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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정치시장은 왜 개방 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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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정치시장은 왜 개방 안 하나?"

미래연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43〉

이 글의 목적은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지 기존의 경제학적 시각이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한번 점검해 보는 데 있다. 이미 한미 FTA에 관한 경제학적 혹은 정치경제학적 지지와 비판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 글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사고의 틀을 제시하기 위하여 일종의 지적 실험 혹은 연습(intellectual exercise)을 하고자 한다.

이 실험의 결과가 반드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사고를 통하여 뭔가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믿으므로, 이 글을 통하여 한미 FTA에 관한 보다 지적인 새로운 토론이 촉발되기를 조용히 기대한다.

***순발상(順發想)의 FTA: 정치시장의 개방**

그렇다면 이 문제를 대통령이 좋아하시는 역발상이 아니라 순발상으로 한번 풀어본다. 즉 정부가 제시한 논리대로 따라가면서 문제를 풀어본다는 의미다. 정부가 한미 FTA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논리는 개방을 통하여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고용 및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큰, 또 미래 한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금융, 서비스 시장을 먼저 열어서 경쟁력을 빨리 키워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금융, 법률, 컨설팅, 의료, 교육 시장을 열어서 이들 산업의 강국인 미국과 경쟁을 하게 되면 한국의 산업도 강해진다는 논리다. 여기서는 이러한 논리를 반박하기 보다는 (사실 반박해야 할 논리이지만) 이 논리를 그대로 받아서 경쟁력이 가장 취약한 다른 시장에 적용해 보고자 한다.

한국에서 가장 경쟁력이 없는 부분은 누가 뭐래도 정치 분야일 것이다. 예전부터 경제는 1류, 정치는 3류라는 말도 있었고, 정치만 잘하면 다른 것도 다 잘될 것이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오죽하면 선진국 정치인을 수입하자는 말도 나왔겠는가? 그런데 여기서 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시키는 순발상을 하게 되면 한국 정치인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바로 이들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는 선진국 정치인과 피나는 경쟁을 시켜서 선진 정치기법을 익히게 하고, 또 경쟁력이 없는 정치인을 도태시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한국 정치인의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즉 정치시장을 개방해야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정치는 경제가 아니니 정치시장을 개방한다는 표현이나 논리는 잘못된 것이라고.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 않다. 경쟁이 경쟁력을 키운다는 소위 신자유주의의 논리는 어디에서나 통한다. 교육도 그렇고, 문화도 그렇고, 정부혁신도 그렇다. 선진 정치인과의 경쟁이 없는 정치인은 자연스럽게 선진 정치인이 될 수 없다. 즉 순발상을 하게 되면 정치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한미 FTA의 구상 속에는 경쟁력을 키워야 할 시장은 대부분 다 포함되어 있는데, 가장 경쟁력이 약한 정치시장은 제외되어 있다. 즉 정치인의 경쟁은 가장 철저하게 국제적 경쟁에서 보호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정치시장을 열 수는 있는 것인가? 정치시장을 열어서 경쟁을 시키는 방법은 과연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진정 원한다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방법이 매우 과격하고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상상을 할 수는 있는 노릇이다. 순발상으로 말이다. 여기서부터가 지적인 실험의 시작이다.

***정치시장 개방의 지적 실험**

정치시장을 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한국을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드는 것이다. 사실 한미 FTA를 하게 되면 한국의 제도가 미국으로 갈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고, 대부분 미국의 경제제도 및 기타 스탠더드가 한국에 오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한국시장과 미국시장의 차이를 상당부분 좁히게 된다. 거대자본을 가진 미국이 한국의 우량기업을 상당부분 지배할 것이고, 따라서 한국의 우량기업(어느 나라 기업이라고 정의하기도 어려워질 것이지만) 경영에도 상당히 관여할 것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미 FTA는 사실상 정치 이외의 대부분의 미국제도를 한국에 도입하게 되어 실질적으로 한국을 미국의 51번째 경제적 주(state)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아무도 미국이 한국의 거대 도(道)가 될 것이라는 (경상도와 같이 미국남도, 미국북도가 생길까?) 순진한 상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미국의 한 주가 되는 것이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면 (미국의 선진제도와 기법을 도입하고, 선진기업과 경쟁하게 되니까) 정치적으로도 미국의 한 주가 되는 것이 한국 정치의 경쟁력을 높이게 된다. (미국 정치의 선진적인 제도와 기법을 도입하고, 선진 미국 정치인과 경쟁을 하게 되니까).

