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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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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33>

운명 상담의 폐해에 대해

어떤 분이 찾아와서 상담을 했는데 먼저 그 분의 사주를 보기로 한다.

연 병신(丙申)
월 무술(戊戌)
일 갑술(甲戌)
시 신미(辛未)

상당히 좋은 팔자를 타고 났다. 타고난 기가 약한 것(명리에서 신약,身弱이라 한다)이 흠이지만, 잘 조화되어 있기에 능히 성취를 할 팔자임에 틀림없다. 정부 기관에서 근무하며 무척 순탄한 삶을 살아오고 있는 분이다.

본인 스스로도 이 방면에 관심이 있어 공부도 좀 했다고 한다. 그런데 본인이 보기에도 그렇고 어딜 가서 상담을 해도 그렇고 영 시원치 않은 팔자라는 것이었다. 마침 최근 2년간 직장에서도 신상이 다소 불편해서 이제 정말 운이 기우는 것이 아닌가 불안해서 소개를 받아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이 방면의 공부도 좀 했다 하니, 어떤 점이 스스로 자신의 사주가 시원치 않아 보이냐고 물었다. 대답인즉슨, 지극히 기운이 약한 편에다가 수기(水氣)가 없어 받쳐주는 기운도 없고, 사주 전체가 온통 토(土)의 기운이라 이른바 재다신약(財多身弱)에 속하는 사주로 여겨진다는 것이었다.

재다신약이란 대개의 경우 재물 운이 없어 고생하는 운명을 뜻한다. 그러니 걱정이 될 법도 하다. 따라서 등급이 아주 떨어지는 팔자인데, 현실적으로는 학업도 충실했고 유학도 다녀와서 그런 대로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상 밑바닥에 속하지는 않으니 이상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본인의 말이 겸손해서 그렇지, 그 정도면 필자가 보기에 밑바닥은커녕 우리 사회에서 중간 이상의 지위로서 모자람이 없었다.

명리에 대해 약간은 책을 봤다고 하니 왜 좋은 운명을 지녔는지 편하게 설명해줄 수 있었다. 여기서 필자는 어쩔 수 없이 명리의 전문적인 술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기에 이 점 독자분들의 양해를 구한다.

타고난 기본이 술(戌)월의 갑목(甲木)이니 신약함이 분명하다. 양력으로 10월인데 이 계절에 태어난 나무는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것이 뿌리가 튼튼하고 냉습의 해를 입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분의 사주 지지(地支)는 술토와 미토, 특히 미토(未土)가 있어 땅이 습한 데에서 오는 냉습(冷濕)의 피해를 받을 염려가 없다. 스스로 걱정하는 인수(印綬), 즉 수기(水氣)가 없다는 것은 10월 갑목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길 일이다.

이어서 연의 천간(天干) 병화(丙火)가 있어 태양이 빛나는 형상이고 이어 월 천간에 무토(戊土)가 있어 병화를 지켜주고 있으니 용신(用神)이 튼튼하다. 용신 병화가 강하니 총명하다.

신약하지만 규모에 맞게 잘 조화된 사주라고 할 수 있기에 좋은 팔자라고 말해주었다.

신약한 것이 흠이라고 했지만, 이 또한 그 뜻을 알고 나면 걱정할 일도 아니다.

쉽게 말하면 그릇이 작다는 것인데, 그릇이 크다 해서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릇이 크고 재능이 충분하면 바랄 나위 없겠지만 크기만 하고 채우지 못한다면 늘 아쉽고 어려울 것이다. 반면에 그릇이 적다 해도 잘만 채워지면 그것으로서 만족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작은 그릇이지만 알차니 불만이 없다고 했다. 그제서야 그 분은 얼굴이 풀려서 돌아갔다.

이런 경우의 상담은 운명 상담이 아니라,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섣불리 책을 읽어 근심을 부르고 게다가 미덥지 않은 사주철학관을 찾아가서 마음의 병을 키웠으니 운명상담의 폐해라고도 볼 수 있다.

자신의 운명에 대해 물어보려고 갔다가 이런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그런데 너무나도 많다. 이른바 시중에 대가라고 소문난 사람들이 쓴 책을 봐도 음양오행의 기본적인 이치도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또 이런 경우는 더더욱 많다. 아내가 백호(白虎)살이 끼어있어 늘 근심하면서 지낸다는 사람도 보았고 부부가 원진살이라 끝내 이혼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달고 사는 부부도 보았다. 모두 허망스런 얘기를 유심히 듣고 오히려 마음의 병을 만든 경우라 하겠다.

