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시인이 질펀한 취중진담을 풀어놓은 '술자리 대화집'〈김정환의 할 말 안할 말-대중문화의 예술을 찾아서〉(열림원,2006)를 출간했다.
록가수 전인권, 탤런트 서갑숙, 〈거짓말〉의 PD 표민수, 언론인 홍세화, 공연기획자 주홍미, 방송인 정재환, 소설가 전경린, 영화제작자 오기민, 화가 임옥상, 영화배우 오정해 등 21명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김 시인이 연출하는 무대에 올라 '할 말 안할 말'을 했다.
물론 메모지와 녹음기의 도움 없이 거나한 술판 끝의 기억으로 직조해낸 글이기에 인터뷰인지 저자의 대중예술론인지 모호하긴 하다. 이 책은 〈프레시안〉에 같은 제목으로 연재된 글들을 모은 것이다.
김 시인은 1980년에 등단한 뒤 10여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면서 문학과 음악, 역사를 아우르는 글쓰기를 해 온 전방위 문화예술인답게 도발적인 질문과 논평을 생생한 구어체로 녹여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체크무늬 와이셔츠 단벌신사'가 책 속에서 튀어나올 듯하다.
그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탤런트 황수정에 관한 이야기도 하며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성의식을 조롱하기도 한다.
"그녀가 마약이 아니라 최음제라고 주장했을 때 나는 좀 놀랐지만 곧 흥미로웠고 조금 지난 뒤에 흥분했다"는 그의 생각은 최음제와 히로뽕의 사랑이 도대체 청순과 무슨 관계냐는 것이다.
"이때 청순은 혹시 성처녀, 불감증을 뜻하는 말인가"라고 반문한 그는 "문학이 글로 대신 느끼게 한다면 연기자는 몸으로 대신 느끼게 해주는 예술가인데 황수정의 말에 호들갑을 떠는 매스컴의 순결 콤플렉스야말로 성폭력"이라고 진지하게 반박한다.
전인권, 서갑숙, 황수정 등을 옹호하며 낡은 도덕성으로 알몸의 처연함을 재단하는 천박한 상업주의 문화에 메스를 들이대지만, 그러한 저자의 비분강개에도 유머가 넘실댄다. 왜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본인은 하나도 안 웃지만 주위 사람은 뒤로 넘어가며 포복절도하게 하는.
'안할 말'을 과감히 끌어내 그 속의 진실을 포착한 혜안을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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