문제는 정치시장을 개방하게 되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계속 존속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국가가 국민 보호와 복지와 번영을 위해 존재한다면, 한국 대신 미국이 민주적인 정치체제에서 그러한 역할을 할 것이므로 우리가 민족이라는 가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y)를 잠시 해체하고 다시 한번 가상의 공동체를 미국과 함께 만든다면 아주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선진적인 미국 정부가 한국의 국방과 경제, 복지를 책임질 터인데 그까짓 이름이 뭐 그렇게 중요한가? 이미 이민이라는 제도를 통해 국가의 이름보다는 실리를 찾아 이주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 아닌가? 한국 국민이 그냥 선진국의 일원이 될 것이니, 요즘 유행하는 "선진화" 담론이나 운동도 필요 없다. 미국에 편입되면 선진화는 그냥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자주국방, 한미동맹 강화 등도 걱정할 필요 없다. 그냥 해결된다. 영어교육, 해외유학, 특별히 애쓸 필요 없다. 자연스럽게 영어 배우고, 미국교육 받게 된다.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정부혁신 및 개혁도 자연히 될 터이고, 기업의 불법로비, 대선자금, 기업지배구조, 언론개혁 등 대부분의 목표들이 다 달성될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제를 따라 하는 개헌도 자연히 될 터이고, 대북정책 및 대중국정책에 대한 한미간의 공조문제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내치 및 외교 수준이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현실성이 없는 가공의 시나리오지만 지적 실험을 위하여 여하튼 이러한 이익을 고려하여 한국이 미국과 통합하여 정치시장 개방을 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이러한 가정 하에서 한국의 정치시장에 어떠한 결과가 발생할 것인지 추론해 보자.

한미간에 정치시장이 개방되어 한국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된다면 현재 대다수의 한국 정치인들은 실업자가 될 것이다. 우선 영어와 한국어를 공히 잘 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상당수의 정치인이 걸러진다. 그리고 미국의 역사와 문화 및 다양한 제도에 대하여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거나 기간이 짧다면 경쟁력이 없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유학하였거나, 미국의 교포인 사람들이 한국이라는 새로운 주의 정치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왕의 선거조직, 문화 등등이 미국의 정치제도에 따라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부분 와해되거나, 불법화되거나, 아니면 변화되어 정치지형에 상당한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정치시장이 개방될 때 누가 가장 먼저 머리에 띠를 두르고 반대할 것인가? 바로 지금 한미 FTA를 가장 먼저, 강하게 주장하거나 아니면 침묵하고 있는 정치인들이다. 자신들은 경쟁에서 보호되고, 다른 한국 사람들은 모두 신자유주의 시장 안의 경쟁 속으로 몰고 가는 정치인들은 너무나도 이기적이 아닌가? 남의 일 보듯,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정책을 끌고 가는 이유는 자신들은 보호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차라리 정치시장이 개방되어 정치인의 경쟁이 열리고, 똑똑한 교포나 2세, 3세 정치인들이 한국이라는 미국의 1개 주를 통치하여 이곳의 주민을 선진적으로 보호해 주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농담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마 정치시장만 보호하고 경제시장을 열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 사회적 갈등이 심해져 오히려 지금 한국의 정치시장에는 더욱 큰 장이 서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정치인들과 한국의 관료들이 설마 이러한 상황을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수수께끼에 봉착한다. 정치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정치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면 왜 우리는, 그리고 경제전문가들이나 경영인들은 정치시장을 개방하자는 말을 못 할까? 왜 한국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지 못할까? 우리가 원하는 대부분의 것을 미국과의 통합으로 달성할 수 있는데 왜 주저하는 것일까? 한미 FTA는 주권과 실익 사이에서 주권을 좀 버리고 실익을 얻자는 것인데, 정치시장마저 개방하여 주권을 버리고 실익을 더 얻을 수 있다면 주권까지 버릴 수는 없는 것일까? 유럽은 유럽통합을 통하여 주권을 어느 정도 버렸고, 미국도 역사적으로 다른 개별적인 주들이 합치면서 (주권을 버리면서) 새로운 국가를 형성하지 않았던가? 왜 주저하는 것일까?