꽤 오래전에 살(煞)이란 것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지만 오늘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금 얘기하고자 한다.

운명학이 역사 속에서 작용한 것을 보면 일종의 공포산업이라 할 수 있다. Horror Industry, 말이 우습지만 역사를 보면 분명 그런 측면이 있다. 사람의 약한 측면, 공포와 욕심을 이용해왔다는 말이다.

허영과 욕심을 잘 이용하면 돈을 벌 수 있다. 오늘날에도 그런 장사는 많이 있다. 부티크(boutique) 장사가 바로 그것이다. 소수의 회원만으로 운영하는 클럽이나 돈 많은 사모님을 상대로 하는 장사, 그리고 고액과외에 이르기까지 부티크 장사는 실로 다양하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질시와 원성을 사게 되지만 그런 점이 더 장사에 보탬이 되기도 하니 일러서 혼탁한 인간세상인 것이다.

그리고 공포를 이용하는 장사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보험이다. 하지만 보험은 사실적인 보장을 약속함으로써 영위되기에 건전하다. 그런데 운명상담은 터무니없는 공포를 유발하여 돈을 벌어들인다.

무당을 찾아가면 으레 살풀이를 하라는 권유를 받기 마련이며, 운명상담을 해도 툭하면 무슨 살이 끼었으니 부적을 쓰라고 한다.

부적을 팔기 위해서는 당연히 겁을 주어야 한다. 부적이란 원래 도교 민간신앙에서 발전되어온 것이지 명리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

명리학의 기초가 되는 음양오행은 옛 사람들이 자연의 순환을 통찰한 것이며 사람의 운명도 대자연속에 사는 이상 자연의 순환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게 느끼게 된 데에서 성립된 것이다.

운명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치고 이사할 때 그 시기와 방향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올해는 무슨 방향이 막혔으니 그 쪽으로는 이사 가지 말 것이며, 손 없는 날을 택해서 가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필자는 이사 가는 날은 가급적 손이 있는 날을 택하라고 말해준다. 그러면 이삿짐센터 사람들도 친절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이사가 예전에 중요시되었던 까닭을 알고 나면 필자의 말에 수긍을 할 것이다. 과거 농경 사회에서는 근본적으로 재앙이 닥치지 않는 한 문전옥답을 버리고 이사하는 일이 드물었다. 논과 밭이 삶의 터전이기에 그것을 두고 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커다란 한해가 닥치거나 병란이 닥치지 않는 한 이사를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살던 동네, 살던 집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새집을 짓거나 옮기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먼 곳으로 가는 이사는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유맹(流氓)이 되어 떠도는 것과 같은 고생스런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작 이사를 할 경우, 길일을 택하고 옮겨갈 곳의 풍수와 입지조건을 면밀히 따져서 신중하게 행동에 옮겨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산업사회는 직장을 옮기거나 그만 두는 것이 인생의 중대사가 될 순 있어도 사는 집을 옮기는 것은 생계와 직접적인 연관을 맺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사는 마음 편하게 이사를 할 이유가 있으면 하면 되는 일이다. 손 있는 날을 골라서 저렴하게 말이다.

물론 이사 자체는 환경이 바뀌는 일이기에 그 사람의 운명에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히스테릭하게 받아들일 일은 아니다. 그 역시 운과 명에 따라 절로 움직여지는 것이기에 과민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사람은 운이 정상적인 경우 절로 그 사람과 맞는 곳을 찾아가도록 되어있다. 이는 이사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다. 학업이나 전공도 팔자 따라 가기 마련이며, 직장이나 이사 모두 그렇다. 절로 되도록 되어있는 것을 구태여 찾아가서 날을 받고 부적을 쓰고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신의 일이 궁금하고 미래가 궁금해서 운명상담을 하러 가는 것은 좋지만, 그 바람에 무단히 정신적 스트레스나 부담을 받는 일이 있다면 오히려 하지 않음만 못한 것이다. 겁을 주거나 부적을 써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냥 무시하는 것이 단연 옳다.

덕담 몇 마디를 듣고 온다면 그로서 정신적 위안을 삼으면 되겠지만, 공포를 주어 사람을 현혹한다면 마땅히 거부해야 할 것이다. 인간세상, 인간의 질이 다양하듯이 운명상담을 해주는 사람의 질도 다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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