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가 4월 6일에서 14일까지 아흐레 동안 서울 신촌의 아트레온에서 열린다. 애초에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시작된 여성영화제는 6회째였던 2004년부터 신촌으로 상영관을 옮겼다. '소수 여성들만의 행사'라는 편견을 깨고 성별과 세대를 넘나드는, 보다 대중적이고 친근한 영화제로 변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여성영화제, 품을 넓히다**
여성영화제는 그 특성상 여성들을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제7회 서울여성영화제가 92.1%의 평균 좌석점유율을 기록하고 지난 2월 1일 문화관광부 평가 결과 우수영화제로 뽑히는 등의 성과를 올린 것은 서울지역 20~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두터운 관객층 덕분이다.
또 관람객의 만족도가 높아 관객의 과반수 이상이 과거 여성영화제 참석 경험이 있는 고정 관객층이라는 점도 이러한 성과의 한 요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성영화제를 주최하는 '여성문화예술기획'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관객의 88%는 여성이었고, 12%만이 남성으로 나타났다. 이는 1회 때에 비해 여성은 10%포인트 증가하고 남성은 10%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여성주의적 시각의 확산이라는 목적을 가진 여성영화제가 남성과 공유하는 장으로 형성되지 못했음을 뜻한다.
또 연령별 관객 비중은 20대 73%, 30대 13%, 10대 12%, 40대 2%였다. 관객의 73%가 만 20세에서 만 29세에 이르는 젊은층이며, 95%가 대학생 이상의 학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영화제가 젊은층 중에서도, 특히 고학력자들에게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음을 뜻한다.
그리고 전업주부는 2.0%에 그쳐 주부들이 참여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영화제 주최 측은 이를 "여성영화제의 홍보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주부 관객층이 선호할만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주부들을 위한 시설조건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어린이놀이방을 준비하고 '수준 높은 출품작'만 즐비한 영화제에서 벗어나 여성들이 여성주의의 문화를 즐기고 현실의 문제를 영화로 풀어내는 '축제' 성격을 강화했다. 실제로 모녀, 부녀, 배우자 등 가족동반 관람층이 확대되는 추세이며, 신촌으로 옮긴 후 일반 대중의 관심이 늘고 있다는 평이다.
(사진1)
***'어려운' 영화제에서 '함께 즐기는' 축제로**
영화제가 하나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놀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수적이다. 제8회 여성영화제는 일정에 따라 영화만 상영해 온 기존의 영화제 형식에서 탈피해 상영관 내에 여러 아이템들이 전시되는 공간도 마련됐다.
이번 영화제의 공간연출은 크게 '감독 특별전'과 '아프리카 특별전', 그리고 '한국영화 특별전'으로 나뉜다. 한 명의 여성감독을 선정하여 그의 영화세계를 심도있게 조명하는 '감독 특별전'에서는 '안토니아스 라인'으로 잘 알려진 마를린 호리스 감독이 다뤄진다. 자매, 모녀 등 여성들의 관계와 주체적인 여성상에 주목해 온 마를린 호리스 감독의 시나리오 내용을 발췌해 벽면이나 바닥에 전시한다. 아프리카 특별전에서는 아프리카와 관련된 설치미술과 사진합성,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등이 그 내용을 구성한다.
이번 여성영화제에는 박광수 감독의 〈베를린 리포트〉,〈그들도 우리처럼〉과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 여균동 감독의 〈세상 밖으로〉가 상영된다. 이들 작품에 출연한 영화배우 심혜진 씨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남성이 요구했던 여성 이미지, 여성의 스타성 등이 무엇이었는지를 짚어보려는 취지에서다.
'한국영화 특별전'이 열리는 '열린 광장'은 이러한 내용을 관객들이 함께 생각해보는 공간으로 마련되었으며, 영화제 기간 동안 배우 심혜진, 감독 이혜란 등과의 토크쇼도 열릴 예정이다.
3만 원으로 9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티켓 패키지 상품인 '우피스 매니아'와 개막식 입장권이 매진되는 등 벌써부터 호응이 높다. 여성영화제 관람티켓은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 홈페이지(www.wffis.or.kr)에서 예매할 수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