주저하는 이유는 우선 민족주의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전통과 역사를 가진 한민족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없애고 미국인이 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한국을 버리고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은 다 뭔가? 그들이 지금 한국인보다 민족주의 의식이 약해서 미국으로 국적을 바꿨나? 지금 한국에 남아 있는 한국인들이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 보다 훨씬 애국적이고 민족주의적인가?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이민간 이들은 아마도 한국보다 미국정부가 본인들의 실익을 더욱 보장해 줄 것이라는 이유로 이민갔을 가능성이 크다.

주저하는 두 번째 이유는 아마도 차별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어도 못하고, 피부색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습관도 달라서 미국 사회에서 상당수의 한국인들이 차별받고, 그렇게 되면 고용 및 여타 취업, 출세 기회가 박탈당할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이미 자신들도 먹고 살기 힘든데, 거기에 이질적인 한국인이 들어와서 같이 경쟁하려 한다면 미국인들이 가만 놔두겠는가? 실제로 미국의 비주류인 흑인과 히스패닉 중에서 출세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어쩌면 민족주의와 차별 중에서 보다 중요한 이유는 차별, 즉 구조적으로, 원천적으로 다양한 기회를 박탈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한미 통합을 반대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이러한 차별의 문제, 부와 가치의 불공정 배분에서 주민 혹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정치의 기능이다. 그래서 한국인이 미국정치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한국 국민을 차별에서 보호하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부와 가치의 배분에서 기왕의 주류 미국인에게 밀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한국 국민을 보호해 주기 위한 정치인과 정치가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아이러니는 한국 국민을 보호해 달라고 정치인들을 뽑아 주고, 정부에 세금도 내고, 공무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는데, 정작 이러한 선택을 받은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한미 FTA를 통하여 자기들만 보호 받고, 나머지 국민은 미국의 제도와 스탠더드와 엄청난 자본 앞에 무방비로 내몰고 있다. 그리고 묻는다. "그렇게도 자신이 없습니까?"

***정치시장 개방: 미국이 안 받는 이유에 대한 추론**

그렇다면 여기서 좀 더 상상력을 발동해 보자. 정부의 역발상에 대한 순발상이 국민들에게 먹혀서, 그리고 한국의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우리도 경쟁에서 자신있다"라고 선언하면서 한미통합(한미합방이 더 맞는 표현일 듯)을 미국에 제시했다고 하자. 이제부터는 한미 FTA의 협상이 아니라, 한미통합의 협상에 들어간다. 과연 미국이 이에 응할 것인가?

