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 13일 "한양주택에 대한 은평 뉴타운 개발사업이 주민들의 행복추구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내용의 진정을 기각한 데 대해 한양주택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위는 서울시와 공사주체인 SH공사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기각결정을 내렸다"며 "인권위라면 법과 절차만을 따질 게 아니라 주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인권위의 기각결정 철회와 재조사를 촉구했다.
***"법에 정해진 요식절차만 거치면 인권침해는 없는 것인가"**
지난 13일 인권위는 한양주택 주민들의 진정을 기각하면서 그 이유로 △서울시의 은평뉴타운 개발사업이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공익사업이며 △(서울시와 SH공사가) 광범위한 주민의견 수렴과정 및 동의절차를 거친 점을 고려할 때 인권침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여한 한양주택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이러한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소위 '주민동의 절차'는 형식적이었을 뿐 아니라 주민들을 기만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는데도 인권위는 서울시와 SH공사의 일방적인 해명만을 받아들여 주민들의 진정을 기각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직도 60%의 주민들이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면 최소한 주민의견 수렴절차나 동의가 부족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느냐"면서 "만약 인권위가 한양주택 주민들에 대한 단 한 차례의 조사만 실시했더라도 기각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법과 절차라는 잣대로 단지 정해진 요식절차를 거쳤기에 침해가 없다는 것은 스스로의 인권 감수성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인권위는 주민들의 행복추구권, 주거권, 문화권 등의 기본권과 삶의 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토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인권위 존재근거 자체를 부정하는 결정"**
한양주택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기각 결정이 인권위의 존재근거 자체를 부정할 뿐 아니라 인권위 활동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이번 결정은 얼마전 인권위 스스로 비전 선포식을 통해 밝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활동목표를 한낱 공수표로 만드는 결정"이라면서 "거주권, 행복 추구권, 문화권 등 미래지향적이고 생활친화적인 인권정책에 매우 부정적인 선례를 남겼을 뿐 아니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폐해를 낳고 있는 뉴타운 개발 사업을 '공익사업'으로 포장해주는 오류마저 범했다"고 지적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인권위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동성애자 인권 문제 등에서 현행 법의 테두리를 넘나들며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보장해 왔지만, 이번 결정은 인권위의 명예를 훼손시킬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인권위가 이번 결정과 같은 기준으로 인권 침해여부를 판단한다면 인권위의 존재가치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