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불출마 종용' 의혹에 휩싸였던 새누리당 정준길 전 공보위원이 12일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하던 당시 승용차를 몰았다던 당초 주장을 번복하고 택시 탑승 사실을 시인했다. 최근 자신을 직접 태웠다는 택시기사의 증언이 나온 데 이어 민주통합당이 블랙박스 조사에 착수하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정 전 위원의 시인으로, '안철수 불출마 협박' 의혹을 둘러싼 진실 공방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이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정 전 위원은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을 복기하면서 자료를 취합하다 보니 차량을 선거사무실에 둔 것으로 착각하고 광진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가서 주차장에 있던 제 차량을 타고 여의도 사무실에 갔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지역 사무실을 오가면서 두 번에 걸쳐 택시를 이용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자회견을 한 분의 택시를 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제가 의도적으로 제 차량을 운전하면서 태섭이와 통화하였다고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라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엉겁결에 승용차를 직접 몰고 출근했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만약 기자회견 당시 제가 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하려고 하였다면 혼자 있던 차안에서 통화했다고 말하는 것보다 택시 안에서 통화하였으며 기사분이 계신 상황에서 어떻게 협박을 할 수 있었냐고 하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 전 위원은 승용차를 직접 몰고 출근하며 금 변호사와 통화하며 불출마 종용이나 협박 등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10일, 정 전 위원 통화 당시 그를 태웠다는 택시기사 이 씨가 등장했다. 이 씨는 라디오에 나와 "4일 오전 7~8시 건대역 근처에서 택시를 타 목적지를 말하지 않고 '쭉'이라고만 얘기한 뒤 통화를 하다가 광진경찰서 앞에서 내렸다"며 "당시 정 위원이 '안 원장에게 대선 출마하지 말라고 해라. 대선 나오면 죽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전 위원은 지난 11일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해명할 예정이었으나 방송 직전 차 사고가 나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 일각에선 그가 해명할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고를 낸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12일자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정 전 위원은 서울대 법대 86학번 동기들을 만나서도 안 원장에 대해 같은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한 날, 그는 광화문 일대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과 만나 "안 원장은 출마하면 안 될 사람"이라며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법대 86학번인 한 변호사는 "그날 참석했던 동기들이 정준길의 말을 듣고 나에게 전화를 걸어 '이래도 되느냐'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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