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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묵념'으로 시작한 모랄레스 대통령 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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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묵념'으로 시작한 모랄레스 대통령 취임식

차베스·룰라·키르츠네르 등 남미 '新좌파' 수반 총출동

"지난 500년 간 우리 원주민들의 저항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우리는 500년 저항의 역사를 지나 새로운 500년의 열 것이다"

코카 재배 농민 출신의 좌파 운동가 에보 모랄레스(46)가 원주민에 대한 인종 차별과 압박의 세월이 종식됐음을 선언하며 22일(현지시간) 볼리비아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로써 볼리비아는 1520년 스페인에 정복된 후 500여 년만에 처음으로 소수의 백인 지배층이 아니라 전체 인구 930만 명의 62%를 이루는 원주민들이 주도하는 정부를 수립했다.

***양치기 소년에서 대통령까지**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 국회의사당에서 치러진 이날 취임식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 미국의 일방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항과 연대를 선언한 남미의 '좌파정부' 수반들이 총출동해 끈끈한 연대를 과시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 및 모랄레스와 함께 '선의 축'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차베스 대통령은 볼리비아인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당초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카스트로 대통령은 국내의 긴급한 사정을 이유로 오지 못했다.

볼리비아 국기를 상징하는 노랑, 빨강, 녹색 3색의 대통령 현장(懸章)을 두르고 선서식에 임한 모랄레스 신임 대통령은 선서식 직전 불끈 쥔 주먹을 들어올렸으며 대통령 현장을 받은 후 감격에 찬 나머지 눈물을 보이면서 목례로 인사했다.

취임식임에도 불구하고 노타이에 흰색 셔츠 위로 검은색 재킷을 걸친 차림의 모랄레스는 이어 스페인 식민정부에 대항한 원주민 운동가들과 남미의 전설적인 게릴라 지도자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등과 같은 혁명가들을 '순교자'로 지칭하고 그들을 기리는 묵념을 1분간 가졌다.

***"원주민 차별 철폐를 위한 개헌의회 구성할 것"***

이어 행한 취임 연설에서 모랄레스는 원주민들이 길거리 보도 통행에서까지 차별을 받았다는 일화를 언급하며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와 비유되는 인종차별을 없애고 사회 전부문에서 원주민의 권익을 신장하기 위한 개헌의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공격대상으로 삼은 다음 타깃은 신자유주의였다. 그는 또 볼리비아내 만성적인 빈곤을 해결하는 데 실패한 신자유주의 모델을 폐기하겠다고 강조하고 볼리비아 정부는 미국 등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겠지만 어떤 외부의 강대국에도 종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또 자신의 정부가 천연가스 등 국내 자연자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약속도 지킬 것이며 볼리비아 역사를 바꾸는 과정에서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끝으로 볼리비아의 새 정부는 사회 전 부문을 대표해 "모든 사람들과 함께, 모두를 위해" 일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취임선서를 하는 순간 의사당 밖 광장에는 화려한 색깔의 원주민 전통 의상을 차려 입은 시민 수만 명이 곳곳에서 폭죽과 함께 환호성을 지르는 가운데 볼리비아 국가를 부르며 '에보! 에보!'를 외쳤다.

이에 앞선 21일 모랄레스는 수도 라파스에서 북서쪽으로 65㎞ 떨어진 티티카카 호숫가의 기원전 500년경부터 번성했던 티와나쿠 안데스 고대 문명지에서 전통 원주민식 지도자 취임 의식을 갖기도 했다.

***미국 특사 "볼리비아 지켜볼 것"**

한편 모랄레스는 21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미국을 대표해 참석한 토머스 섀넌 국무무 중남미 담당 차관보와 회동을 가졌다. 현지 언론들은 모랄레스와 미국의 경축특사인 섀넌 차관보가 양국의 공동 협력을 약속했으나 미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코카 재배 합법화 문제 등 구체적인 현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섀넌 차관보는 모랄레스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볼리비아의 새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란다"면서도 "새 정부가 무엇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관망적 자세를 유지했다.

모랄레스는 섀넌 차관보와 악수를 나누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한편 칠레 대통령으로서는 51년만에 이웃 볼리비아 대통령 취임식장에 참석한 리카르도 라고스 현 대통령은 취임식전 모랄레스 사저에서 별도로 회동해 긴민할 협력을 약속했다. 칠레와 볼리비아는 과거 영토 분쟁으로 현재 공식 외교관계가 단절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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