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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전쟁은 최고의 장사"

'1월의 크리스마스' 맞은 미국의 한 군사도시…〈AP〉르포

미국의 '엔진'은 시장의 확대와 전쟁이라고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말했다. 물질적 풍요와 소비주의라는 미국적 가치의 본질을 유지하기 위해 침략 전쟁을 벌이고 다국적기업들이 제3세계 저임금노동자를 착취하도록 만드는 구조로 이뤄진 나라가 미국이라는 주장이다.

중동패권, 석유,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요구, 달러 위상 제고…. 이라크 침공을 준비하던 당시 미국의 의도를 분석하던 말들은 시장과 전쟁이라는 미국의 존재 원리를 보여주는 '이라크 판' 설명방식 외에 다름이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그같은 구조적인 분석이 아니더라도, 이라크 전쟁 특수로 흥청대는 모습은 미국 사회가 과연 무엇으로 살아가는지를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는다.

〈AP〉 통신이 이라크에 다녀온 미군들이 두둑해진 주머니로 '돈잔치'를 벌이는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의 하인스빌시에 다녀와 22일자로 르포 기사를 실었다.

이라크 전쟁으로 숨진 미군이 2000명을 돌파한 지 오래고 미국이 발표한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가 3만 명을 넘어선 지 한 달이 넘은 지금, 미군 부대 부근에 있는 하인스빌시 전체가 '1월의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풍경을 바라보는 심정은 씁쓸하기만 하다. 〈편집자〉

***1월에 맞는 크리스마스**

"오 좋아! 맘에 들어!"

시승을 짧게 하고 나서 토드 스트레인지(26) 상병은 호기를 부렸다.

미 육군으로 이라크에서 복무했던 스트레인지 상병은 30시간 전쯤 돌아 왔다. 오자마자 2001년식 소형 '닷지 네온' 자동차를 팔아치우고 2006년식 8기통 '머스탱 GT'를 사기 위해 흥정을 벌이고 있다. 정통 아메리칸 '머슬 카'인 머스탱 GT의 값은 2만6320달러(약 2600만 원)다.

스트레인지 상병은 "뽐내고 싶어서 산다"고 시인했다.

하인스빌 부근 '포트 스튜어트' 기지에 본부를 둔 제3 보병사단 소속 수천 명의 병사들이 크리스마스 직후 1년여의 이라크 복무를 마치고 전투 수당, 세제 혜택, 보너스로 가득한 은행 구좌에서 돈을 인출하면서 조지아주 동남부의 하인스빌시에는 돈이 넘쳐나고 있다.

가구와 전자제품을 파는 한 가게는 신문 광고에다 "1월의 크리스마스"가 왔다고 선언했다.

최대의 고객들이 해외에 나가 있던 지난해 매출 감소로 울상을 지었던 지역 상인들은 특히 이 말을 실감했다. 상인들은 이제 새 자동차와 홈시어터의 물량을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포트 스튜어트 정문 근처에서 가구·가전 대리점을 운영하는 모니카 디어링은 "작년은 외로웠다"면서 "지금은 병사들만의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크리스마스다"고 말했다.

***1년 추가 수당 960만 원 정도**

포트 스튜어트, 사바나 부근의 헌터 육군 비행장, 콜럼버스시 포트 베닝으로 귀환한 제3 보병사단 군인들은 1만9000명이다.

하인스빌의 호텔들은 귀환식에 참석하려는 파병 장병 가족들로 예약이 꽉 찼다. 레스토랑 주차장은 만차고 1년여동안 비어 있던 민박집들도 다시 손님을 맞고 있다.

하인스빌에서 여관업을 하는 마이크 랜더월러는 "지난해 10만 달러 이상 손해를 봤다"며 "병사들이 없으면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톰 래클리프 하인스빌 시장은 전반적인 경기가 (파병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병사들이 돌아와) 많은 이들이 걱정하듯 심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2005년 10월 현재 하인리히의 판매세 수익은 2004년 같은 기간에 비해 6%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쇼핑 몰과 자동차 판매장 말고도 돈이 새는 곳은 많다. 병사들은 이라크에 가 있던 동안 전투수당과 보너스를 받았고 소득세는 면제됐다.

인터뷰에 응한 몇몇 병사들은 이라크에 있는 동안 매달 700~800달러의 추가 수당을 받아 1인당 평균 9600달러(약 960만 원) 정도의 가욋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형 TV 전시용까지 떼어가**

셰로도 화이트(21) 상병은 디어링의 가게에서 599달러짜리 평면 모니터가 있는 1499달러짜리 데스크탑 컴퓨터를 고르며 "추가 수당이 없었다면 이라크에 가지 않았고 이런 것들도 사지 못했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미친듯이 사댄다"고 전했다.

스트레인지 상병이 머스탱을 샀던 포드 자동차의 하인스빌 대리점장인 프레드 밍겔도르프는 보통 때 월 80대, 지난해에 40대 팔리던 자동차가 이달 들어 120대 이상 팔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병사들이 소형차를 싫어한다고 소개한 밍겔도르프는 "1년간 전장에 있던 그들은 돈을 쓸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하인스빌 월마트의 대형 TV 판매장에는 성질 급한 사람들이 전시용 TV까지 떼어가 곳곳에 빈 벽면이 드러나 있다. 병사들은 커피포트와 팬 같은 평범한 용품까지 사들여 집을 채우고 있다. 월마트 지배인인 테드 셀스는 "재고까지 동난 적은 없었는데 보시다시피 싹쓸이해갔다"고 말했다.

한달 늦은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건 쇼핑몰이나 대리점만은 아니다.

미군 군목(軍牧)의 아내인 헤이디 함스는 선물을 담을 스타킹과 장식물들을 크리스마스트리에서 떼지 않고 있고 심지어 남편이 돌아오기 전까지 다섯 아이들을 위한 선물도 사지 않고 있다.

함스는 "그이는 애들을 위해 쇼핑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내가 돌아가기 전까지 아무 것도 사지 말아줘'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달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선물을 받은 함스의 아이들도 늦어지는 크리스마스에 별 불평을 하지 않는 것 같다. 함스는 "애들은 산타클로스가 이라크에 있는 군인들을 돌봐주고 아빠와 함께 올 거라고 믿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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