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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눈이 근사한 것들에 길들여지다 보니…"

서길수 교수의 '알타이 답사기' 〈55〉

낮밥 먹고 출발한 지 5분 만에 까라꼴(Karakol)에 도착했다. 까라꼴에서 서남쪽으로 꺾어 들어가는 작은 비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가서 비칙투 봄(Bichiktu Boom)이라는 마을이 있다. 우리는 먼저 이 마을 뒷산에서 바위그림을 조사했다.

'글씨가 있는 절벽 길'이란 뜻이기에 크게 기대를 했다. 마을 뒷산은 바위들이 제법 신비한 기운을 갖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지금까지 답사한 유적 가운데 우리를 가장 실망시킨 곳이었다. 가끔 뚜르크 시대의 바위그림이 있지만 많이 훼손되어 안타까웠다. 아마 마을 뒷산이라 그런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너무 화려하고 잘 남아 있는 그림만 보아서 그러려니 하고 자신을 타일러 보지만 알려진 이름과 산세에 비해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말, 사슴, 산양, 사람 같은 몇 점의 청동기와 뚜르크 시기의 그림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온 것이 아주 후회스러운 것은 아니다. 계곡에 우뚝 솟은 산에 올라 조용한 시골마을을 바라보며 알타이의 고갱이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마을 주변과 산 계곡에 모두 유채를 심어 마치 이른 봄 제주도처럼 온통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어 아름답다. 그 동안 유목생활만 보다가 농경생활을 바라보니 편안한 마음이 든다. 유목은 특이해서 좋아할지 모르지만 우리의 DNA는 역시 농경생활에 더 가까운 모양이다.

온도가 32℃, 차 안에는 40℃까지 올라간다. 이곳은 낮과 밤의 온도가 20~30℃씩 차이가 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도 고지대를 다녀 그 동안 시원했는데 이곳은 더위가 대단하다.
▲ (좌)간신히 찾은 바위그림 (우)비칙투 봄마을과 노란 유채꽃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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