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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美 대사 사망, 기획된 '제2의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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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美 대사 사망, 기획된 '제2의 9.11'?

리비아 정부, "용의자 체포"

지난 11일(현지시간) 발생한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 영사관 피습 사건을 둘러싼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리비아 당국은 13일(현지시간) 이 사건과 관련 4명의 용의자를 체포하고 이들에게 범행동기와 테러 조직과의 연관성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무스타파 아부 샤구르 리비아 신임 총리는 <AFP>와 인터뷰에서 "용의자들을 체포했으며 그들의 이름과 몇몇 사진들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와니스 알 샤레프 리비아 내무차관은 "이들이 특정 무장단체와 연계돼 있는지,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 등은 아직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은 무장단체가 9·11 테러 11주년을 겨냥해 기획한 것이며, 자신들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반(反) 이슬람 영화를 이용하여 시위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리비아 연합 보안부대원들 가운데 무장단체에 영사관 관련 정보를 알려준 첩자가 있는 것 같다고도 주장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미군을 도와 영사관을 방어했던 '2월 17일 여단'의 파티 알오베이디 대장은 영사관 직원들을 대피시킨 영사관 근처의 안전가옥 위치를 무장단체가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안전가옥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의 벵가지 방문 일정 자체가 대외비였음에도 불구하고 스티븐스 대사가 영사관 건물에 있을 때 무장단체의 공격이 시작됐다는 점도 내부 첩자가 있다는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 지난 11일(현지시간) 피습을 당해 불타고 있는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로이터=뉴시스

미 스티븐스 대사, 기밀문서 파손 중 숨져

미 <CBS>방송은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가 피살되기 직전까지 기밀문서를 폐기하는 작업을 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장단체는 11일(현지시간) 오후 10시쯤 영사관을 공격했고 당시 건물 안에서는 스티븐스 대사가 정보 담당 숀 스미스 및 보완요원들과 함께 기밀문서 폐기작업을 시작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로켓포를 맞은 건물 안으로 보안요원이 들어갔을 때 숀 스미스는 이미 죽어 있었다. 보안요원은 스미스를 건물 밖으로 끌어냈다. 그는 다른 요원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갔지만, 불길이 건물을 덮쳐 스티븐스 대사를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기밀문서와 관련하여 영사관이 보유하고 있던 기밀문서 중 미국을 돕는 리비아인의 명단이 없어졌고 이에 따라 명단에 포함된 이들이 극단주의 단체로부터 공격당할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문서가 무장단체에 의해 탈취된 것인지 스티븐스 대사가 폐기해 버린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스티븐스 대사가 숨진 이후 영사관 내 다른 건물의 교전 중 전직 미 해군 특수전 부대(네이비실) 요원 2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폭스뉴스>는 글렌 도허티(42)와 타이론 우즈(41)가 사망한 전직 네이비실 요원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미 정부가 리비아 주재 미 영사관 피습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신빙성 있는' 정보를 제공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14일(현지시간) 고위 외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국무부가 사건이 벌어지기 48시간 전에 해외의 미국 외교 공관들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 정부가 사전 정보를 받았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심상찮은 이슬람 '반미(反美)'

이번 리비아 주재 미 영사관 피습사건의 도화선이 됐던 영화 <순진한 무슬림들>과 관련, 리비아와 이집트 등 이슬람권의 반미(反美)시위가 급격히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이슬람권의 휴일이자 기도회가 열리는 14일(금요일), 반미 시위가 북아프리카·중동에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이슬람권 국가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튀니지 수도 튀니스 미국 대사관 외곽에서 일어난 반미시위 ⓒ 로이터=뉴시스
13일(현지시간)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4명이 숨지고 3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시위대는 미 대사관 안으로 들어가 성조기를 불태우는 등의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막혀 대사관 내 건물 진입에는 실패했다. 이후 대사관 재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이 발포하면서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에서도 연일 반미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무슬림형제단이 14일 전국 주요 모스크에서 예배를 마친 뒤 반미 시위를 열기로 했다. 이란, 쿠웨이트, 수단, 모로코, 튀니지 등의 이슬람권 국가들에 소재하고 있는 미국 외교 공관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고 팔레스타인 무장파인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유엔본부 앞에서는 이슬람 원리주의자인 '살라피스트'(Salafist)들이 이끄는 시위가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스페인어 케이블TV <텔레문도>와 인터뷰에서 "이집트를 동맹으로도, 적으로도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해 양국 간 갈등의 소지가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카이로 주재 미 대사관 앞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리비아 주재 미 영사관 피습 사건을 강하게 비난하지 않는 데 대한 미국의 불만이 섞인 것으로 해석됐다.

오바마의 이번 발언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미국은 중동 정책에서 이집트가 무라바크 전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미국의 원군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또 이집트 역시 지난해 1.8% 성장에 그친 경제를 살리는데 미국의 지원 및 협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정치 상황이다. 오바마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인사들이 중동정책의 유약함을 공격하고 있어 이집트에 유약한 모습을 보이기 어렵다. 무르시 역시 이슬람권 전체에 반미정서가 번지고 있는 때라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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