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배우기 위한 조기유학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업료가 100만원 가까운 영어유치원이 있는가 하면 초등학교 1,2학년의 74%가 영어과외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교육현실 속에서 우리말은 뒷전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말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주위를 끌기 어려운데요, 최근, 관청의 공문서부터 쉬운 우리말로 바꾸고, 재미있는 국어교육법을 개발해 우리말 바로 쓰기를 생활화하자고 주장하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국립국어원 이상규 원장인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국립국어원 이상규 원장을 초대해 현재, 우리말 사용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들어보겠습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국립국어원 이상규 원장입니다. 이상규 원장은 1953년 경북영천출신으로 경북대학교에서 국어학을 전공했고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일본 동경대학원에서 1년 간 객원교수를 지냈고,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3년 간 연구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울산대, 경북대 교수를 거쳐 지난 1월 신임 국립국어원 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이상규 원장은 국어학 관련 50여 편의 논문과 20여 편의 책을 저술한 중견 국어학자로, 역대 원장 중 가장 젊은 원장이라고 합니다. 이원장께서는 문학, 시민운동에도 관심이 많아서 1978년에 시인으로 등단했고 대구문화연대 공동대표, 이상화 고택 보존운동본부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습니다. 이상규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이상규 원장 : 예,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1월 27일에 국립국어원장 취임하셨으니까 한 넉 달쯤 돼가시는데, 그동안 일해보시니까 좀 할만하십니까?
이상규 원장 : 예.
박인규 : 어젠가요.. 교육부하고 교과서의 국어표기에 관련해서 중요한 협정이라고 해야 됩니까.. 그런 걸 맺었죠?
이상규 원장 : 네. 교육인적자원부와 협정을 맺었는데 지금까지 교육부에서 발간된 각종교과서들이 약 2800여종 됩니다. 이런 교과서의 표기법이나 문장, 기타 띄어쓰기 등등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통일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서 교육부로선 대단히 어려운 문제였다고 얘기할 수 있는데요, 국립국어원과 업무협정을 통해서 앞으로 2800여종의 각종 교과서들의 표기법이나 문장을 국어원에서 검정을 거쳐서 신뢰도를 높이는 일을 하도록 서로 약속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국립국어원 표준으로 교과서들을 통일한다는 말씀이시죠? 그렇다면 지금까지 교과서가 표기법이나 문장이 서로 다르고 그랬습니까?
이상규 원장 : 네. 각종 교과서들의 내용들이 일방적인 집필로 이뤄지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인용하고 그대로 따오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통일이 좀 미흡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교육부에서도 노력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어떤 규범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을 하나의 전범으로 해서, 거기에 따라서 전체 2800여종 교과서들을 통일시키는 작업이 이제 진행되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국내에서 발간되는 각종 교과서들이 수요자들로부터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앞으로 모든 교과서는 국립국어원의 손을 거쳐서 나오겠군요. 그런데 2800종을 다 하시려면 꽤 시간이 걸리겠네요?
이상규 원장 : 그렇습니다. 아주 중요한 문제를 지적해 주셨는데, 현재로선 국어원의 인적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1차적으로는 초등교육교과서부터 먼저 시행해서 점차적으로 역량을 키워나갈 예정입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상당히 중요한 업적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이상규 원장 : 그런 얘기 하기는 참 부끄럽습니다.
박인규 : 한 30년 가까이 국어학공부를 하셨고 국립국어원장을 맡으셨는데, 지금 교과서의 표기나 표현이 통일이 안됐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외에도 문제가 많이 있죠?
