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혼혈인들은 미 슈퍼볼 스타 하인스 워드 열풍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 혼혈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동등하게 대우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희망했다.
이들은 "해방 이후 60년간이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던 혼혈인 문제가 워드 열풍을 계기로 한국사회에서 이슈화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면서 "피부색 때문에 인간을 차별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해야 하며, 모든 것이 서로 섞이는 세계화 시대에 한국인들이 이제는 혼혈인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거주 한국계 혼혈인들은 지난 1982년 혼혈인 이민법에 따라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이들은 1950년 12월31일에서 1982년 10월 22일 사이 미국인 아버지에 의해 한국에서 출생한 사람들이다. 즉, 워드와 같이 미국인 아버지가 한국에서 데려와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권자가 된 경우와는 다르다.
이들은 한국 땅에 남겨져 '튀기', '아이노코' 등으로 불리며 온갖 냉대와 차별을 받아오다 미국으로 건너왔으며, 3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에 거주하는 한국계 혼혈인 모임인 '워싱턴다문화가족협회'의 오흥주 회장(52)은 "워드의 성공은 본인 자신의 영광일 뿐만 아니라, 한국계 혼혈인 모두에게 큰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환영하면서 "그런데 미국인인 워드에게는 열광하면서 정작 한국내 혼혈인들에 대해서는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혼혈인들은 체격 조건이 좋은 만큼 만일 한국 사회가 혼혈인들을 진작에 키웠더라면 이미 수십 년 전 워드와 같은 인물이 나왔을 것"이라며 섭섭한 마음도 드러냈다.
이 협회의 총무인 김운택(51ㆍ미국명 쟈니 웨스트오버) 씨는 "한국사회에서 혼혈인이 장군이 되거나, 고위 공직자로 출세한 것을 본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모든 것이 섞이는 세계화 시대를 맞았는데도, 한국인들은 머리 색을 빨강, 초록, 노란색으로 바꿀 줄은 알아도 머릿속 생각은 바꾸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985년 미국으로 이주한 김 씨는 3년 간의 노력끝에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벤저민 웨스트오버)의 군번을 추적, 부자 상봉에 성공했으며 아버지가 5년전 사망한 후에도 이복 여동생 4명과 매년 독립기념일에 가족 모임을 하고 있다.
"한국이 재일교포의 차별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국내 혼혈인 차별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면서 "미국이 인종 차별을 법으로 금하듯이, 한국도 혼혈 차별 금지를 특별법이 아닌 일반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려서 한국에 호적이 없어 9살이 돼서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김 씨는 "한국에서의 차별에 따른 쓰라린 기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오ㆍ김 두 사람은 모두 워드의 성공은 한국인 어머니 김영희 씨의 자식에 대한 각별한 헌신과 희생의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김 씨는 "한국의 높은 윤리의식과 도덕심, 자식 잘 되길 바라는 어머니의 희생심이 워드를 키워낸 토양이 됐을 것"이라면서 "한국인들은 서양인들과는 달리 '정'을 갖고 있는 등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이 과거에 나라가 가난해 어쩔 수 없이 생긴 혼혈인들을 동등하게 대우하지도 못하면서 세계화를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워드 열풍을 계기로 이제 한국도 편협한 혈통ㆍ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인종은 물론 성품까지 섞이는 세계화를 맞아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미국 시민권자인 오ㆍ김씨는 영주권만을 갖고 있는 한국계 혼혈인들에게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민법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 노력중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