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모든 사인을 성적인 코드로 해석하는 미친 세상"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모든 사인을 성적인 코드로 해석하는 미친 세상"

[알림] 24일, <조울-그리다 춤추다>와 <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0.43> 상영

9월 마지막 주, '프레시안-월요살롱'은 다소 실험적인 다큐멘터리 두 편을 준비했다. <조울-그리다 춤추다>(2012/HD/40min)와 <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0.43>(2010/mini DV/35min)이 그것. 감독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편의 모노드라마처럼 영상으로 담담하게 풀어냈다.

작품은 오는 24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프레시안 강의실(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소재, 하단 약도 참고)에서 상영된다. 참가 희망자는 이름과 연락처, 동반인원, 참가 이유를 적어 sns@pressian.com으로 신청하면 된다.

<조울-그리다 춤추다>

우현하 감독은 <조울-그리다 춤추다>에서 자신이 13년 동안 앓았던 조울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 감독은 연출의도에서 "조울증 환자가 100명이면 원인도 치료과정도 100가지라고 전문가들이 말한다"며 "도파민이나 세라토닉 용어의 설명이 아닌 실제 경험자로서 조울의 상태를 담고자"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조울증은 1998년 20대 후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우 감독은 당시를 "신분증을 서랍에 넣고 나도 넣어 버렸다"고 표현했다. 그는 그림과 독백으로 차분하게 자신을 설명한다. 하루가 48시간이 아니라 72시간이던 그때 그는 자신만의 우주를 만들었다. 공간도 여기와 저기가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시간도 세월도 사건도 누적된 곳.

감독은 작품 속에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작품을 완성하고 싶은 의지와 함께 자의식을 놓지 않으려는 주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조울증 덕분에 알게 된 게 있다고 했다. "잊었던 기억이 떠오르며 나를 착각하고 살았구나"라고.

"모든 사인을 성적인 코드로 해석하는 미친 세상이 일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까마득히 잊고 있던 니가 제일 먼저 떠올라 뒤집어졌다. 의식 위로 올라오지도 못했던 장면.

그때. 왜. 갑자기. 치마를 걷어 올리고 입을 갖다 댔는지. 그 머릿속의 코드를 알았다. 이 미친놈아!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야."

작품은 다소 추상적이다. 조울증을 앓았던 감독의 의식처럼 분절되어 있다. 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던 행위가 자신을 위한 것이었듯 영상도 보는 이들보다는 자신에게 더 쏠려 있다. 그럼에도 그는 "병이 일어났던 뿌리도 치료가 가능했던 이유도 모두 일상"이라며 "일상은 떠날 곳이 아니라 꿈이 이루어지고 이상이 실현되는 장"이라고 말한다.

▲ 다큐 <조울-그리다 춤추다>의 한 장면 ⓒ우현하

<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0.43>

혈압을 재겠다는 간호사의 말에 밝았던 화면이 컴컴하게 변한다. 어둠에 둘러싸인 침상, 그는 그곳에서 능숙하게 밥을 먹는다.

화면은 다시 밝아지고…. 영화 시작 5분 39초, 이번엔 전체 암전이다.

"딱, 딱, 딱, 딱"

시각장애인 지팡이(보장구)에 의지한 채 그가 화면 오른쪽에서 등장한다. 병원 문을 나선 그는 '하~'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컴컴한 어둠 속, 뱀 한 마리가 혀를 날름거리며 그에게 다가온다. '쒹!' 그는 순식간에 뱀에게 물렸다.


일주일에 세 번, 병원에서 혈액 투석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임덕윤 감독은 3분 간편 요리를 요일별로 바꿔가며 먹고, 보이스 아이스캐너를 이용해 책을 보고, 시각장애인 보장구 소리에 맞춰 휘파람을 분다. 밝음과 어둠으로 교차되는 화면과 달리, 그의 삶은 그다지 불행하지 않다. 다만, 조금 불편할 뿐이다.

투병 전 임 감독은 배우로, 조연출로, 감독으로 활동했던 소위 말하는 '이 바닥 사람'이다. 시력을 잃게 된 것 역시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골방 생활을 하다 당뇨 합병증으로 초자체출혈 망막박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007년 그는 건강악화로 단편영화 제작 중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현재 공식적으로 시각장애 1급, 신장장애 2급이다.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보도한 아리랑TV 영상(2007년 10월 17일 자)을 유투브에 올리며 "뭐 하려고 다시 영화를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아주 죽겠다"라며 영상제작의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곧이어 "빌어먹을 이놈의 영화가 징글징글하게도 좋다"며 "내가 좋아하는 만큼 영화도 날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바로가기)

<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은 4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버전 '0.24'는 2009년 장애인 영화제 대상을 수상했으며,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실험상'을 받았다. 버전 '0.43'은 2010년 서울인권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과 호주와 인도 장애인영화제에서 상영됐다.

information

다큐멘터리 <조울-그리다 춤추다>와 <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0.43> 상영

일시 : 9월 24일 월요일 저녁 7시 30분
장소 : 프레시안 강의실


* 참여를 원하는 분은 sns@pressian.com으로 이름, 연락처, 동반 인원, 참가 이유를 적어 신청 메일을 보내주세요. 메일은 오는 21일(금)까지 받겠습니다. 행사 참가는 무료입니다. 당첨되신 분들에겐 22일(토)까지 개별적으로 전화 또는 이메일을 보내드립니다.


* 작품 상영은 7시 30분 정시에 시작합니다. 상영이 끝난 후, '감독과의 토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