제물을 바치러 가는 귀족의 머리에는 새의 깃털로 만든 모자를 썼다. 고구려의 '사신무덤'에는 무덤의 주인공과 그의 부인 모습에 날개가 달려 있다. 새의 모습으로 표현한 인물상은 까라꼴 문화에서도 보인다. 아마 날개를 표현하는 것은 무덤의 주인공이 태양 및 하늘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고구려 다섯무덤 4호 벽화 '해신 달신' ⓒ서길수

한편 까라꼴문화 가운데 하나인 베쉬-오젝 유적에는 선으로 그린 늑대나 개와 비슷한 맹수 그림이 나타난다. 이러한 맹수들은 모두 딱 벌어진 어깨, 좁은 몸통, 벌어진 입, 지나칠 정도로 가는 발은 밑으로 늘어진 톱니처럼 생긴 특징이 있으며, 위에서 본 해를 나타내는 빗살이 그려져 있고, 주위에는 별을 상징하는 둥근 홈들이 새겨져 있다. 이러한 맹수들의 전반적인 특징은 무엇인가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나타내는데 이것은 고대 시베리아의 신화에 흔히 등장하는 천상세계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베리아 신화에는 늑대나 개 같은 동물이 광명의 신인 해와 별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가 있다. 꾸바레프 교수는 이런 모티브가 고구려의 벽화에서도 나타난다고 주장하였는데 바로 "노루, 날개 달린 물고기, 양의 머리에 새의 몸통을 가진 동물, 사람머리를 한 새, 용의 꼬리가 달린 사람" 같은 그림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이런 상상의 동물들은 모두 자연환경을 인격화해서 표현한 것으로 무덤 속 주인공을 저승으로 안전하게 인도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꾸바레프 교수는 까라꼴 벽화와 고구려 벽화의 연계성 문제에 대해서 꽤 많이 고민한 것 같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여러 시대의 문화에 나타나는 무덤 양식, 세계관, 그리고 신화에 나타나는 공통성은 그 시대의 특징일 뿐 아니라 BC 3000~2000년 아시아에 발생했던 주민의 이동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에서는 고구려 이전 까라꼴문화와 비슷한 유적이 발견된 바가 없다. 하지만 중앙아시아와 한국 사이에는 좀 더 이른 시기에 교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고구려인과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족의 교류는 춤무덤(舞踊塚), 개마무덤(鎧馬塚), 쌍기둥무덤(雙楹塚) 같은 여러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발견된 말 탄 사람의 흔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구려 벽화에 나온 사냥하는 그림이나 전쟁하는 그림은 알타이와 몽골의 뚜르크인들이 남긴 바위그림과 비슷한 점이 많다. 당시에 한국은 중앙아시아의 여러 민족과 직접적인 문화교류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중앙아시아와 고구려의 교류를 증명하기 위해 든 뚜르크 문화는 고구려 후기에 속하기 때문에 거꾸로 고구려 문화가 뚜르크(당시 돌궐)로 들어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구려 이전 시기 중앙아시아와 교류한 증거로는 적절한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꾸바레프 교수가 몇 가지 닮은 점을 찾아낸 것은 성과라고 보아야 한다. 이제는 반대로 우리가 고구려 벽화보다 2000년 이상 먼저 나타난 까라꼴의 성격과 고구려 벽화의 원천을 찾는 연구를 시작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꾸바레프 교수의 발표는 바로 그런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것이다.
▲ (좌)까라꼴 벽화에 나타난 햇살 머리를 한 사람들 (우)바위그림에 나타난 햇살 머리를 한 사람들(Ktashbayeva 등, 『중앙아시아 비쉬켁의 바위그림』, 2001) ⓒ서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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