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아주 잘하는 네팔인이 왔다.
경남 김해에서 올라온 지 석 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고향집에 돈을 못 부쳤단다.
그가 아는 건 경남은행을 통해 송금하는 방법뿐인데
이곳에는 경남은행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권했다.
"우선 아무 은행이나 가서 통장을 만들어."
"일요일에 만들 수 있나요?"
"안 되지."
"그럼 언제 가능해요?"
"월화수목금. 평일에."
"평일은 시간이 없는데."
"점심시간에 만들면 되잖아?"
"점심때는 바빠요."
"그럼 조퇴하고 만들지?"
"조퇴는 곤란하죠."
"좀 늦게 출근하고 만들면 안 될까?"
"지각은 말도 안 되죠."
"그럼 시간이 없네. 뭐."
"맞아요. 시간이 없어요."
"그럼 얘기가 안 되지!"
그러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여기서 대신 만들어주면 안 돼요?"
"안 돼."
"왜요?"
"통장은 본인이 아니면 아무도 못 만들어."
"그럼 얘기가 안 되죠!"
돈 못 부친 이유를 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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