이상규 원장 : 그렇죠. 사실 교단에 있을 때와 현장에 와서 느끼는 점들이 참 차이가 많았습니다. 교단에서는 가장 이상적으로 국어를 올바르게 쓰자.. 이렇게만 생각했는데 실제적으로 제가 얼마 전에 취임한 문화부에서, 각종 공문서라든지 내부.. 또는 인터넷에서 소통되는 여러 가지 언어의 정보들을 검토해 보니까 상당히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흔히 말하는 한 개별국가의 언어가 소멸할 수도 있다는 것이 가정이 아니고 아주 현실적인 위협이라고 할까요? 위험을 느끼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공문서를 보면 대체적으로 아직까지 일제식의 한자어들이 잔존해 있다든지.. 외국어, 외래어,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하는 관공서가 국민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소위 공문서를 기안하는 자의 눈높이로 만드니까 외국어나 외래어가 아주 남용되고 있다. 그리고 특히 토시를 빼냄으로써.. 문장을 간략하게 만들기 위해서겠죠. 그런 문장의 오류를 굉장히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공문서를 말씀하시면서, 일제 식민지 때 쓰던 한자가 많고, 또 한편으로는 외래어.. 주로 영어겠죠.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외래어가 많다고 말씀하셨는데, 일제식 한자라는 게 어떤 것들입니까?
이상규 원장 : 일제식 한자어들은 아주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데, 전형적인 것이 법안에서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민법 제 708조를 보면 '다른 조합원의 일치가 아니면 해임하지 못한다.' 이런 말이 있는데 말이 좀 맞지 않죠. '일치하지 않으면' 이렇게 표현해야 하는데..
박인규 : 저희도 옛날에 농담 비슷하게 '우수로 두부를 가격하여 지면에 전도시키고..' 이런 말을 썼는데 .. 법원에서는 요새 많이 고친다고 들었습니다.
이상규 원장 : 국립국어원에서 2001년도에 법조문의 문장실태조사를 거쳤습니다. 그걸 토대로 해서 2003년도에 '쉽게 고쳐쓴 우리민법'이란 책을 만들어서 일단 민법 쪽은 우리 국어로 상당히 많이 순화작업이 진행돼서, 법제처에서도 국어원의 이런 노력들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영어를 비롯한 외래어들을 일반인들이 얼마나 많이 아시는가 조사해 봤더니, 상당히 많은 분들이 모르시더라.. 그런 조사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상규 원장 : 그렇습니다. 정부기관에서 로드맵이라는 말. 블루오션이라든지 바우처, 매니패스토. 이런 뜻들을 국어원에서 갤럽을 통해 조사해 봤습니다. 일반국민들의 인지도가 6%를 넘어서는 단어들이 잘 없습니다.
박인규 : 6%면 열 명 중 한 명도 모른다는 얘기네요.
이상규 원장 : 그렇죠. 그러니까 이런 정부의 각 기관에서 사용하는 언어들이 일반민중들의 6%도 이해를 못하는 용어들을 남용해선 곤란하지 않느냐..
박인규 : 정부기관이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는 덴데, 일반국민이 모르는 단어들을 쓰는 건 문제가 크네요. 지금 말씀하신 일제식 한자, 일반국민들이 잘 모르는 외래어 남용. 이걸 어떻게 고쳐나가실 생각이십니까?
이상규 원장 : 앞으로 저희들이 언어실태조사를 정밀하게 추진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에 잔존해 있는 일제식 한자어들을 색출해서 순화작업을 지금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들어오시면 이런 외래어나 외국어라든지, 한자어 이런 것들을 순화시키기 위해서 국민들의 여론수렴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참여하셔서.. 예를 들어 스카이라운지가 대표적으로 순화한 예인데요, 스카이라운지를 '하늘쉼터'.. 참 예쁜 말이죠. 그리고 다크서클이란 말이 있는데, 여성들의 눈주위가 조금 거무스름하게 흔적이 남는 것을.. '눈그늘'로. 참 예쁘게 만들었죠. 또 일제식 용어인 나대지를 '빈집터'라든지. 매도하다. 집을 사고 팔고 할 때 매도를 '팔고 넘김'. 또 밀담을 나눈다고 할 때 밀담을 '비밀얘기'라든지. 이런 식으로 직접 국민들이 참여하셔서 외래어나 일제식 한자들의 순화작업을 추진하고 있고..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예를 들어 고속도로인터체인지 같은 경우는 '나들목'이란 말이 많이 정착이 됐지만, 예전에 외솔 최현배 선생은 비행기를 날틀이라고 하자, 미니스커트를 꽁초치마라고 하자 그랬는데 잘 안 쓰거든요. 그걸 쓰게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이상규 원장 : 아주 중요한 말씀인데요, 바로 그런 부분들을, 공영방송국에서 국가기관에서 만든 순화된 어휘들을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고. 실제로 그런 말들을 방송에서 많이 사용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파급이 되지 않겠는가..
