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한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에 대해 국회의원직 사퇴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등 다른 정당들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의 여성 초선 의원들까지 최 의원의 제명 등 "납득할 만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어 칼자루를 쥔 박근혜 대표의 결정이 주목된다.
***"당 이미지 더 떨어지기 전에…" **
김애실, 박찬숙, 이계경, 진수희 등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은 27일 박근혜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를 연달아 방문해,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껴안는 등 추태를 부린 최 의원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최 의원은 이미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과 공천심사위원장 등 당직을 내놓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여성 의원들의 판단이다.
진수희 의원은 개인 성명을 발표해 "최 의원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의원직에서 즉각 물러나야 하며 자진사퇴하지 않는다면 당 지도부가 출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그날 술자리에 동석했던 당직자들도 책임을 지고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며 "이 기회에 한나라당은 폭언, 폭행 등으로 의원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선 모임인 '푸른모임'의 권영세, 임태희 의원도 박 대표를 만나 최 의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요구했다.
이들 의원들은 의원직 사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당의 이미지가 더 이상 실추되기 전에 당 차원에서 국민들이 모두 납득할 만한 아주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박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최 의원에 대한 징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계진 대변인은 "의원직 사퇴 등 거취는 개인이 선택할 일이 아니냐"며 곤혹스러워했다.
***"전자팔찌 채워야 할 사람, 최 의원 아닌지…" **
당 밖의 압박은 좀 더 거셌다. 법사위원장을 지냈고 가정폭력방지법을 제정해 여성단체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던 최 의원의 경력은 이제 멍에가 됐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최 의원은 국회의 품위와 명예를 훼손한 것에 책임을 지고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박 대표는 진상을 즉각 공개하고 그가 공직에서 사퇴하도록 조처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노 부대표는 최 의원이 "기자가 아니라 술집 주인인 줄 알았다"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음식점 여주인은 성추행해도 된다는 말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분에 대한 인격을 무시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나라당이 제안한 성폭렴범에 대한 전자팔찌를 최 의원에게 씌워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원내 수석부대표 역시 "이 사건에 대해 여성으로 느끼는 절망과 고통을 이해한다면 박 대표가 최 의원의 사퇴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부대표는 "법사위원장을 지낸 최 의원은 이번 행위가 민법에 저촉되는 행위임을 스스로 잘 알 것이니 스스로 사법적 처벌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최 의원이 국회의원직으로 남아있는 것은 지역구민에 대한 기본적 예의가 아닐 뿐 아니라 자신에게 감사패를 준 여성단체에도 심각한 누를 끼치는 일"이라며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는 길만이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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