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재경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 발표에 영화인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이제 한국영화는 스크린쿼터를 폐지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영화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지영 영화인대책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국이 쥐고 흔들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프레시안 : 재경부는 '영화인들이 이기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정지영 : 시장은 막대한 규모의 소프트웨어를 가진 자가 장악하게 돼있다. 미국은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의 100배나 되는 제작비를 들이는 영화를 매년 600개씩 만드는 나라다. 그런 공급원을 가진 미국이 국내 극장들에 'B영화를 상영치 않으면 잘 나가는 A영화를 안 주겠다'며 배급과 유통을 쥐고 흔들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우리도 문광부와 함께 스크린쿼터 제도를 대체할 방법이 없겠나 하고 연구해왔지만 결국 그런 독과점을 견제하는 정도의 장치 외엔 없었다.
프레시안 : 문광부가 곧 스크린쿼터 폐지와는 별도의 영화 지원 정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정지영 : 독립영화, 실험영화 등에 대한 문광부의 지원책은 스크린 쿼터가 있으나 없으나 필요한 것이다. 어떠한 방향의 정책이 나오든 스크린쿼터 축소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될 수 없다.
프레시안 :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캐나다 정부의 '문화 예외' 주장은 용인하면서도 한국에만 집요하게 쿼터 폐지를 요구한다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미국의 목표는 한국 아닌 아시아 영화시장"**
정지영 : 이렇게까지 미국이 나오는 것은 단순히 한국시장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은 자신들이 앞으로 아시아 영화시장을 독점하는 데 있어서 최근 급성장한 한국영화가 실질적인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스크린쿼터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한국을 이대로 놔뒀다가는 다른 나라들도 너도나도 쿼터를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이 강요하는 바를 정부가 넙죽 받은 것이다. 너무 한심하다.
프레시안 : 지난해 10월에 체결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이 스크린쿼터를 보호할 수 있나?
정지영 : 문화다양성 협약은 상징적인 측면이 크다. WTO나 FTA를 맺을 때 협약의 정신을 고려해 문화 분야를 제외하도록 권고할 뿐 강제성은 없다. 그러나 이번 방침으로 한국 정부는 협약이 발효되기도 전에 다른 147개국을 배반하고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스크린쿼터 제도는 이 협약의 체결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세계인들은 한국영화의 발전 사례를 보면서 스크린쿼터 제도의 유용함을 생각하게 됐다.
프레시안 : 대국민 토론회, 노무현 대통령 면담 등을 요구했는데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은?
정지영 : 현재 아주 용의주도한 계획은 서 있지 않다. 다만 재경부 쪽에서는 아무도 이 문제를 두고 우리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그냥 무조건 FTA는 한국경제에 좋은 것이라는 막연한 얘기만 반복할 뿐이다. 우리가 입을 피해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데도 그렇다. 조만간 구체적인 대응계획을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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