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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년 전 알타이 청동기의 고갱이! '까라꼴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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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년 전 알타이 청동기의 고갱이! '까라꼴 문화'

서길수 교수의 '알타이 답사기' 〈56〉

오후 4시경에 까라꼴에 도착하였다. 까라꼴은 '까라꼴 문화'라는 이름이 탄생한 중요한 유적이 있는 곳이다. 알타이 역사에서 까라꼴 문화가 중요한 것은 그 문화의 주체가 청동기라는 것이다. 사실 바위그림을 보면 대부분이 청동기의 그림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알타이 전역에 널려 있다. 그 에 반해 청동기시대의 무덤(꾸르간)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고학자들은 까라꼴에서 청동기 꾸르간을 발굴한 것을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하고 있다.

바로 그런 유명한 유적을 찾는 우리는 대단히 기대가 컸다. 그러나 꾸바레프 박사가 발굴지(890m, N50°48'934", E85° 57'073")라고 안내한 곳을 보고는 깜짝 놀랬다. 바로 마을 안의 한 집 앞인데 유적이라는 표지판 하나도 서 있지 않아 발굴을 직접 담당했던 꾸바레프 박사가 아니면 아무도 모를 그런 곳이다.

뒤에서 자세하게 보겠지만 발굴 당시도 전봇대가 서 있는 곳이었는데 세계적인 발굴이 이뤄진 뒤에도 변화가 없다. 두 번째 찾아간 발굴터(918m, N50° 48'927", E85° 57'210")도 황량하기는 마찬가지다. 바로 마을 앞 추야도로 가에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다니는 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발굴 터 바로 옆에 몇 년 전 바르나울 고고학자들이 새로 발굴한 곳(887m, N50° 48'930", E85° 57'228")이 있다고 해서 가 보았다. 학교 울타리 안인데 넘어가 보니 발굴한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박물관에 가 있어야 할 무덤 널돌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널돌에는 사람의 두 다리와 인공으로 파 놓은 가는 선들이 선명했다.

이런 귀중한 유물을 현장에 버리다니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현재 까라꼴에서 발굴된 총천연색 그림은 모두 세계 4대 박물관이라고 하는 쌍 페쩨르부르그 에르미타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꾸바레프 교수는 바위그림 분야에만 전문가가 아니다. 알타이 전 지역을 수십 년 동안 누비고 다닌 알타이 고고학의 전문가인 것이다. 이곳 까라꼴에서 청동기 시대의 꾸르간을 발굴한 것도 바로 꾸바레프 교수다. 그는 1988년 자기가 직접 지은 책을 가지고 구체적인 설명에 들어갔다.

알타이에서 까라꼴 문화의 꾸르간을 처음 발견한 것은 30년도 안 된다. 더구나 처음 발견된 꾸르간은 심하게 훼손된 것이었기 때문에 학계에서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가 1985년 도굴이 되지 않은 완전한 무덤이 발굴되었고 꾸르간에서 벽화가 발견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 뒤 베쉬-오젝(Besh-ozek) 마을 근처에서 훼손된 꾸르간이 알려졌으며, 오제르노예(Ozernoye) 마을 가까이서 구제발굴을 하다가 다른 까라꼴 문화 무덤떼를 발견했다. 오제르노예는 까라꼴 남쪽을 흐르는 우르슬(Ursul)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상류에 뗑가(Tenga)라는 지류가 나오고 그 지류를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셰민스키 산맥을 넘으면 바로 베쉬-오젝 마을이다. 그러니까 까라꼴 문화는 현재의 추야도로 서남쪽을 따라가는 축에서 형성된 것이다.

까라꼴 문화의 꾸르간은 위에서 본 세 군데에서 지금까지 14기가 발견되었는데 분포상황, 평면형태, 널방의 구조는 서로 비슷하지만 무덤 축조방식은 다양하여, ⓛ 돌을 동그랗게 세우고 그 안에 돌방(石室)을 안치하는 방법(오제르노예) ② 아파나시예보 때의 꾸르간 봉분에 덧붙여 묻는 법(까라꼴) ③ 단독으로 묻는 예(까라꼴 5호, 베쉬-오젝 1호)로 나뉜다.

까라꼴 마을 한 가운데서 발견된 꾸르간은 BC 2000년 대의 무덤이니 우리나라 단군조선이 세워진 초기와 같은 때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무덤에서 벽화가 나온 것이다.
▲ (좌)까라꼴 청동기 꾸르간이 발견된 곳 (우)현장에 버려진 꾸르간의 널돌 ⓒ서길수

▲ (좌)꾸바레프 교수가 자신의 저서를 통해 청동기 시대의 꾸르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까라꼴문화 꾸르간의 분포도 1. 발굴한 꾸르간, 2. 발굴하지 않은 꾸르간, 3. 전선줄, 4. 학교 구역 (꾸바레프, 『까라꼴 고대 벽화』, 1988) ⓒ서길수

