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이슬람 단체인 하마스가 25일(현지시간) 치러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최대 44%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 지역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이스라엘·유럽 등에 의해 테러단체로 규정돼 있는 강경 이슬람단체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출구조사를 한 세 기관이 모두 집권 파타당의 우세를 점치면서도 하마스가 3~7%P 차이로 바짝 뒤를 쫒고 있다면서 하마스가 35~44%, 파타당이 42~47%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같은 결과가 의석에 반영될 경우 하마스가 총 의석 132석 중 최소 53석, 파타당이 58석을 얻게 되어 과반수를 넘는 당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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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통신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있는 비르 자이트 대학의 출구조사 결과 파타당이 63석(득표율 46.4%), 하마스가 58석(39.5%)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고, 또 다른 출구조사에서는 파타당 58석(42%), 하마스 53석(35%)의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어떤 식으로건 과반수 66석을 넘는 당이 없어 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팔레스타인 의회는 지역구 66명과 비례대표 66명으로 구성되고 이날 총선에서는 지역구 의원 선출과 정당 투표가 동시에 실시됐다.
하마스의 약진과 파타당과의 각축이 점쳐지면서 선거 열기가 고조돼 선관위는 공식 투표시간까지 130만명의 유권자 가운데 77.7%가 투표해 참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투표 종료 직후 철야 개표작업에 들어가 현지시간 26일 오전 10시 경에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번 선거를 감시한 참관인단은 선거가 평화적이었다고 밝혔으며, 유럽연합(EU)의 한 관리는 이번 선거가 아랍세계에 모범이 될 만한 공정선거였다고 평가했다.
***하마스 "'이스라엘 파괴' 헌장 한 글자도 못 고친다"**
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출범 후 2번째 실시된 이번 총선은 파타당의 강력한 지도자였던 야세르 아라파트 전 자치정부 수반이 사망하고 치러지는 첫 번째 선거로 파타당의 부패와 무능·분열에 대한 대중들의 환멸, 무장 투쟁에 대한 지지로 하마스의 약진이 일찌감치 예견됐었다.
선거 결과가 예상대로 나오자 이스라엘은 자국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하마스의 약진에 대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기존의 모습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일원이 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올메르트 총리대행은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파괴를 주장하는 테러조직이고, 무기를 버려야 한다"며 그같이 말했다.
그러나 하마스 지도자인 마흐무드 알-자하르는 "이스라엘 파괴"를 규정한 하마스 헌장은 한 글자도 고칠 수 없다며 "우리의 정치비전을 향후 4년간 실행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요르단강 서안지역 점령지 일부를 포기하고 팔레스타인과의 국경을 조속히 획정하겠다고 24일 밝힌 올메르트 총리대행을 비난하면서 국경획정 문제와 관련한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른 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도 "하마스는 의회에 진출한 후에도 무장해제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이 의회에 진출하려면 무기를 포기하라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둘 모두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하마스 투쟁노선 포기 안 하면 상대 안 해"**
하마스가 돌풍을 일으킨 팔레스타인 총선과 관련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5일 "과격 팔레스타인 이슬람 단체인 하마스가 대 이스라엘 투쟁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은 하마스와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기준으로는 정당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평화를 공언하고 평화체제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간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간주했던 부시 행정부는 일절 접촉하지 않아왔으며 만약 하마스가 이번 총선에서 약진할 경우 이 단체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한편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EU와 러시아 등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해온 4자 대표단은 오는 30일 런던에서 회동, 팔레스타인 총선 결과를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스〉
***하마스는 어떤 조직?**
하마스는 이집트에 뿌리를 둔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 조직인 무슬림형제단 출신 인사들이 이스라엘 점령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봉기투쟁인 제1차 인티파다가 시작된 1987년 12월 결성한 무장저항 단체이다.
하마스란 이름은 '이슬람저항운동'을 뜻하는 아랍어 앞글자를 모은 것으로, '열정'이란 뜻도 갖고 있다.
전 팔레스타인 지역의 해방을 추구하는 하마스의 1차 목표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을 통해 이스라엘이 점령한 가자지구와 동예루살렘이 포함된 요르단강 서안을 수복하는 것이다.
하마스는 이를 위해 에제딘 알-카삼 여단이라는 무장전위 조직을 두고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이 점령지에 건설한 정착촌 거주민들에 대한 무력공격을 주도해 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군의 팔레스타인인 공격에는 같은 방법으로 맞선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민간인 공격을 불사했고, 이로 인해 "테러조직"이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특히 1차 인티파다가 절정에 달하던 96년 이스라엘 버스를 노린 여러 건의 자폭공격을 감행해 60여명의 이스라엘인을 숨지게 했다.
이는 이스라엘을 극우 쪽으로 돌아서게 만드는 계기가 돼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에 반대하는 베냐민 네탸나후 이스라엘 총리 정부의 출범을 가져오기도 했다. 미 국무부는 민간인 공격을 이유로 하마스를 테러조직 명단에 올려놓고 있다.
하마스의 궁극적 목표는 1948년 팔레스타인 땅에 세워진 이스라엘을 완전히 몰아내고 이슬람 국가를 세우는 것이다. 하마스는 이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정치투쟁 외에 무력공격이 유효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하마스는 이번 총선 운동을 하면서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정착촌 철수도 자신들의 무력투쟁이 일궈낸 성과라고 주장했다.
하마스 창시자인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은 2002년 가자시티에서 4만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집회에서 이스라엘의 궤멸 시기를 2025년으로 예측해 이스라엘을 전율케 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파괴"를 명시한 조직헌장에 따라 이스라엘과의 공존을 인정하는 93년의 오슬로 평화협정을 거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끌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간에 체결된 오슬로 협정은 "땅과 평화"를 교환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스라엘이 일부 점령지를 내주도록 해 팔레스타인 자치가 시작되는 근거가 됐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 협정을 "불법적인"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는 보장문서로 평가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존재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하마스 지도자들을 제거하는 작전에 나서 2004년 야신과 그의 후계자 압델 아지즈 란티시를 살해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투쟁과 더불어 학교, 병원, 종교시설 건립과 같은 무슬림형제단 식의 사회구호 활동을 전개해 대중적 지지도를 넓혀왔다.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해외 원조자금을 빼돌린다는 의혹까지 사온 집권 파타당과는 달리 하마스에 대해서는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마스는 오슬로 협정을 부정하는 입장에 따라 96년 1월 실시된 첫 총선을 거부했지만 무능하고 부패한 파타당에 팔레스타인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변화와 개혁"이란 기치를 내걸고 총선에 참여했다.
하마스는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극도로 자제하는 등 무력투쟁으로 일관했던 과거와는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란티시가 이스라엘 군에게 살해된 후 최고 지도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암살공격을 피해 시리아에서 활동중인 칼리드 마샤알의 지휘 하에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박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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