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멀티플렉스는 상업적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만들어진 극장이다. 상업주의를 배제한 멀티플렉스는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는가.
그러나 이 보도자료가 나간 후 하루만인 24일 롯데시네마와 CGV간 양측의 조율에 의해 새롭게 배포된 보도자료는 현진시네마측의 이 같은 주장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자료에 따르면, <홀리데이>의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당초 24개로 확정된 상영관을 좀더 늘려주지 않을 경우 필름을 회수하겠다는 의견을 통보했으나 CGV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러자 롯데측이 필름을 전격 회수, 결국 상영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는 것이다. CGV 측에서는 사건의 경위가 왜곡 전달된 데 대해 현진시네마와 롯데시네마에 강력하게 항의했으며 롯데측의 사과로 영화의 재상영을 합의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홀리데이>는 26일부터 전국 CGV에서 재상영된다. |
CGV용산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
현재 국내 메이저에 해당하는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롯데시네마 등은 각각 경쟁적으로 멀티플렉스인 CGV와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를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왜 이들은 멀티플렉스를 운영하는가. 영화사업의 수익이 전적으로 극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산업 전반의 구조 측면에서 볼 때 이건 극히 비정상적인 얘기가 되는데 우리의 경우 극장매출이 전체 영화산업 수입의 75%까지 차지하고 있다. DVD나 비디오, 각종 방송 등 부가적으로 판권수익을 거두어 들일 수 있는 윈도우 구조가 극히 취약한 것은 한국 영화산업 구조의 고질적인 문제로 그간 누누히 지적돼 왔다. 산업이 정상적인 구조로 환원되려면 극장수익이 전체 매출의 40%선에 그치고 다른 윈도우에서 60% 정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비율은 미국 할리우드 등에서만 실현되고 있을 뿐이다. . ***배급사-멀티플렉스 고리 끊으면 자칫 산업구조 붕괴** 따라서 한국에서 영화사업을 하는 이유는 극장사업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들이 하나같이 극장에 '올인'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극장도 그냥 단순한 극장이어서는 안 된다. 전국적으로 날개를 활짝 펼쳐서 유통망 전체를 독점할 수 있을 만큼의 규모, 곧 멀티플렉스가 돼야만 한다.
홀리데이. ⓒ프레시안무비 | |
논리적으로 <홀리데이> 사태 등이 '배급사-멀티플렉스'의 한 지붕 관계에서 유래됐다면 이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양자 간의 고리를 끊는 것이 해법으로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마치 미국 할리우드가 1950년대에 제정된 이른바 '反독점법'에 의거해서 배급사가 극장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처사와 같은 얘기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상황으로 볼 때 결코 실현 불가능한 논리일 뿐이다. 왜냐하면 할리우드는 극장에서 말고 다른 윈도우에서 훨씬 더 많은 수익을 걷어 들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처럼 극장쪽 매출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는 산업구조에서라면 메이저로 하여금 극장사업에서 손을 떼게 할 경우 영화사업 전체에서 철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 영화산업은 주요 투자배급사의 철수로 공멸의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문제의 본질과 그 해법을 메이저와 멀티플렉스의 수직계열화를 끊는 차원에서 찾으면 안 된다. 그건 조금 나중의 문제일 수 있다. 전술적으로 정면공격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축차적으로 해 나가야 할 때도 있다. 지금 당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윈도우의 매출구조를 다양하게,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다. 극장사업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DVD, 온라인 등 다른 부가판권 사업을 통해서 수익이 넝쿨째 들어 온다면 메이저 배급사들이 극장에 '올인' 하는 일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홀리데이>의 재상영 해프닝 싸움은 궁극적으로 부르주아들의 기득권 싸움에 불과하다. 이들이 갖고 있는 파이를 좀더 '민중적으로' 해체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적 다양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것만이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길일 수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