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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체제는 왜 '어린이'에 주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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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체제는 왜 '어린이'에 주목했나?

역사 4단체 연합학술대회 '역사가, 유신시대를 평하다' 열려

지난 10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인혁당 사건은) 판결이 두 개"라며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 이후 유신시대를 둘러싼 역사적 평가가 사회적 논란으로 다시 한번 떠오른 가운데, 연합학술대회 '역사가, 유신시대를 평하다'가 14일 오전부터 서울 종로구 덕성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개최됐다.

학술대회에 참가한 역사 관련 4개 단체(민족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한국역사연구회)는 "최근 유신시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 역사학계의 공식적인 대응을 재촉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학술대회의 의의를 밝혔다

학술대회에 참가한 김보현 동국대 연구교수는 '1970년대 한국 국가의 어린이 육성, 그 전략의 특징과 딜레마'란 주제로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유신시대 박정희 체제하에서 어린이 육성이 중요했던 이유와 어린이 육성이 이뤄진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유신체제가 '어린이 육성'을 중대과제로 내세운 이유는 "어린이는 나이가 어린 만큼 '많은 것들이 미확정'된 사람이다. 게다가 신체적으로 연약하기 때문에 어른의 입장에서 자신의 의도대로 품행을 조절하고 유인하는 것이 수월하다는 편견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체제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기 쉽다는 뜻이다. 실제로 당시 체화된 독재 옹호 이념을 어른이 된 뒤에도 유지하는 이들이 많다.

김 교수는 "'권력행위의 경제성' 또는 '통치의 합리성'이란 척도에서 본다면, 어린이 육성은 해당 지배체제나 지배층에게 중대 과제들 가운데 하나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존재했던 어린이 육성책이 그대로 구현된 장소가 '어린이대공원'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서울시 능동구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은 1970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에 착수해 1973년에 개장했다.

당시 영부인이었던 육영수 여사가 어린이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1969년 육영수 여사는 어린이 복지사업을 목적으로 '육영재단'을 설립했다. 어린이대공원은 이 육영재단의 소유다. 현재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소유다. 한때 동생 박근령 씨와 소유권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어린이대공원은 결코 명랑하고 밝은 분위기의 공간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엄숙함, 심지어 비장감마저 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어린이대공원에 건립된 '이승복 어린이' 동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복 어린이는 1968년 강원도로 침공한 무장공비의 총 앞에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친 뒤 사살당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반공 교육에서 모범 어린이의 상징으로 남아 교과서에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이야기의 진위와 반공교육의 당위성이 논란의 도마에 오르며 1995년 교과서에서 이승복 어린이 이야기가 삭제됐다.

김 교수는 이야기의 사실성 여부는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밝힌 뒤 이승복 어린이가 당시의 국가이념(반공주의)을 위해 목숨을 희생한 어린이 위인으로 재현됐다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이승복 어린이 동상이 "금속성 재질 속에 '충(忠)'이란 가치의 화신으로 구현돼 당대 이후 줄곧 다른 어린이들에게 특정한 메시지의 전달자들로서 기능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가가 '어린이다움'이 소거된 품행을 보통의 어린이들이 기리고 좇아야 할 훌륭한 역할모델로서 제시한 것이다"라며 "당시 국가가 행한 어린이들에 대한 예찬과 사랑의 기본적 전제가 역설적이게도 '어린이의 부정'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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