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대해 영화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영화인 대책위)는 26일 오후 서울 남산 한국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영화인대책위 정지영 안성기 공동 집행위원장, 영화인회의 이춘연 이사장,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김형준 대표, 한국영화인협회 신우철 이사장,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유동훈 이사장, 한국영화감독협회 임원식 이사장 등 20여 명의 영화인이 단상에 올라 정부 방침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또한 객석에는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제작자와 영화감독, 스탭 등 수많은 영화인이 참석해 대책위의 공식 입장을 지지했다. 영화인들은 먼저 이날 오전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스크린쿼터 73일 축소 방침이 영화계와의 아무런 사전 협의 없는 정부의 일방 통보라는 사실을 비난했다. 정지영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영화인 모두와 함께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사실 모든 영화인은 FTA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른다. 설마 안다고 해도 미국의 오만 불손한 스크린쿼터 축소 요구에 우리 정부가 왜 응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정부는 이번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을 국민과 영화인에게 설득해야 하며, 영화인들은 이에 대해 왜 그러한 정부의 설득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성기 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에서 1월 26일을 '문화국치일'로 명명했다. 대책위는 "자주적 외교와 대등한 한미 관계를 주창하고 이를 기반으로 출범한 참여정부가, 국민과 문화예술 관계자, 문화 전문가, 영화인의 믿음을 배신하고 결국 미국의 오만불손한 통상압력에 굴복하여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발표한 오늘 이 일은 실로 반문화적인 쿠데타 그 자체"라면서, "(스크린쿼터 축소를 통해) 할리우드의 독과점 견제 장치를 풀어버린 한국영화는 이제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채, 59%의 시장점유율을 운운하며 무책임한 스크린쿼터 축소 주장은 추악한 음모를 정당화하려는 국민 기만에 불과하다"고 규탄했다. 대책위는 또 ▲ 미국의 오만불손한 통상 압력 즉시 중단 ▲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 즉각 철회 ▲ 재경부, 외통부, 문화부 장관 즉각 사퇴를 주장하면서, ▲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철회하기 위한 대통령과의 면담 ▲ 스크린쿼터가 FTA의 걸림돌인지 정부와의 대국민 토론회 제안 등 두 개 사항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가 영화인의 집단 이기주의라는 일부 시각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 영화인은 "집단 이기주의라는 말은 다른 집단이 피해를 입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영화계는 스크린쿼터 덕분에 지금까지 우리 영화를 성장시켜왔으며, 우리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지 않았느냐"면서, "피해를 입는다면 스크린쿼터 축소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미국 영화업계일 텐데, 미국의 통상 압력에서 우리 문화를 지키자는 주장이 왜 집단 이기주의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대책위는 50%를 상회하는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을 근거로 스크린쿼터를 축소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또다른 영화인은 "현재의 시장점유율은 스크린쿼터라는 절대적인 필요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결과를 놓고 원인을 제거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영화인 대책위는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바탕으로 설 연휴 직후인 2월 1일 영화인대책위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의 연석 회의를 개최할 예정. 또한 2월 1일부터 8일까지 철야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며, 2월 8일에는 대규모 장외 집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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