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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외교각서에 대통령 지침 철저히 반영했다"

[위성락 주미공사 기고] 전략적 유연성 논란에 부쳐

외교통상부가 지난 2003년 10월과 2004년 1월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외교각서를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미국과 주고받았고, 사후보고를 하면서 '바꿔치기' 된 거짓 문안을 제출했다는 논란에 대해 이 과정의 핵심에 있었던 위성락 주미공사가 해명의 글을 보내왔다.

위 공사는 2003년 당시 외교부 북미국장에 재직하면서 전략적 유연성과 주한미군 이전을 논의했던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 우리측 대표단의 주요 일원으로 활동했고, 그해 10월 직접 외교각서를 미국에 전달한 당사자다. 위 공사는 그 후 2004년 1월 NSC 정책조정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2004년 8월 주미공사(1급)로 승진해 미국으로 나갔다.

국정상황실은 2005년 3-4월 조사에서 '보고 누락'과 '바꿔치기'의 당사자로 위 공사를 지목하면서, 그같은 인물이 승진한 것에 대해 "중차대한 사실에 대한 보고 누락 또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 행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출세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외교안보 라인의 기강 훼손 및 난맥상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위 공사는 아래 해명글에서 국정상황실의 그같은 문제제기를 중심으로 진행된 최근의 논란에 대해 "판결이 아닌 (국정상황실의) 고발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판결이란 정동영 당시 NSC 상임위원장 주재로 2005년 4월 6일과 15일 열렸던 '5인 위원회'의 전략적 유연성 협상 과정 검토회의를 지칭한다. 이 회의에서는 전략적 유연성 협상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었고, 국정상황실은 이에 반발해 몇 차례 후속 문건을 더 작성하기도 했다.

위 공사는 결론적으로 한국이 2003년 10월 미국에 전달한 외교각서는 3개월 전인 그해 7월에 나온 대통령의 지침을 충실히 반영했고, 2004년 1월 미국이 제시한 외교각서는 우리측의 외교각서와 인식차가 커서 더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그 뒤 1년간 '덮어지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03년 7월에 나왔다는 대통령 지침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또 위 공사의 주장대로 대통령과 관계부처 등이 모두 사전 조율된 상황에서 대미 협상이 진행됐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그런 맥락과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그에 따라 미국측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해 온 상황 등은 여전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위 공사의 글을 통해서는 2005년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NSC 간의 '각서 바꿔치기' 논란 과정에서 미국측에 수교된 각서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주한 미대사관으로부터 관련 문건을 다시 받아보았다는 내용 등 새로운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정상황실의 조사 문건을 입수해 공개했던 〈프레시안〉은 위 공사의 해명글 전문을 아래와 같이 게재하면서, 2005년 국정상황실 조사 당시 관계자들 또는 관련 학자들의 진척된 문제제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전략적 유연성, 무엇이 진상이었나**

기밀 문건 유출로 촉발된 전략적 유연성 논란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진정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본인과 동료 후배 등 관련자가 입은 명예손상이나 인격모독은 컸다.

그렇게 된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로, 담론이 유출된 국정상황실 문서를 중심으로 진행되다보니 특정 개인이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담론이 시종 첨예한 정치투쟁의 양상을 띠었으므로, 정치인이 아닌 공직자로서 이 논란에 끼어들어 적극 해명하기 어려웠던 점도 피해를 키우는 데 기여하였다. 문서 유출 자체가 의도를 가진 공세의 성격일진대, 공무원 신분으로 이에 대응하였다가, 사태가 어디로 비화될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다들 자제하고 있었는데, 그 결과로 개개인은 근거 없는 오해에 시달렸고, 사실이 아닌 주장(accusation)이 버젓이 사실(fact)로 자리잡게 될 소지까지 생겼다.

