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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 러시아, 콜라 대 맥주…답사의 '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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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 러시아, 콜라 대 맥주…답사의 '양념'

서길수 교수의 '알타이 답사기' 〈43〉

오후 3시가 넘어 출발해 1시간 쯤 가니 꾸라이 마을을 지난다. 알타이인 마을을 지나며 카자흐인의 무덤과 비교하기 위해 무덤을 관찰했다. 알타이인 무덤은 카자흐인의 무덤에 비해 훨씬 소박하다. 통나무집을 축소시켜 짓거나, 시신을 묻고 약간을 봉분을 쌓고 십자가나 작은 기념물을 세우고 주위에는 나무 울타리를 치는 형태다. 알타이인은 무덤을 한 번 쓰면 수리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고 한다.

악따쉬(흰 바위라는 뜻)를 지나 노보시비리스크 쪽으로 1~2km쯤 가자 길에서 머지않은 산 아래 외딴 여관이 있다. 길가에 '여관, 사우나, 뷔페(식사)'라는 간판에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도록 헌 타이어를 하나 걸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2층 건물인데 예전에 집단 농장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해 여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었다.

여관의 수준을 묻는 것은 너무 사치스러운 생각이다. "까축보다는 더 낫다." 이것이 원철이와 화동이의 평가이다. 까축은 작년 바이칼을 갔을 때 갔던 마을 이름이다. 레나강 가에 있는 쉬스키노 바위그림을 보러 갔는데 이르쿠츠크에서 하루 종일 가야 도착하는 깊은 산골마을이다. 이 마을에 있는 유일한 여관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오늘에야 그 평가를 듣는다. 하여간 오랜만에 집안에서 잘 수 있다는 것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우선 등록을 하고 악따쉬로 나갔다. 집에 전화하고, 돌아갈 비행기 좌석 확인하고, 바나나, 사과, 귤 같은 과일도 사고, 갑자기 문화생활로 돌아가니 어리둥절하다. 일요일이라 비행기 좌석 확인은 안 된다고 한다.

콜라 이야기 (2)

저녁 8시부터 새로 사온 과일로 샐러드를 만들어 아주 즐거운 식사가 시작되었다.

"플루스닌 교수와 팔씨름을 한 번 하고 싶다."

저녁밥을 먹고 나서 화동이가 갑자기 폭탄선언을 하고 나섰다.

"내 나이 이미 50이지만…."

하면서도 기꺼이 화동이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플루스닌 교수도 자신 있는 눈치다.

"내가 만일 지면 영원히 콜라와 사이다를 마시지 않겠다. 그러나 만일 내가 이기면 플루스닌 교수가 콜라를 한 잔 남김없이 마셔야 한다."

자신은 영원히 콜라를 마시지 않겠다는 엄청난 것을 걸고 플루스닌 교수에게는 그저 콜라 한 잔만 마시면 된다는 제안은 다분히 이 제안이 그 동안 콜라에 대한 비판의 감정적인 대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절대로 더러운 콜라를 마실 수 없다. 그 대신 나는 영원히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마시지 않겠다."

갑자기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플루스닌 교수는 남들이 마시다 남은 맥주까지도 모두 마시는 맥주광이었다. 그런데 그런 맥주를 영원히 마시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것이다. 무엇인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나는 팔씨름 대가에게 정식으로 훈련을 받았다. 나의 트레이너는 10세 이상이 참가하는 세계 팔씨름대회에서 2등을 한 사람이다."

이렇게 벌써부터 기죽이기 신경전에 돌입하는데, 화동이도 자기 또래 친구들과 지금까지 수없이 팔씨름을 했지만 한 번도 진 적이 없다는 화려한 경력을 내세우며 반격한다. 20대와 50대, 한국과 러시아, 콜라와 맥주, 이 세기적인 시합은 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황제의 능에 갔을 때나 우스트칸에서 열리는 축제에서 이벤트로 하기로 잠정 합의를 했다.
▲ (좌)알타이인들의 공동 무덤터 (우)이 전화기로 서울까지 전화 했다. ⓒ프레시안

우리가 오늘 묵을 호텔에는 모두 7명의 사람이 묵을 수 있는 방이 3개, 식당, 부엌, 외부 화장실이 있다. 그 가운데 컬러 TV도 있고, 의자도 있는 1인용 디럭스 방이 하나 있는데 꾸바레프 교수가 자꾸 나더러 그 방에서 자라고 한다. 나는 동생하고 같이 자겠다고 사양했다. 지금까지 2주 동안 나는 텐트 안에서 잤지만 꾸 박사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차에서만 잤다. 오늘은 뒷마당에 차를 넣었기 때문에 하루라도 편하게 여관에서 잘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여관이 시설은 낡았지만 깨끗하고 따뜻하며 주변의 낙엽송과 전나무 숲이 운치가 있고 조용해서 좋다. 가장 신나는 일은 처음으로 목욕을 했다는 것이다. 2주 동안 머리 두 번 감은 적은 있지만 이처럼 시원한 목욕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집 뒤에 있는 러시아식 사우나에서 차례로 씻고 나니 모두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그래도 내일 탐사할 빠지릭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고 자야겠기에 백열등 아래서 몇 장 보고 났더니 밤 12시가 되어버렸다.

▲ 229-야영지, 230-갈라지는 길, 231-다리, 233-발굴터, 235-꾸라이, 236- 알타이인 무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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