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이하 중앙대)가 대학 서열화 조장 논란에 휩싸였다. 중앙대는 지난 2월 발표한 '장학금 지급에 관한 시행규칙'에서 중앙대 졸업생 및 중앙대보다 상위권으로 평가받는 대학 출신 신입생에게만 대학원 석사과정 성적장학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중앙대는 <중앙일보>의 대학평가를 기준으로 삼아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방침을 시행해 왔다. 2011년 <중앙일보> 대학 평가에서 중앙대는 포항공대, 카이스트,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 이어 10위에 올랐다.
규정대로라면, 중앙대를 포함한 상위 10위권 안에 들지 못한 대학 출신의 중앙대 대학원생은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성적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중앙대의 이러한 규정이 "대학 서열화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제도"라고 말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은 13일 논평을 통해 "중앙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성적장학금 제도가 인권적, 교육적 측면에서 커다란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만큼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이러한 제도가 헌법 11조에서 보장하는 '평등권'에 위배된다며 "중앙대는 사립대학이지만 국가의 공공재정지원을 받기 때문에 공적 기관이다. 이러한 공적 기관에서 쓰는 재정의 혜택을 받을 기회를 사회적 신분에 의해 일정한 사람들에게 원천봉쇄하는 것은 헌법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은 국가의 재정보조를 받는 교육기관으로서 공적 기관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장학금은 오로지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지급돼야 한다"며 성적에 따라 가난한 학생이 교육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수도 있는 현 상황을 비판했다.
언론사마다 연례행사로 발표하는 '전국 대학 평가'의 공신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임 연구원은 "대학 구성원들조차도 <중앙일보> 평가에서 순위가 높게 나왔다고 하면 좋아하고 그렇지 못하면 심각한 문제가 있는 듯이 일희일비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중앙대의 학벌 서열화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에도 '서성한중급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중앙대 관계자가 홈페이지에 중앙대가 '중경외시'급에서 '서성한'급으로 올랐다며 자축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중경외시'는 중앙대, 경희대, 외국어대, 시립대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서성한' 역시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를 지칭한다. 해당 대학의 입학 가능 점수권에 따라 대학의 '레벨'을 나눠 서열화할 때 쓰는 은어다.
위의 글이 중앙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후 대학 관계자가 학벌 서열화 인식을 고착화하는 단어를 공개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한편 중앙대 관계자는 "앞으로 그 규정(대학원 석사과정 성적장학금)을 바꾸기 위한 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라 해당 규정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다"며 "아마 바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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