▲ (좌)꾸르간 Ⅱ호 평·단면도 (꾸바레프, 『까라꼴 고대 벽화』) (우)Ⅱ-2호 꾸르간 평면도. ①~⑤ : 벽화가 그려진 널돌 ⓒ서길수

벽화가 나온 꾸르간은 바로 추야도로(624/342㎞ 지점) 남쪽 가에 있다. 그 꾸르간의 동쪽에는 1945년 승전기념탑이 있고 남쪽에는 까라꼴중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약간의 흙더미와 낮은 돌무지(0.5m)만 나타났던 이 꾸르간은 지름이 19~20m였다. 3기의 꾸르간이 발견되었는데 그 가운데 꾸르간 Ⅰ호와 Ⅱ호가 발굴되었고, 벽화가 나온 것은 바로 Ⅱ호 꾸르간이었다. <그림 13>에서 보는 바와 같이 Ⅱ호 꾸르간 안에는 4개의 널방(墓室)이 있었다. 그러니까 널방 4개를 한 꾸르간으로 만든 것이다. 한 가운데(A-Б) 직선 위에 1, 2호 널방, 아래 직선(Д-Е) 위에 3호 널방, 위 직선(В-Г)에 4호 널방이 배치되어 있다.

4기의 널방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2호(Ⅱ-2) 널방이다. 이 널방에서는 <그림 19>에서 보듯이 5개의 돌을 세워 널을 만들었다. 그런데 바로 이 널돌 안쪽에 벽화가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 밖에 뚜껑으로 덮었을 것으로 보이는 널돌 조각 3장을 합해 모두 8장의 벽화가 발견되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이 세기의 발굴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자세한 것 같지만 이곳에서 가능한 한 그림 모두를 모아보고 설명도 더해 보려고 한다. 다만 3개월 배운 러시아말 실력을 가지고 그림 설명을 이해하자니 수없이 사전을 찾아야 했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소개와 연구는 후학들에게 미룬다.
▲ Ⅱ-2호 꾸르간, 널돌 ① ⓒ서길수

▲ Ⅱ-2호 꾸르간, 널돌 ② ⓒ서길수

▲ Ⅱ-2호 꾸르간, 널돌 ③ ⓒ서길수

▲ Ⅱ-2호 꾸르간, 널돌 ④ ⓒ서길수

▲ Ⅱ-2호 꾸르간, 널돌 ⑤ (중)Ⅱ-2호 꾸르간, 널돌 ⑥ (우)Ⅱ-2호 꾸르간, 널돌 ⑦ ⓒ서길수

▲ Ⅱ-2호 꾸르간, 널돌 ⑧ ⓒ서길수

꾸르간 Ⅱ호가 여러 개의 널방을 가진 무덤이라면 마을 안에서 본 까라꼴 5호는 널방 1개만 외따로 떨어진 무덤이다. 추야도로에서 마을로 들어오다 보면 왼쪽에 우체국이 있고 바로 오른쪽에 기름공장(유채기름?)이 있다. 이 골목으로 들어오기 직전 <그림 29>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파나시에보 문화(Afanashyevo culture) 때의 꾸르간이 두 개 있다. 아파나시에보 문화는 알타이를 비롯하여 남시베리아에서 가장 오래 된 문화이며, 우리나라의 신석기, 요서지방의 홍산문화와 거의 같은 시기다. BC 3000년대에 성립하여 BC 2000년대에 쇠퇴한 이 문화의 특징은 석제(石製) 도구를 많이 쓰는 등, 신석기 생산기술의 전통을 강하게 보이면서도 소량의 동제품(銅製品)을 처음으로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생업은 양 ·소 ·말 같은 유목을 주로 하였으나, 야생동물 사냥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어망용 추(錘)가 많이 출토된 것으로 보아, 고기잡이도 많이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예니세이강이나 알타이산 기슭에서 이 문화기의 무덤이 많이 발견되었다. 토기와 각종 도구 및 가축·야생동물의 뼈 같은 껴묻거리가 발견된다. 이 아파나시에보 문화는 바로 까라꼴 문화 이전의 문화이기 때문에 까라꼴 문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까라꼴 문화의 무덤들이 아파나시에보 문화의 무덤에 다시 묻는 추가장(追加葬)이 있었고 까라꼴 꾸르간의 널돌을 아파나시에보에서 이미 사용한 것을 다시 쓴 예도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서로의 연관성을 쉽게 알 수 있다.

골목으로 들어오자마자 왼쪽으로 꺾어지는 귀퉁이에 전봇대가 하나 서 있었는데 이 전봇대에서 기름공장, 우체국, 주거지에 전기가 공급되고 있었다. 이 전봇대는 정확하게 까라꼴 5호 무덤을 뚫고 서 있었다. 바로 이 전봇대 밑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까라꼴문화의 벽화가 8점이나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 (위 왼쪽)까라꼴 5호 위치 1. 추야도로, 2. 아파나시에보 무덤, 3. 울타리, 4. 전기줄. 5. 발굴터 (위 가운데)까라꼴 5호 단면도 (위 오른쪽)까라꼴 5호 평면도. 1~7 : 벽화 그려진 널돌
(아래 왼쪽)5-① 널돌 (아래 가운데)5-① 널돌 실물 사진 (아래 오른쪽)5-① 널돌 동물 자세한 그림 ⓒ서길수

▲ (위 왼쪽)5-② 널돌 (위 가운데)5-② 널돌 (위 오른쪽)5-③ 널돌
(아래 왼쪽) 5-④ 널돌 (아래 가운데)5-⑤ 널돌 (아래 오른쪽)5-⑥ 널돌 ⓒ서길수

▲ (좌)5-⑦ 널돌 (우)5-⑧ 널돌 ⓒ서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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