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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샘, 아르잔 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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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샘, 아르잔 수우

서길수 교수의 '알타이 답사기' 〈10〉

***까뚠강을 따라 추야도로를 달린다**

박물관에서 알타이에 관한 노래CD, 책 따위를 사고, 바로 알타이공화국 정부 청사 1층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뷔페식으로 원하는 음식을 골라서 먹는데, 돼지고기, 국 같은 음식들은 우리 입맛에 맞았고. 특히 자작나무에서 나온 물로 만든 쥬스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이한 음료수였다.

깔다구에 물린 곳이 부어오르더니 진물이 나기 시작한다. 알레르기 약을 사 먹었지만 작년 생각이 나서 걱정이다. 작년 바이칼에서 벌레에 물려 병원까지 가서 치료 받았으나 아주 고생했던 악몽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오후 2시 반, 고르노 알타이스크를 떠났다. 까뚠강을 따라 잘 다듬어진 추야도로(M-52)를 달리다보면 점점 진정한 알타이의 숨결을 느끼기 시작한다. 얼마 안가서 우리에게 추야도로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에 다다른다. 정확하게 떠난 지 1시간 만에 도착한 곳은 까뚠강 가에 세워진 자그마한 기념탑이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 468㎞(추야도로 가에 서 있는 이정표에는 모두 노보시비르스크에서부터 잰 거리가 적혀 있어 앞으로 이 이정표를 기준으로 하려 한다), 가장 남쪽 도시인 따샨따에서 495㎞ 지점이다. 이곳은 흘러내리던 까뚠강이 체레판산(Cherepan, 776m)에 막혀 심하게 구부러지면서 흙이 쌓여 델타지역을 형성한 곳이다. 제법 넓은 곳에 주차장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쉬어가기 때문에 장사들도 있다.

이 기념탑은 알타이 지도를 만든 위대한 작가이며 탐험가인 뱌체슬라푸 쉬슈코푸(Vyacheslavu Shishkovu)의 동상이다. 쉬슈코푸는 1909년부터 1913년까지 오비, 차리쉬, 비야 같은 강과 호수를 조사하는 학술 탐험대에서 일했다. 1913년 5월에는 톰스크주 교통통신국의 엔지니어로서 비스크에서 몽골 국경까지 국도를 놓기 위한 준비 탐험대를 주관했다. 알타이의 동맥인 추야국도의 건설은 그의 기획 아래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 국도 건설은 1차세계대전으로 중지되었다가 소련정권 아래서 완성되었다. 추야도로가 지금은 잘 닦여진 아스팔트 길이지만 옛날부터 러시아와 몽고를 이어주는 유일한 무역 길로 아주 어렵고 위험한 길이었다. 이 길의 역사는 국도가 형성된 100년을 훨씬 넘어 알타이 역사와 함께한 무역로였기 때문에 알타이에는 이 길 자체가 명승지라고 할 수 있다.

쉬스코푸는 "우울한 강"을 비롯한 많은 저서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어 러시아에서는 오히려 작가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현재의 동상은 더 유명하다. 지금의 동상은 1973년 조각가 미로노프가 만들었는 동상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나는 알타이를 아주 사랑한다. 매년 나의 사랑은 더 커진다."

꾸바레프 교수는 바로 건너편에 있는 발굴장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얼마 전까지 발굴이 진행되고 있었던 곳인데 현재는 비가 많이 와서 중단된 상태였다. 2군데 정도 트렌치를 설치하여 땅거죽을 걷어낸 상태에서 돌무지들이 드러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주위에서도 쉽게 돌무지들이 눈에 띄었는데 모두가 꾸르간(여기서는 무덤을 꾸르간이라고 한다)이며 폭은 약 5m정도로 그리 큰 규모의 것은 아니었다. 안내 표지판에는 기원전 3~4세기 것으로 적혀 있었다.

이 동상이 있는 곳에서 산모퉁이만 돌면 바로 만제록(Manzerok)이라는 마을이다. 만제록은 1850년 러시아 이주자들이 건설한 마을로 까뚠강과 만제록호수 덕분에 휴양지가 되었다.

그림 15) 발굴 중인 꾸르간

이정표 고르노알타이스크(Gorno Altaisk)-6㎞-마이마(Maima)-19㎞-소우에가(Souega)-15㎞-만제록(Manzerok)

***황금의 샘, 아르잔 수우**

쉬슈코푸 동상에서 9㎞, 만제록 마을에서 7㎞를 더 가면(477㎞) 갑자기 길가에 많은 차들이 늘어서 있는 곳을 볼 수 있다. 마을이 있는 곳도 아닌데 이처럼 차들과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것은 바로 흐르는 샘물 "아르잔 수우" 때문이다.

아르잔이란 알타이말로 '샘'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알타이에는 이곳뿐 아니라 텔레츠코예 호수를 비롯하여 '아르잔'이란 이름을 가진 샘이 많이 있다. '여행자의 샘','황금의 샘', '신성한 물의 샘'이라고도 불리는 아르잔 수우의 샘에서 나온 물에는 은, 구리 그리고 다른 광물의 혼합물이 들어 있어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물에는 철이 4mg/L 함유되어 있는데 이것은 에센투끼(까프까즈의 광천수)와 보르좀(역시 유명 광천수)같은 세계적인 샘물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다. 이곳은 이미 작년에 들려 샘물을 마셔 보았는데 말이 샘이지 작은 계곡물처럼 흘러내린다. 그러나 모두 샘에서 솟아 오른 물이라고 하니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상상이 갈 것이다.

계곡 물가에는 하얀 리본들로 장식된 샤먼나무들을 볼 수 있다. 아르잔 수우는 여행객들에게만 인기 있는 곳이 아니라. 고르노-알타이에서 신혼부부들도 자주 오는 곳이다. 길을 따라 다양한 알타이의 기념품을 살 수 있는데 상당히 선택의 폭이 넓다. 나무 수공품(주로 자작나무), 느릅나무와 돌, 알타이에 대한 비디오와 부적도 있다. 아르잔-수우 샘은 국가 자연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대부분의 온천에 전설이 있듯 이곳 아르잔-수우에도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어느날 사냥꾼이 산에서 사냥을 하다가 순록(마랄)에 상처를 입혔다. 하지만 그 짐승은 쓰러지지 않고 빠르게 뛰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귀한 뿔에 눈이 먼 사냥꾼은 눈 길을 따라서 순록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피를 많이 흘린 순록은 아르잔-수우까지 도망쳐와 샘으로 뛰어 들었다. 사냥꾼이 순록을 뒤따라 내려오는 사이에 순록은 물에서 뛰어나와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기적을 목격한 사냥꾼은 말린 연어를 샘 속에 던졌더니 말린 연어가 지느러미를 가볍게 움직이더니 이내 헤엄치기 시작했다. 사냥꾼은 수달 가죽을 물에 던졌더니 수달이 물 위로 떠올라 연어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사냥꾼은 아르잔-수우가 누구에게나 힘과 생명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과 같은 친근한 이 전설은 시베리아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많이 퍼져 있는 이야기이다.

그림 16) 샘 입구 상가

그림 17) '아르잔 수우' 카페

그림 18) 흐르는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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