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들의 강북 표심 잡기가 경쟁적이다.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는 처음부터 사무실을 신문로에 꾸렸다.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도 다음주 중으로 여의도에 있던 사무실을 강북으로 옮기기로 하고 28일 을지로 한 빌딩의 150여 평 사무실을 계약했다.
사무실뿐 아니라 후보들의 몸도 강북에 잡혀 있다. 강 후보는 다리를 건너 강남으로 내려간 일이 까마득하다. 국회나 방송국이 있는 여의도가 '최남단' 일정이다. 오 후보 역시 25일 당선 이후 골라가나 싶을 정도로 강북 일정에만 열심이다. 모두 28일에는 두 후보 모두 각 당의 '동대문구 필승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속속 발표되는 공약의 초점도 강북에 맞춰져 있다. 강 후보는 "강북 학교의 상향 평준화를 위해 구별로 1개 이상 선도학교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강남ㆍ북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교육 예산 중 2000억 원 투자를 공약하기도 했다.
성동ㆍ마포ㆍ용산 일대 610만여 평을 신도심으로 종합개발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이와 함께 강 후보는 복합 뉴타운 정책과 교육 격차 해소책으로 강북 표심에 다가서기로 했다.
오 후보의 역점 공약도 '강북도심 부활프로젝트'다. 청계천을 중심으로 네 개의 축을 형성해 '문화 관광 거리'를 조성하는 등 강북 구도심을 살려서 서울의 옛 상권을 부활시키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우이동ㆍ난곡 등지에 경전철을 만들고 버스 중앙차로 구간을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강북 서민표심을 겨냥한 것이다. 또한 뉴타운을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 10만 가구 공급 계획을 다음 주 내로 구체화할 계획이다
몸은 강북에…정서는 서민에
두 후보의 발언에서도 강북을 의식한 뉘앙스가 상당히 짙다.
강금실 후보는 "나의 정서 자체는 강북이다. 강남 정서를 잘 알고 강북에서 커 온 사람만이 강남북 갈등을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후보도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강남북 간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최우선으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쟁적인 '강북 챙기기'는 강남권 귀족 혹은 엘리트 이미지가 강한 두 후보가 강북 서민 표심에 다가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강북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를 결정지을 관건이라는 판단에서다.
강북은 역대 선거에서 전통적으로 열린우리당이 우위를 보였던 지역으로서 오 후보로서는 이 지역을 공략하지 않고서는 섣불리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 후보도 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 복원을 통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처지다.
각 캠프에서 흘러나오는 말로는 노원구, 도봉구, 중랑구 등에서 강 후보가 다소 앞서 있고, 나머지 지역은 대부분 '오세훈 바람'이 휩쓸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양측의 '강북 쟁탈전'은 향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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