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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을 공습한다고? 웃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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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을 공습한다고? 웃기는 소리"

<이스라엘은 미국의 이란 공습계획을 어떻게 보고 있나>

  다음은 미 부시행정부의 이란 공습계획에 대한 한 이스라엘 군사전문가의 평론이다.
  
  "이란을 공습해서는 안 될 이유를 아는 것만으로도 전투의 반은 해낸 셈(Knowing Why Not To Bomb Iran Is Half the Battle)"이라는 도전적인 제목의 이 글에서 필자는 한마디로 부시행정부의 이란공습 계획은 넌센스라고 주장한다.
  
  이라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란 핵개발에 대한 미 정보기관의 평가가 엉터리인 데다, 설사 이란이 핵무기를 가진다 해도 중동지역에 세력균형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비공식 핵보유국가인 이스라엘의 입장을 반영한 탓인지 핵무기 보유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고, 이스라엘의 핵능력을 과시하는 것이 좀 거슬리기는 하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가장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스라엘의 군사전문가는 이란의 핵개발을 어떻게 보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전문을 번역, 소개한다.
  
  필자는 이스라엘 헤브류대학의 전쟁사 전문가 마틴 반 크레벨드(Martin van Creveld) 교수로, 그는 미군 장교들의 필독서 저자 중 유일한 비(非)미국인 저자일 정도로 미 군부에서도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원문은 미국 뉴욕에서 진보적 유대인들에 의해 발행되는 시사주간지 <포워드(Forward)> 4월 21일자(http://www.forward.com/articles/7683)에 실려 있다. <편집자>

  
  "이란을 공습해선 안될 이유를 아는 것만으로도 전투의 반은 해낸 셈"
  
  '전쟁을 벌이는 것은 여자에게 데이트를 청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이스라엘 군정보기관의 책임자를 역임한, 내 스승 중의 한 분은 항상 이렇게 말했다. 전쟁을 시작한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결정이어서, 전쟁에 따를 문제들을 매우 세심하게 제기하고 이에 대한 더욱 치밀한 대책을 마련한 다음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들에 대한 공습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몇몇 심각한 문제들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그리고 가장 명백한 문제는 공습이 과연 필요하냐는 점이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이후, 미국은 다른 나라가 핵폭탄을 가지려 할 때마다 그 나라가 핵폭탄을 갖게 되면 세계에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를 발해왔다. 1945년부터 (소련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1949년까지는 소련이 그 대상이었다. '소련이 핵폭탄을 갖게 되면 세계정복에 나설 것이다', 미국은 이렇게 주장했다.
  
  1950년대에는 미국의 우방국인 영국과 프랑스가(두 나라 모두 50년대에 핵무기를 보유함: 역자) 미국으로부터 국제질서의 교란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핵폭탄을 개발하지 말라는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1960년부터 1993년까지는 처음에는 중국, 그리고 그 다음에는 이스라엘(압력의 정도는 약했지만), 인도, 파키스탄 등이 차례로 국제질서의 훼방꾼이라는 비난과 함께 미국의 설교를 들어야 했고, 압력은 물론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 이후, 전 세계에서 핵무기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선하고 책임감이 있는 나라는 오직 미국뿐이라는 미국인들의 희한한 믿음, 즉 미국적 독선의 희생자는 북한이었다.
  
  (그러나) 역사가 보여주듯이, 이들 나라 중 어떤 국가도 (미국이 주장하는) 비관적 전망을 실천에 옮긴 적이 없다. 스탈린도, 마오쩌뚱도, 그리고 다른 어떤 핵보유국도 (핵무기를 가졌다고 해서) 세계정복에 나서지는 않은 것이다. 물론 이들 국가들이 하나하나 핵클럽에 가입할수록 (자신의 핵무기를 바탕으로) 이들 나라를 위협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워싱턴의 능력이 감소된 것은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핵무기 확산으로 세계가 이전보다 더 위험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일 변화가 있었다면 그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유럽과 중동, 그리고 남아시아지역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들 지역에 핵무기 보유국이 생겨나면서 국가간 대규모 전쟁의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물론 핵보유 국가의 등장으로 그 지역에 우애와 평화가 증진됐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이란간의 현격한 군사력 격차를 감안한다면, 이란의 핵무기 보유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 나아가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사라지게 하겠다는) 허장성세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이스라엘의 안보에도 별 위협이 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란의 공격을 억지할 수 있는 충분한 전쟁억지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란의 도발을 막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스라엘은 (자체 핵무기로) 이란을 방사능이 가득한 사막지대로 초토화시켜 버릴 수 있다. 이란도 이 점은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란과 인접한 다른 핵보유국, 즉 러시아와 파키스탄, 인도 등도 (이란의 핵무기 보유에 의한 위협으로부터) 충분히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이들 나라들은 이란의 핵개발에 대해 그다지 큰 우려를 하지 않고 있다. 이란으로부터 수천 마일 떨어져 있는 워싱턴이 안달복달하는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이란의 핵무장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국가들은 페르샤만 연안에 있는 (친미적 성향의) 소국들이다(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 등). 이란이 이들 나라에 핵공격을 가할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핵무기 보유를 바탕으로) 이들 나라를 막 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 덕택으로 이라크가 산산조각이 난 지금, 이란의 위협으로부터 이들 나라와 이들 나라의 석유자원을 지켜줄 나라는 이제 미국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 미국은 이란의 핵무장과는 상관없이 이 지역에 무기한 군사력을 주둔시킬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두 번째 질문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1981년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은 대성공이었고, 이후 이런 종류의 작전의 모델로 꼽혀 왔다. 하지만 4반세기가 지난 지금 상황은 크게 변했다.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막강한 군사력과 화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란의 핵프로그램은 25년 전의 이라크에 비해 훨씬 크고 훨씬 분산돼 있으며, 보다 잘 보호돼 있고 보다 잘 위장돼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종류의 작전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습'의 가능성이 이번 경우에는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오시라크 공습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마른 하늘에 벼락 치듯 전격적으로 해치웠다는 점이다. 반면 워싱턴은 이미 수 개월 전부터 이란에 대한 공습 의도를 공공연히 떠벌여왔다. 미국은 정밀유도무기에 의한 국지적 공습으로 이란의 주요 핵시설을 파괴하고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지연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반대의 가능성도 있다.
  