이제 상황이 진정됐으니, 차분히 그간의 경과를 돌이켜, 사실을 명확히 하고, 특히 당시 외교부에서 본인과 같이 이 문제를 바르게 다루려고 분투한 개개인의 명예를 되살려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우선 이 사안을 보는 기본적인 접근에 관해 문제를 제기코자 한다. 작년 정부 내에서 있었던 전략적 유연성 논란은 마치 재판 과정처럼, 먼저 국정상황실의 문제제기(고발)가 있었고, 이에 대한 NSC 의 해명(변론 1)이 있었으며, 외교부의 해명(변론 2)도 있었다. 그런 후, 최종적으로는 제3의 기구가 내린 조사결과 판단(판결)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관련 부서가 이 판결을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 건을 균형있게 보려면, 판결을 중심으로 담론을 전개해야 하는 것이지 고발을 중심으로 하면 치우친다는 것이다. 당연히 고발은 누군가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제 막 고발이 제기되었다면 모를까, 이미 판결까지 끝난 사안을 두고, 고발만 중점 부각시켜 논의를 끌고 가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고,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외교각서 초안을 협의하게 된 배경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당시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었다. 전략적 유연성이 주한 미군사령관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는 견해가 있었는가하면, 본인과 외교부 북미국 직원들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서 논쟁하였다. 그러다가 2003년 7월 통일외교안보 장관회의에서 대통령 지침이 나왔다. 그리고 2003년 9월에 열린 NSC 상임위는 대통령 지침과 동일선상에서 대처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다 사전협의를 전제로 미측과 논의를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본인은 이를 기초로 우리의 우려사항이 분명히 적시되고, 우리가 가부 승인권을 갖는 사전협의 통제장치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통제장치의 한 방안으로 외교부 실무선이 제기한 것이 각서 구상이었다.

그러면 2003년 10월 미측과 협의한 각서 문건의 내용과 형식은 적절한 것인가. 우선 내용상 당시 초안 (편의상 A안이라 부르자)에는 ①한미상호방위조약상의 미국의 대 한국 방위공약 틀 내에서 운용 ②우리가 연관되지 않은 제3국과의 분쟁에 개입되는 것은 불가 ③사전 협의 필수라는 요구 사항이 들어 있었다. 대통령의 지침을 충실히 반영한 내용이었다. 다음으로 형식의 문제이다. 문서 형식은 내용에 따라 우리의 선호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인데, 만일 이러한 내용이 들어간다면, 대미 구속력을 강하게 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각서라는 공식적 형태를 갖추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었다.

그대로만 되었다면, 우리에게 형식과 내용상 좋은 합의였으리라는 점은 지금의 시점에서 보더라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언론에 유출된 국정상황실의 문제 제기에도, (A안이 아닌 다른 초안이 미측에 전달되었다고 오해한 국정상황실은) '만일 A안이 건네졌다면 대통령의 의중을 잘 반영한 것으로서 공이 있는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핵심적 논점이다. 문건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고발자의 평가가 이러하다면, A안이 건네졌는지만 확인되면 고발의 기초가 무너지는 것이고, 피고발자는 공을 세운 것이 되는 것이다. 자, 그러면 그 후 일이 어찌 되었는지를 보자.

국정상황실은 A안이 아니라, 보다 온건한 B안이 미측과 협의되었다고 오해하였으며, 상부에 바꿔 보고한 것으로 의심했다. 결국 조사위원회가 꾸려졌는데, 밝혀진 진상은 이렇다. 당초 대미 협의용 초안을 검토한 북미국 직원은 A안과 B안을 만들었으나, 미측과 협의할 때는 보다 강한 A안을 제시하였다. 몇 달 후인 2004년 1월 미측(주한 미 대사관)이 이에 대한 반응을 보내오자, 북미국 직원은 미측이 보내온 문안을 당시 미국에 출장중이던 본인에게 보고하면서, 대비해 볼 수 있도록 2003년 10월에 우리가 전한 문안도 함께 첨부하였다. 그런데 정작 첨부되어야 할 A안이 아닌 B안이 착오로 첨부되었다. 여기에서 오해가 비롯되었다. 한마디로 단순실수인데 이 부분이 대통령 기망이냐 아니냐 하는 큰 논란으로 비화되었다.