현재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미국은 거절할 것이다. 왜냐하면 통합의 코스트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의 복지수준과 제반 수준을 미국의 수준으로 올려야 하고, 국민소득을 미국의 수준에 맞추어야 하니 미국은 대단한 경제적 지불을 하여야 한다. 통합시 환율을 조정하여 일거에 국민소득을 높인다 하여도 이러한 변화에 한국의 제조업체가 얼마나 경쟁력있게 미국의 기대에 부응할지 매우 불확실하다. 그리고 통합 이후의 다양한 정치적 소요, 반미데모(경우에 따라서는 조직적 저항운동과 테러 등이 난무할 것임), 그리고 장거리 영토의 통치에 필요한 거래비용 등 얻게 되는 이익보다 지불해야 할 코스트가 훨씬 클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 미국이 한국의 복지 및 소득 수준을 정책적으로 올리지 않으면서 한국으로부터 통합에 준하는 상당한 혜택을 얻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한미 FTA를 하게 되면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의 대부분의 제도와 스탠더드가 한국으로 수입되어 한국은 미국의 한 주에 준하는 사회경제체제를 갖추게 된다. 그리고 한미동맹, 전략적 유연성, 한미 무기체제의 상호호환성, 한미연합전력, 그리고 강건한 한미동맹파에 의해 한국은 이미 미국의 세계전략상 전진기지가 되어가고 있고 북한의 위협이 감소할수록 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언어에 있어서도 한국에서 한국말 잘 하는 사람보다 영어를 더 잘 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도록 대세가 형성되었다. 세계화가 진행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이는 역차별이 아닐 수 없다. 영어 유치원에서부터 이미 창씨개명(엄밀하게 말하면 창씨는 아니지만 개명은 하고 있다)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고, 금융가에서는 웬만한 국제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다 이미 개명을 했다. 한국 교육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가정의 해체(소위 기러기 아빠 현상)를 불사하며 엄청난 돈을 미국의 학교에 쏟아 붓고 있으며, 이미 미국에서 조기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귀국하여 한국의 주요 금융, 서비스 업종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금융, 서비스가 앞으로 한국의 성장동력이라고 정부에서 말하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 문화는 이미 친숙해져 버렸고, 스크린 쿼터도 축소하였으니 더욱 친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가수 유승준은 군대 안 간다고 쫒아냈지만 교포들이 한국에 가져온 미국적 문화는 연예계와 영어학원가를 통해 널리 유포되고 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 온 상당수의 사회과학자들은 미국의 아젠더를 한국에 와서도 계속 연구하고, 증명해 주고, 또 그것도 모자라서 미국에서 새로운 것이 생산되면 생산되는 대로 바로바로 수입해 준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사회과학 아젠더를 미국화 시켜버린다.

***미국 소프트 파워의 포로가 된 한국**

이상의 현상을 종합해 보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이 일제시대 때 한국에 강압적으로 강요해 하고자 했던 일들을 미국에 대해 알아서 순순히 다 해주고 있다. 그러고도 미국으로부터 반미국가, 배은망덕한 국가 소리 들으면서 더욱 길들여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국제정치에서 말하는 미국의 "소프트 파워"다. 즉 강요를 안 해도 알아서 하게 하는 힘, 무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따라오게 하는 힘이다.

지난 세기 제국주의 이후의 제국은 이러한 "소프트 파워"를 가지고 제국을 건설하고, 식민지를 만들고 경영한다. 지불하는 것은 별로 없지만 가져가는 것은 최대로 또 자연스럽게 문명적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이러한 소프트 파워에 딱 걸려든 것이 한국이고, 또 한미 FTA를 추진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물론 애국심으로 일을 추진하지만 한국에 대한 애국심이 오히려 미국에 대한 애국심으로 귀결되는 메커니즘을 잘 모른다.

하인스 워드가 신문의 1면을 장식하고, 한국인이 교황청의 추기경으로 탄생했다고 신문의 1면을 장식하고, 미국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무조건 반미로 몰리고, 미국에 대해 비판하면 비슷하게 미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무조건 미국을 잘 모른다고 타이르고, 그런 곳이 지금 미국의 소프트 파워 안에 편입되어 있는 한국이다.

자, 그렇다면 한국의 정치인들은 세계화의 시대에, 미국의 소프트 파워의 시대에 그저 전근대적으로 신분상승하고, 출세하고,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 관직에만 등용되면 되는 것인가? 그것이 정치인의 목표인가? 이 험난한 세계화의 시대에 우리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할 것인가?

우리 자신을 믿어야 한다면, 그리고 그렇게도 자신이 없냐고 꾸중을 들어야 한다면, 우리는 아예 미국과의 전방위적 통합을 선택하고 싶다. 정치인도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시키고 싶다. 최소한 미국에서는 공청회도 하고, 협상전략도 공개하고, 절차도 투명하게 진행하며, 보상체계도 마련하는 국회와 정부가 있기 때문이다.

진짜 한국 국민들이 알아서 한국을 미국에 넘기기 전에 한국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은 스스로 정치의 경쟁력을 확립해 주기 바란다. 언젠가는 우리가 미국의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미 FTA, 보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점검해 보자. 지금 저기서 엄청난 쓰나미가 몰아닥치고 있는 것이 안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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