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연희 사무총장이 〈동아일보〉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을 지고 26일 사무총장과 공천심사위원장 등 모든 당직을 사퇴했다.
이 사건은 지난 24일 최 총장을 비롯해 박근혜 대표, 이규택 최고위원, 이계진 대변인 등 한나라당 지도부 7명과 〈동아일보〉의 임채청 편집국장, 이진녕 정치부장, 한나라당 출입기자 등 7명이 상견례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27일자 〈동아일보〉는 "저녁식사 후 박 대표와 임 국장이 먼저 자리를 뜨고, 나머지 참석자들이 노래방 시설이 갖춰진 주점으로 자리를 옮겨 술자리를 갖던 도중 최 총장이 갑자기 자신의 옆에 앉아 있던 본보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고 두 손으로 가슴을 거칠게 만졌다"고 전했다.
여기자는 즉각 최 총장의 행위에 항의를 하며 자리를 떠났고, 최 총장은 사건 경위를 따지는 기자들에게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해 실수를 저질렀다.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최 총장의 행위가 묵과할 수 없는 범죄라는 판단 아래 박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에게 당 차원의 응분의 조치를 요구했고, 한나라당은 26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최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검찰 간부 출신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3선 의원인 최 총장은 함께 맡고 있는 5.31 지방선거 중앙당 공천심사위원장직도 사퇴했다.
박 대표는 25일 피해를 입은 여기자에게 전화를 해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싶었다. 제가 대신해서 백배사죄 드린다"고 사과한 데 이어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대표로서 이런 일이 생긴데 대해 국민들께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아흔아홉 번 정성을 다하더라도 한 번의 잘못된 언행으로 무너지는 것이 신뢰의 특징"이라며 "우리 모두가 철저하게 반성하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한나라당에서 국민의 지탄을 받을 일이 여러 번 일어나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당부하는 박 대표의 표정에는 당혹감이 가득했고, 이재오 원내대표 등 다른 당직자들은 굳은 표정 속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