박인규 : 국립국어원에서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많이 만들어내고, 그걸 보급하는 건 방송에서 좀 도와달라.. 관청에서도 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요?
이상규 원장 : 저희들이 얼마 전에 정부기관에 국어책임관을 국어기본법에 의거해서 한 분씩 선발해서 지난주에 국어책임관 1차 정책협의회를 구성했습니다.
박인규 : 국어책임관은 부처에서 쓰는 국어문제만을 담당하는 공무원입니까?
이상규 원장 : 정부기관에서 각 부처별로, 내부적으로 공문서라든지 기타 언어사용의 순화를 위한 하나의 책임담당관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럼 그분은 국어에 좀 소양이 있는 분이신가요?
이상규 원장 : 현재로선 아직 그런 단계까진 못 갔구요. 얼마 전에 1차정책협의회를 구성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효율성있게 운영할 것인가 논의를 해나갈 예정입니다.
박인규 : 아직 그분이 국어문제에 전문가는 아니지만 일단 책임지는 사람을 한 명씩 둬라. 저는 궁금한 게, 국어책임관 하시는 분이 그 일만 하시는 건지.. 다른 일도 하시는 건지..
이상규 원장 : 현재로선 겸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효성에 대한 부분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실무추진단을 구성하는 방법도 고려 중에 있구요, 저희들이 5급 이하의 일선공무원들은 우리 국어원에서 국어문화학교라는 것을 열어서 각 부처별로 정규적인 교육을 157차 정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일단은 부처차원에서 국어에 좀 관심을 가지자는 뜻으로 시작하신 거군요..
이상규 원장 : 단순히 국어에 관심을 갖자는 것보다, 바로 이것이 민족사랑이고 나라사랑운동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인규 : 아까 공문서를 말씀하셨고 인터넷을 말씀하셨어요. 인터넷,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많아지면서 이른바 전문용어가 국어를 파괴한다는 말씀도 있는데, 그 실태는 어떻습니까?
이상규 원장 : 저희들이 인터넷상 오용문제를 실태조사하고, 거기에 대한 대응책을. 정책적인 대안마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개괄적으로 말씀드리면, 인터넷 언어는 생명이 아주 짧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우리 언어질서를 파괴하는 대단히 위협적인 존재지만. 기본적인 생명이 짧기 때문에 우리가 우려하는 만큼의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 좀 낙관적인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그러나, 여하튼 인터넷 언어오용문제는 대단히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생명이 짧다곤 하더라도 거의 전 국민이 휴대폰 안 가진 사람이 없고, 인터넷 안 하는 사람이 없는데, '냉무, 잼있다, 그러세여' 이런 식의 표현들을 많이 쓰는 건.. 사람들이 쓰는 걸 쓰지 말라고 명령할 수도 없고. 어떻게 좋은 표현을 쓸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이상규 원장 : 그게 지금.. 각 공영방송국에서 언어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대단히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KBS의 상상플러스 같은.. 바로 그런 기능들이,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세대들이 그 프로그램을 아주 즐기고, 또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하오체'라고 하는 새로운 문체가 형성될 정도로. 이런 것 같아요 국민들의 심리가... 인터넷을 통해서 언어를 파괴하는 동시에 회복, 복원시키고자 하는 잠재적 기능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역기능이 있다면 반드시 순기능이 존재한다. 그런 특별한 평형성을 이루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방송언어가 갖고 있는 중요성이 그런 면에서 입증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국립국어원에서는 KBS와 특별 협약 같은 걸 맺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상규 원장 : 그렇습니다.(웃음)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국립국어원 이상규원장과 함께 말씀 나누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우리말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필요한가 여쭤볼까 합니다. 국립국어원이란 걸 제가 옛날에 덕수궁 가면서 본 것 같은데요, 제 편견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국립국어원이라는 게 있는지, 뭘 하는 곳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이 자리에서 소개를 좀 해주시죠.