  이 두 가지 가능성(공습으로 이란 핵시설 파괴에 성공하든가 또는 실패하든가)보다 더 골치아픈 것은 도대체 공습의 성공 여부를 모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란의 주요 핵시설들은 지하 수십미터에 은폐, 위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당초 펜타곤이 예상했던 수 일보다 훨씬 오랫동안 공습을 해야 할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
  
  공습이 오래갈수록 미군 측의 피해도 생겨날 것이다. 예컨대 미 전폭기가 격추되거나, 조종사가 사망 또는 생포되는(생포된 조종사는 TV를 통해 전세계에 그 모습이 방영될 것이다) 것과 같은 피해 말이다. 베트남, 아프간, 이라크 전쟁 등도 모두 당초에는 수년을 작정하고 시작된 전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미국이 고려해야 할 세 번째 문제는 미군의 공습에 대한 이란의 대응이다. 세 가지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첫째, 이라크 내 저항세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 둘째, 페르샤만 소국들과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나서는 것, 셋째, 전세계에 테러분자들을 보내 테러활동을 강화하는 것 등이다.
  
  군사적으로 보면 이 세 가지 대응 모두, 특히 뒤의 두 가지는 상징적 행위에 불과하며 미군의 군사작전에 대한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대응들이 국제사회의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 특히 공습이 길어질수록 미국에 불리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란 공습에 나서기 전에 부시행정부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이란 핵프로그램에 대한 자신들의 정보가 얼마나 믿을 만한가라는 점이다. 필자를 비롯해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관한 갖가지 정보들을 면밀히 추적해 온 사람들은 '이란이 3-5년 안에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란 미국 및 기타 정보기관들의 경고가 이미 15년 전부터 계속돼 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지난 15년간, (이란의 핵개발에 관한) 정보기관들의 온갖 예측들은 완전히 틀렸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핵개발과 관련한 이란의 진정한 의도와 능력에 대한 이들 정보기관들의 이 엄청난 뻥튀기, 여기에다가 우리는 바로 이 정보기관들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동화 같은 얘기를 전세계에 퍼뜨렸다는 사실을 덧붙여야 할 것이다.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 국가안보국(NSA), 그리고 기타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이란의 핵시설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또한 이들 핵시설들의 상호 관계가 무엇인지, 어떤 시설이 가장 중요한지, 또 어떤 방식으로 파괴해야 할지를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다.
  
  과거의 성적을 바탕으로 평가를 한다면, 이들 정보기관들은 어쩌면 자신들이 이란의 핵시설들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 어쩌면 이들은 자신들의 상관에게, 아니 스스로에게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있다면-정책결정의 바탕이라며 이들이 제공하는 이른바 "정보"는 말할 것도 없고-그 사람은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자, 지금까지 말한 것들이 이란 공습을 결정하기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조지 부시와 도날드 럼즈펠드, 그리고 콘돌리자 라이스 등은 어떤 결정을 내리건 간에 결정은 빨리 내려야만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이란의 핵개발이 한참 진행된 후에 공습을 가함으로써 무시무시한 방사능이 이란은 물론 주변국가들에까지 퍼져 엄청난 피해를 낳지 않을까? 그렇게 될 경우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위상이 어떻게 될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 선생님이 틀린 게 아닐까? 이란을 공습하느냐, 마느냐는 오히려 여자에게 데이트를 청하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시작은 알지만 언제 끝날지는 모르는, 그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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