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법조 브로커 윤상림 씨의 방문 사실을 시인하는 등 '윤상림 게이트'의 청와대 연루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태평양 건너 미국에선 '로비의 제왕' 잭 아브라모프와 조지 부시 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증폭돼 백악관을 괴롭히고 있다.
아브라모프와 부시 대통령이 찍은 사진이 여러 장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아브라모프가 "대통령이 내 아들 이름도 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언론들은 두 사람 사이가 정치인과 로비스트의 단순 관계만은 아니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도 '진상 밝혀라' 목소리**
아브라모프는 2004년 부시 대통령 재선운동에서 10만 달러의 자금을 모금했고 6000달러는 직접 기부했다. 백악관은 아브라모프가 감형을 조건으로 진실을 밝히는 '플리 바겐'을 받아들인 직후 6000달러를 사회단체에 기부했다.
사진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시사주간 〈타임〉은 22일(현지시간) 부시 대통령과 아브라모프가 찍은 사진이 최소 6장이라고 보도했다.
취재원의 요구로 사진 자체를 공개하지는 않은 타임은 부시 대통령이 아브라모프 및 그가 로비를 해줬던 인디언족 대표들과 함께 찍은 것, 아브라모프와 악수하는 장면, 아브라모프와 그의 아들과 부시가 나란히 찍은 것, 아브라모프의 자녀들 및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 의장과 함게 촬영한 것 등이 있다고 밝혔다.
〈타임〉은 "백악관 참모진은 대통령이 아브라모프를 모른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미공개 사진들은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더 나아가 〈워싱턴포스트〉는 24일 부시가 지난 5년간 백악관 사진사나 다른 참석자들을 통해 아브라모프와 약 12차례 사진을 찍었다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브라모프가 부시와 함께 찍은 사진 최소 5장을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진열해놓고 '대통령이 한 모임에서 자기 아들 이름은 물론 학교 생활에 대한 사적인 사항까지 이야기하더라'고 사람들에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그와 찍은 사진들에 대한 보도 내용을 전달받았으나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여러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몇 차례 만났지만 기억조차 못한다' 혹은 '그런 사진들은 수만 장이나 찍었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포토 라인에서 사진을 찍은 것 이상의 무엇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커져만 가는 의혹이 11월 실시되는 중간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공화당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사진과 관련된 사항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크 코랄로 공화당 홍보 전문가는 사진들이 지닌 폭발력을 언급하며 백악관이 사진을 즉각 공개하고 촬영 경위를 자세히 설명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임〉은 '부시가 아브라모프와의 만남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백악관의 반응에 대해 "불행하게도 부시 대통령의 기억이 곧 되살려질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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