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인사 청문회를 거쳐 10일 임명된 김우식 과학부총리 등 5개 부처의 장관들이 13일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 모두 '부적격' 진단을 내렸던 한나라당은 "우리의 협조 받기 힘들 것"이란 당초 경고대로 장관들의 업무 개시부터 비협조적인 자세가 두드러졌다.
***이재오 "절대부적격한 사람들이 자꾸 오네"**
이날 오전에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신임인사차 한나라당을 방문했다. 장관의 신임 인사는 당 대표가 받는 것이 관행이지만 박근혜 대표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피했다.
그 대신 장관들을 맞은 이재오 원내대표와 이방호 정책위의장 역시 얼굴에는 미소를 띠었지만 던지는 말 속에서는 뼈가 느껴졌다.
이 대표는 이 장관이 자리를 뜬 후 바로 유 장관이 들어서자 "절대부적격한 사람이 또 오네"라며 가시 돋친 인사를 건넸다.
이 의장은 "두뇌도 명석한 전문가라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할 줄 미리 알고 있었지만 '한나라당 박멸한다'는 그런 말은 왜 하고 그랬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 의장은 "16대 때 유 의원이 캐주얼 복장으로 첫 등원했을 때 내가 고함도 치고 그랬지만 정당을 떠나 유 장관 세대가 이제 나라를 짊어져야 하는 것"이라며 '격려 아닌 격려'를 덧붙였다.
유 장관은 이 같은 대접을 예상한 듯 연신 몸을 낮췄다. 유 장관은 "대표님과 제가 야당 원내대표와 장관 신분으로 만날 날이 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오늘은 낯선 곳에 시집간 새댁이 친정에 첫 인사 온 기분"이라며 이 대표와의 민주화운동 시절 인연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또 "(한나라당에서) 절대 부적격이라고 그래서 가슴이 콩닥거렸는데 지나고 보면 장관 잘 시켰다는 말을 듣도록 하겠으니 많이 도와 달라"고 고개를 숙여, 이 대표가 "당 입장에서 절대부적격이라고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유 의원이 장관 된 것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과기정위에선 "도덕성 논란 부총리…인정못해" **
같은 시각,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김우식 부총리의 '보고 자격'을 두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논란을 벌이다가 개회 30분 만에 회의가 정회되기도 했다.
이날 과기정위는 과기부로부터 황우석 교수 연구비 지원 등에 대한 보고를 받기로 돼 있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김 부총리가 GS그룹으로부터 사무실과 차량을 제공받아 온 문제를 지적하며 김 부총리의 현안 보고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김석준 의원은 "한나라당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김 부총리를 '절대적 부적격자'로 판정했음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했다"며 "더군다나 김 부총리에 대해서 검찰 수사 대상까지 될 수 있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부총리가 현안보고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심재엽 의원 역시 "상황도 상황지만 지금까지 업무를 관장해 온 것이 과기부 차관이므로, 차관이 현안보고를 하는 것이 낫다"고 가세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언론이 제기한 의혹만 갖고 이런 법은 없다, 장관이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맞서 회의는 정회됐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장관이 보고하는 회의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장을 떠났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