논란은 지속되었고, 결국 주한 미국 대사관에 부탁하여 그들이 우리측으로부터 수령하여 보관하고 있던 문건을 받아, 확인해 보기로 하였다. 미측으로 하여금 동 문건의 사본을 밀봉하여 우리측 조사위에 보내도록 한 것인데 이를 열어 보자 A안이 나옴으로서 누명이 벗겨지고, 사안이 종결되었던 것이다. 이른바 외교각서 바꿔치기 의혹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이러한 대미 논의를 진행하기까지 전에 정부내 관련 협의는 어떻게 되었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기존에 나와 있는 자료에 의거하여 언급코자 한다. 이미 보도된 NSC 의 해명(변론 1)에 '외교부가 나름대로 내부검토, 부처협의(국방부), NSC 상임위 보고들을 통해 외교각서 교환을 유력한 방안으로 제기해 왔다'고 적혀 있음을 상기코자 한다. 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외교부의 해명(변론 2) 상에 인용할 부분도 있으나 이 문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이므로, 지금 이를 상세히 논하는 것은 삼가고자 한다.

다만 앞서 말한 2003년 7월 통일외교안보장관회의의 대통령 지침과 2003년 9월 NSC 상임위의 대처 방향이 나오고, 2003년 10월 실무급 각서 협의가 있기까지 이 문제에 대해 여러 갈래의 실무협의가 있었음을 밝힌다. 그 중에는 본인 자신이 한 협의도 있었고, 본인 휘하 직원들이 한 협의도 있었다.

당시 본인은 미측이 우리의 응수타진에 호의를 보여오면, 그 때 정식으로 각서 방안을 상부에 건의하여 우리의 정책화를 추진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미측은 '사전 협의'의 의미를 물어 왔다. 우리는 시종일관 '우리가 가부 승인권을 갖는 사전협의'를 의미한다고 답했었다. 2004년 1월 미측은 ②항과 ③항이 빠진 내용을 보내오면서, 한국이 주장하는 의미의 사전협의는 곤란하며, 단순협의만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한편, 미측은 2004년 1월 이 문안을 보내오면서 이를 비공식 실무 초안(unofficial working draft)이라고 불렀다. 이로써 미측도 이 협의를 실무선의 비공식적 의견교환으로 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여기서 또 다른 관심사가 된 대통령 보고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대통령 보고는 본인 소관이 아니고, 더욱이 본인은 2004년 1월 미측 초안을 받은 직후 북미국장에서 물러났으므로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한미 양측 모두 이것이 실무선의 비공식 협의라는 것이었고, 또 그 결과로 진전된 것이 없으므로 이를 당시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 특이한 일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2004년 3월에 대통령께 보고하게 된 것은, 한미간 실무선 협의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였으므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시 정리, 보고하면서 그간의 각서 협의 경과도 언급된 것이 아닌지 추정할 뿐이다.

결국 이렇듯 각서 구상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덮어지게 되었다. 우리는 미측이 받기 어려운 안을 냈고 미측은 우리가 받지 못할 안을 내 서로가 서로를 거부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각서교환으로 미측에 전략적 유연성을 내주었다거나, 추후 미측이 우리 대통령의 공사 연설을 듣고 한국이 약속해놓은 것을 어겼다고 따졌다거나 하는 말들은 모두 앞뒤가 안 맞는 말이 됨이 자명해진다.

본인이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 협의에 참여하는 동안 전략적 유연성은 FOTA의 한 부분으로서 기지이전 문제와 함께 전체적인 맥락에서 다루어져 왔다. 당시 우리가 한미상호방위조약 준수, 제3국과의 분쟁 불개입, 진정한 사전협의를 추진한 것도 이러한 전체적 맥락을 감안한 것이었다.

끝으로 이 건을 겪으면서 본인은 작은 오해와 의심에서 출발한 문제가 정치화될 경우, 정부의 신뢰에 손상을 주고, 외교와 개인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전략적 유연성을 바르게 다루기 위해 열정을 바친 많은 사람들은 이제 공도 필요 없고, 단지 매도만 되지 않았으면 하는 소박한 기대를 갖고 있다. 이 글이 사실에 대한 이해를 높여, 그들의 기대에 조금이나마 부응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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