이상규 원장 : 국립국어연구원에서 국어원으로 바뀐 것이.. 지금까지는 연구중심의 기관이었는데, 국어원으로 바뀌면서 정책대안기관으로 탈바꿈한 셈이죠. 그래서 일반국민들이 아직까지 국립국어원 이름이 생소해서 국악원 아니냐 이런...
박인규 : 말하자면 예전에는 국어연구를 중심으로 하다가, 이제는 국어를 제대로 하기 위한 집행이랄까 실천을 하는 일이군요.. 그렇게 바뀐지가 얼마나 됐죠?
이상규 원장 : 2년 됐습니다. 그리고 국어기본법이 만들어지면서, 국어기본법에 근거해서 국립국어원이 정부의 국어의 기본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수립하는 게 주요한 기능이 되겠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 하실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모두에 조기영어유학 말씀을 했는데요, 요즘 영어 못 배우면 완전히 도태하는 것처럼 영어열풍이 불고 있는데.. 일찍부터, 유치원때부터.. 어린나이에 영어를 배우는 열풍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상규 원장 : 조기영어교육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언어란 정신을 지배하는 소통통로이기 때문에 너무 일찍 외국어를 교육시킴으로써 영어능력은 신장되겠지만 민족적 정체성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에는 문제가 있겠죠. 그러나 저는 조금 더 포괄적인 측면에서 우리 한국어의 해외보급을 강조하고 있고, 또 최근 한국어가 한류의 중심에 서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영어의 교육도 필요하고 그와 같은 노력으로 한국어를 해외에 보급하는 노력도 동시에 균형 있게 노력해야 되지 않느냐..
박인규 : 영어를 열심히 배우는 만큼 우리말도 열심히 해야 된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여러 자자체에서 영어체험마을 같은 걸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고, 교육부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우리 교육이. 우리말 교육보다 영어교육에 너무 힘을 쓰고 있는 게 아니냐, 균형이 안 맞는 것 같다. 이렇게 보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상규 원장 : 중요한 지적이신데요, 영어마을의 중복투자라든지, 또는 과잉대응을 함으로써 오는 문제점도 매우 크다고 봅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원리에 있어서는, 우리가 세계화의 경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외국어교육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우리 한국어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전제된다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하여튼, 영어 배우는 만큼만 열심히 한국말 배우자. 그런 말씀이시군요.
이상규 원장 : 그렇죠. 예를 들면 영어사전은 몇 권씩 닳게 공부하지만, 국어사전은 제대로 보지 않았죠.
박인규 : 그런데 또 이런 지적도 있는 것 같아요. 우리 글 가르치는 방식이 너무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옛날식으로 가르치니까.. 요즘은 무조건 재미를 추구하는 세상인데, 공부도 재밌어야 되는데. 영어 가르치는 방식에 비하면 우리말 우리 글 가르치는 방식이 너무 뒤떨어진 게 아니냐..
