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임창렬 끌어와 승세 굳히기?
여론조사상 김 후보가 열린우리당 진대제 후보를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앞서고 있는 현 판세에서 임 전 지사의 영입은 '승세 굳히기용'으로 보인다. 같은 당인 손학규 현 지사의 지원에 이어 국민회의 소속이었던 임 전 지사의 지지까지 이끌어냄으로써 지지세 확장에 성공한 것이다.
임 전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를 지지하게 된 경위에 대해 "정치경제에 대한 내 철학에 대해 생각해 봤더니 개혁적 보수에 가까웠고 이는 김 후보의 정책노선과 비슷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진 후보 캠프에서도 임 전 지사 영입에 공을 들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과연 임 전 지사의 김 후보 지원에 정책적 고려만이 작용했을까 하는 데에는 의문이 남는다. 그간 임 전 지사의 정치 행보를 살펴보자면 그 의문은 더욱 강해진다.
김영삼 정권 하에서 통상산업부 장관을 거쳐 외환위기 이후 마지막 경제부총리를 지냈던 임 전 지사는 98년 국민회의 후보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99년 임 전 지사가 경기은행 퇴출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면서 민주당은 그를 제명하기도 했지만, 2002년 3월 '경기도정 상의 업적'을 명분으로 민주당 재 입당을 승인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재선을 위해 당내 경선에 출마하려던 임 전 지사는 진념 전 부총리의 수월한 출마를 위해 이를 만류하는 당과 마찰을 빚었고 갈등 끝에 불출마 선언을 하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미 두 번 탈당과 입당을 반복한 임 전 지사는 2003년 11월 총선 출마를 위해 민주당에 다시 영입돼 세 번째 입당 원서를 쓰게 된다. 2004년 4월 경기 오산·화성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임 전 지사는 낙선했고, 올해 초만 해도 국민중심당과 민주당이 선거 공조를 할 경우 경기지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돌연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임 전 지사 역시 자신의 정치 역정을 의식한 탓인지 김 후보를 지지하긴 했지만 한나라당에 입당하지는 않았다. 임 전 지사는 "몇 해 전부터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으나 탈당 처리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지난달에 내용 증명으로 탈당계를 보냈다"며 "현재는 정당의 적을 갖고 있지 않고 당적과 상관없이 김 후보를 그냥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 "몇 년 전에 탈당계? 작년에도 사면 건의해 줬는데"
석연찮은 구석은 당장 상대 진영의 공격 포인트가 됐다. 진 후보 캠프의 양기대 대변인은 "김 후보의 임 전 지사 영입은 선거만을 염두에 둔 정치적 야합이자 청산돼야 할 권력 추구형 구태정치"라고 맹비난했다.
양 대변인은 "여당에 정치적 거래를 요구했다가 갑자기 정체성이 다른 당의 후보를 지지한 임 전 지사도 선거 때면 으레 나타나는 '변절의 정치', '철새의 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며 "김 후보와 임 전 지사가 '정치적 야합'의 대가로 어떤 정치적 거래를 했는지를 경기도민들에게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도 슬그머니 등을 돌려버린 임 전 지사에게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몇 년 전부터 탈당계를 제출했다'는 임 전 지사의 주장에 대해 "작년 8.15 사면 때 우리가 임 전 지사의 사면을 건의했는데 탈당하겠다는 사람을 왜 사면해 주려 애썼겠냐"며 "임 전 지사는 올해 초까지 민주당의 경기지사 후보로 거론되던 분"이라고 반박했다.
이 당직자는 "민주당의 기록상 임 전 지사의 탈당계 제출일은 지난 5월 4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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