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용산역을 지나는 열차들은 모두 경적을 두 번씩 울렸다. 이날 새벽 6시부터 용산 차고지 지붕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철도 해고자 10명을 지지한다는 표현이다.
이 차고지 지붕은 지상에서 7미터 높이에 있고, 빗물이 고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얼핏 봐도 위험해 보이는 이곳에 10명의 해고자들이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재 철도노조에는 67명의 해고자들이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 1994년 해고자 1명을 비롯해 2000년 2명, 2002년 14명, 2003년 50명 등이며, 2003년에 해고된 50명은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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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철도 민영화가 대량해고의 도화선"**
철도노조는 "해고자들은 대부분 열차의 안전과 철도경영의 투명성,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다 해고됐다"며 "특히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철도 민영화가 대량해고의 도화선이 됐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또 2003년 이후 해고자들의 해고사유와 관련된 6월 파업에 대한 책임과 관련해 지난해 말 서울고등법원이 정부의 책임을 60% 인정했다는 점을 들며 철도공사가 해고자 복직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 측은 "해임된 자는 3년 안에 복직할 수 없고, 파면된 자는 5년 안에 복직이 불가하다"는 사규를 들어 67명 중 11명의 복직만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다음달 1일 해고자 복직과 함께 철도의 상업화 중단과 열차안전 확보를 요구하는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철도노조는 지난 14일 공사와의 정기 단체교섭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서울지하철노조, 전국택시연맹, 화물노조 등 3개 운수연대와 함께 공동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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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사장의 태도 변화를 요구한다"**
지붕 위에서 투쟁하고 있는 10명 중 9명은 2003년 6월 28일 '철도 민영화 철회 및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이던 당시 철도청에서 단행한 징계로 해고된 이들이다. 당시 철도청은 76명의 해고를 포함해 총 510명을 징계하고 8138명에게 서면 경고를 내렸으며, 노조를 상대로 75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까지 했다. 공공부문에서는 유례가 없는 대규모 징계였다.
이번 농성을 총괄하고 있는 김갑수 씨는 "지난 16일 이철 철도공사 사장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착잡했다"며 "이철 사장이 말한 '고속철도 건설 부채는 정부가 갚아야 한다'는 주장은 2003년 당시 우리의 주장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철도 노동자들은 철도 민영화 반대, 공무원 연금 승계, 고속철도 건설부채 정부 인수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김갑수 씨는 "철도산업의 발전을 위해 외치고 몸소 실천했던 장본인들은 해고라는 굴레에 묶여 생활고까지 겪고 있다"며 "이철 사장이 성의 있는 입장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철도노동자의 투쟁은 철도산업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투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철도공사는 어린이, 청소년,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요금할인을 축소, 폐지하고 있다"면서 "공사는 서비스의 질을 약화시키고 열차안전을 위협하는 철도 상업화를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 복직투쟁 중인 해고자들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다시 서비스의 질과 철도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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