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가 변했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가 연, 유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참관한 국회 관계자들은 한껏 몸을 낮춘 그의 '변신'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저의 삶에 많은 허물이 있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장관직을 수행한다면 지금까지 정치인 유시민을 버리고 국민만을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겠습니다."
청문회에 앞서 유 내정자가 한 이런 인사말마냥, '독설의 대가'였던 '정치인 유시민'은 잊어야 하는 걸까?
***"연금미납, 억울한 면 있지만 내 과실 인정" **
2시간여의 오전 질의 중 유 내정자가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은 단연 "존경하는"이었다. 유 내정자는 청문위원들의 날선 질문에도 꼬박꼬박 "존경하는 아무개 의원님"을 붙여가며 공손하게 말문을 열었다.
국민연금 13개월 미납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이 "유 내정자가 임명될 경우 연금개혁은커녕 자진신고의 의무를 송두리째 무너뜨려 제도의 존립마저 흔들 수 있다"며 "스스로 명예롭게 사퇴하길 권고한다"고 비난하자 "전 의원님이 말씀하신 것이 사실관계는 옳다"며 자신의 과실을 인정했다.
다만 유 내정자는 "프리랜서라는 것이 그 해 얼마 벌 지를 알 수 없는 처지인데 결과적 소득을 갖고 와서 탈루라고 한다면 나로서도 억울한 면이 있다"며 "지역가입 신고를 위반할 시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게 돼있으니 이것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결격이냐 아니냐는 의원들이 판단해달라"고 답했다.
열린우리당 강기정 의원이 "국민연금관리공단의 확인 절차에 의거해서 연금 납부의 의무가 발생되는 만큼 유 내정자가 신고의 의무를 위반한 것은 사실이나 미납이나 탈루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유 내정자를 두둔하는 과정에서 전 의원과 언성을 높였을 때도 유 내정자는 "경위야 어찌됐든 내가 자발적으로 연금관리공단에 신고를 했더라면 일어날 필요가 없는 논란이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스스로 몸을 낮췄다.
***"한나라당은 박멸의 대상이 아닌 협조의 대상" **
유 내정자는 과거 발언이 문제가 돼도 "반성하고 있다" 혹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상대의 독설에는 더 강한 독설로 맞받아치던 특유의 '입심'은 한 번도 발휘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정부가 정책을 입안하는 데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 내정자는 언론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며 향후 언론대책을 물었다.
유 내정자는 작년 10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독극물"이란 발언으로 보수 신문들의 격한 반발을 산 바 있다. 그러나 이날은 "정치에 들어오고 3년 간 언론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게 됐지만 보건복지 행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건전한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문희 의원은 "국기에 대한 맹세는 파시즘과 일제의 잔재라고 생각한다"는 유 내정자의 2003년 발언을 문제 삼으며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이같은 생각이 여전하냐"고 물었다.
유 내정자는 "국기에 대한 맹세의 문안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한 것이고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공무원으로서 업무를 시작할 때에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지금도 내가 해야 할 자리에서는 의례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유 내정자는 "한나라당 박멸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는 예전 발언에 대해서도 "그런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반성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유 내정자는 "열린우리당 의원일 때에 한나라당은 경쟁의 대상이었고 장관으로서는 협조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라며 한나라당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유 내정자는 기독교 폄하 발언에 대해서도 "돌이켜보면 내가 지적으로 교만했다. 많이 반성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이 "장관이 되기 전에 언행부터 살펴야 할 것"이라고 훈수를 둬도 유 내정자는 "주신 말씀이 일리있다고 생각하고 깊이 새기겠다"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어떤 설전도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유 내정자는 사전에 제출한 서면답변을 통해 황우석 교수 사태 때 전남대 강연에서 'MBC PD수첩이 무모하게 덤볐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결과적으로 PD수첩의 노력을 폄하한 것으로 비춰진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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