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 서울시장 후보들이 잇달아 고건 전 총리를 찾고 있다.
그 시작으로 3일 민주당 박주선 후보가 고 전 총리의 종로 사무실을 방문했다. 25분간 면담에서 고 전 총리는 "중앙정치가 과도하게 개입된다면 바람직한 주민자치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며 정당 대 정당의 대결로 편성된 현 선거구도에 우려를 표했다.
고 전 총리는 또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격돌장이 되면 안 된다는 차원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개입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선거에) 정당공천제를 채택한 것이 시기상조였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말했다.
"대다수 국민이 지방선거 이후 고 전 총리께서 국민통합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 주실 것으로 믿고 있다"는 박 후보의 '유도성' 질문에는 "우선 지방선거에 최선을 다하시고 선거 이후 다시 만나자"고 여운을 남겼다. 다만, 박 후보 측이 기대했던 지지발언은 없었다.
박 후보 다음으로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가 조만간 고 전 총리를 찾기로 했다.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 역시 고 전 총리 측과 면담 일정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전직 시장으로부터 조언을 듣겠다"는 표면적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선거 국면에서 잠재적인 차기 대통령 후보의 한 사람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고 전 총리의 세를 업어보려는 계산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불개입 선언 이후 여론의 관심에서 잠시 밀려나 있는 고 전 총리로서도 이들의 방문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고 전 총리의 선거 불개입 원칙에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고 전 총리 측은 "찾아온다는 사람을 어떻게 말리냐"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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