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말실수가 또 말썽이다.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유세 도중 오 후보가 "박근혜 대표님 고맙습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마침 유세를 지켜보던 민주노동당원의 카메라에 포착돼 뒤늦게 알려진 것.
민노당원 석 모씨가 24일 새벽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10초 가량의 동영상에는 연단에 선 오 후보가 "박근혜 대표님의 쾌유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 구호 한 번 외치죠"라고 제안한 다음, "박근혜 대표님 고맙습니다"라고 선창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석 씨는 "얼마나 고마웠으면 저런 자리에서 고맙다고 구호를 외칠까?"라고 촌평했다.
그러나 오세훈 후보 측 대변인을 맡고 있는 나경원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얘기로는 오 후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며 잡아뗐다. 그는 "그 자리에서 '박근혜 대표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는 게 가능한 얘기냐. 그렇게 말했다면 제 정신이냐.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지지율을 의미해 그런 말을 했다면) 그게 인간이 할 말이냐"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오 후보 발언이 석 씨의 동영상을 통해 확인되자 말이 바뀌었다. 나 대변은 25일 오 후보의 말은 "대표께서 크게 당할 뻔 했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심하게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고 고맙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나 대변인은 또한 '그게 인간이 할 말이냐'고 했던 자신의 최초 발언에 대해서도 "후보가 지지율이 올라서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면 그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압승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 고맙긴 하겠지만, 부적절"
오 후보 측의 석연치 않은 해명과는 별개로 오 후보의 이번 발언에 대해선 한나라당 당직자들마저도 혀를 찼다. 가뜩이나 "돈이 많든 적든 괴로우면 서민", "11평은 너무 좁아서 대각선으로 누워 자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출마 이후 여러 차례 입방아에 오른 오 후보가 당 대표의 불행 앞에 경거망동 했다는 것이다.
다른 당들도 맹공을 퍼부었다.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은 "오 후보의 발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박 대표 사건으로 덕을 본 사람들은 한나라당"이라며 "조심조심 한다면서도 시장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주체하기가 어려운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서 부대변인은 "'상식적으로 그게 인간이 할 말이냐'고 했다는 나경원 대변인, '아픈 사람 약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말도 안 된다'고 했다는 정택진 부대변인의 최초 반응이 딱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쳐줘서 고맙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진짜 인간이길 포기한 것이고 압승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 돼서 고맙다는 뜻이라면 아주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이같이 비난했다.
민주당 박주선 서울시장 후보 측의 장전형 대변인도 "오 후보의 발언은 상가집에 축전 보내고 결혼식에 조화 보내는 식의 일로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당 대표의 쾌유를 빌어야 할 마당에 고맙다고 외친 데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오 후보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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