이상규 원장 : 아주 저희들의 약점을 정확히 지적하신 것 같은데, 저도 대학에서 약 25년 간 교육을 담당한 입장에서.. 사실 되돌아보면 국어과 교사들을 비롯해서 교수들도 참 문제가 많았단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든다면, 대학에서 교양국어책을 약 50년 전의 것을 아직도 쓰고 있고, 그런 점들에서 교육에 대한 방법론적인 반성, 성찰이 부족했는데 최근에 와서는 그런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각 대학에서도 글쓰기, 말하기, 읽기, 듣기.. 각 영역에 대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다든지 교육방법론에 대한 새로운 고뇌를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남북 분단이 60년이 넘어가면서 남북 간 이질화 얘길 많이 하는데, 말이나 글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혹시 국어원에서 남북 간 언어의 조화랄까 통일을 위해서 하시는 일이 있습니까?
이상규 원장 : 제가 국립국어원 원장을 맡기 전에 남북겨레말사전 편찬위원이었습니다. 남측위원으로. 남북 간의 겨레말이 달라지면 민족의 정체성도 이질화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그걸 어떻게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가.. 그런 고뇌와 노력들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닙니다. 이미 꾸준히 지속해 왔던 일들인데, 최근에 와서는 남북 간의 언어를 좀 동질화시키고자 하는 의식들. 그건 남북 간 책임자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대외적으로 발표할 단계는 아니구요, 이런 노력들이 어느 순간, 남북통일에 대비하는 그런 노력들이 진지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뭔가 준비중이니까 기다려 달라.. 그렇게 이해하겠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중에서, 영어를 열심히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말을 해외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단 말씀을 하셨어요. 실제로 우리나라에 유학 오는 학생들도 많고, 국내에 와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수십만 명, 또 우리나라로 시집오는 외국인 며느리들도 많은데 이분들이 한국말을 몰라서 애들을 못 가르치고 있거든요. 이렇게 국내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외국인들에게 제대로 된 한국말을 가르치는 게 굉장히 큰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너무 많은 주문을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혹시 그런 부분에 관해서 고민이 있으신지요...
이상규 원장 : 아마 우리 국민들이 해외여행을 가면, 몇 해 전만 해도 일본사람이냐고 질문했을 겁니다. 그러나 요새 나가면 '안녕하세요' 이런 말을 유럽까지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문화가 해외에 대단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파급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에서도 한국어를 해외에 보급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립국어원에서는 문화부 차원에서, 낮은 차원에서 대중적 한국어 보급을 위해서 다양한 영상매체를 활용해서 한국어를 전략적으로 보급하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국내로는, 국제결혼을 한 사람들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특별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여성부와 노동부가 협력해서 이들에 대한 교육체계와 그들을 위한 교과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고 상당한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참고로 국립국어원에 일하시는 분이 몇 분 정도입니까?
이상규 원장 : 한 40명 정도 되는데 사실 인력이 너무 부족해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박인규 : 제가 말씀 듣기엔 400명 갖고도 부족할 것 같은데요. 이제 4개월 밖에 일 안 하셨는데, 앞으로 임기가 3년이시죠? 다 하실 순 없을 것 같고 '3년 동안 내가 이것만은 꼭 해놓고 가고 싶다.' 그런 게 있으면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이상규 원장 : 국어가 규범을 지키되 언어의 자산을 좀 더 폭넓게 운용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소위 서울중심의 표준어정책을 조금 더 확대해서 각 지역의 일상어들도 국어의 자산으로 폭을 넓혀야겠다는 전략적인, 정책적인 목표를 갖고 있구요. 또 남북의 평화통일에 대비한 언어의 이질화를 막고 언어의 동질화를 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노력들. 그리고 언어의 정보화. 그리고 마지막에 말씀드렸던 한국어의 해외보급. 영어교육에 대응할 정도의 한국어 해외보급에 대한 노력과 치밀한 준비 이런 것들을 해야 할거라고 생각하고, 3년 동안 그런 일들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박인규 : 우리말을 다듬고 가꾸고 해외에 알리는 일을 이제 겨우 시작했다니까 약간 좀 만시지탄은 있지만, 기틀을 닦아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말씀 감사합니다.
이상규 원장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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