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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변했으되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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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세상은 변했으되 변하지 않았다"

[뉴스메이커]다큐 〈송환〉 일본개봉 준비하는 김동원 감독

〈상계동 올림픽〉이나 〈송환〉처럼, 주로 민감한 사회이슈를 전문으로 다루는 다큐멘터리 작가라고 하면 흔히들 날이 선 프롤레타리아형 지식인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작품들을 만든 김동원 감독과 마주앉아 있으면 그런 생각이라곤 '눈꼽만큼도' 들지 않는다. 그는 그냥 동네 어귀 구멍가게에서 라면이나 담배를 사다가 우연히 만나 소주 한잔 간단히 하자며 어울릴 수 있는 인상의 남자다.

실제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다가도 '촬영이고 나발이고' 사람부터 만나고, 얘기하고, 같이 한숨 쉬고, 눈물짓고 하는 사람이 김동원이다. 비전향장기수의 북한 송환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송환〉의 제작기간이 무려 10년이 걸린 것도, 물론 여러 이유가 있긴 하지만, 생래적으로 일이나 영화보다는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그런 그의 태도 때문이다.

〈송환〉과 함게 최근 제작을 준비중인 〈상계동 올림픽〉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가다가 우연히 국내 빈민운동의 대부 격으로 불렸던 허병선 목사 얘기가 나왔을 때 "허 목사는 이 세상에서 가장 험블한(humble)한 분"이라고 그는 말했지만 내가 보기엔 그 '험블함'의 대를 잇는 사람은 바로 김동원 그 자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송환〉이 세상에 나온 지 2년. 요즘 다시 이 〈송환〉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도쿄와 교토, 오사카 등 일본에서 뒤늦게 개봉될 예정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국내에서는 최근 DVD가 출시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지 그것 때문이겠는가. 김동원 감독의 마음 속에서는 '남아 있는 장기수들의 송환 작업'이 단 한번도 중단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약하나마 그런 그의 지속적인 실천을 세상이 조금씩 인지하고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김동원의 '송환'은 계속되고 있는 셈인데 그건 예전에도 그랬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는 요즘 바짝 바쁜 나날을 보냈다. 옴니버스 영화 〈다섯 개의 시선 – 종로, 겨울〉의 개봉도 마쳤다.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으로서 매주 (별로 마땅찮아 하긴 하지만) 회의에도 참석한다. 그 시간을 쪼개 〈송환〉 개봉에 앞서 일본을 막 다녀 온 김동원 감독을 그의 영화사이자 독립영화인들의 산실로 불리는 서울 신대방동의 '푸른영상'에서 만났다.

- 일본을 다녀왔다. 어땠나?
(특유의 머뭇거리는 말투로) "음… 뭐… 그냥 그랬다. 거기는 영화사들이 아주 세세하게 챙기는 식이어서 이번엔 1차 홍보기간이었고 2월에 2차 홍보를 위해 다시 나가야 한다."

- 우리처럼 한꺼번에 확 개봉하는 것이 아니고 극장을 순회하며 비교적 장기적으로 개봉하니까 그럴 거다. 그 쪽 매체들의 반응들은 어떻던가?
"근데 이번에 좀 날벼락을 맞았다. 나도 지금 확인작업 중이긴 한데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 중 한 명이 일본인 납북사건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그 쪽에 퍼진 모양이다. 팩트는 아니고, 카더라 수준인데 인터뷰를 한 9개 매체 모두 그 질문만 집중적으로 하더라. 조금 당황했다. 비교적 진보적이라고 하는 아사히 신문조차 다소 공격적인 분위기였다."

- 그래서 뭐라고 했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했고….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우습다고 얘기했다. 과거에 일본이 납치하고 강제징용해 간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런 역사적 과오에 대해 일본은 제대로 반성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물론 일본인 전체가 아니라 일본 내 신보수주의자들을 겨냥한 말이었다."

- 일본에서 확대개봉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겠다.
"그 점이 다분히 걱정도 되고, 또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지켜볼 수밖에 없는데 요즘엔 어디를 가나 이 네오콘들이 문제다."

- 〈송환〉이 개봉된 지 만 2년이 다 돼간다. 무엇이 바뀌고 또 무엇이 바뀌지 않았나?
"글쎄…. 내가 워낙 둔해서 그런지 변화를 실감하지는 못했다. 〈웰컴 투 동막골〉 같은 영화가 대박 흥행을 한 것이 변화라면 변화일 수 있을까?(웃음) 세상은 변했으되 변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최소한 내 작품 〈송환〉 때문에 변한 것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남북의 다양한 변화가 〈송환〉 같은 작품을 가능하게 한 셈일 뿐이다. 근데 이번에 바깥에 나갔다 오니 오히려 지금의 남북관계가 비정상적으로 너무 좋아서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무슨 말인가? 그래서 싫은가?(웃음)
"물론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거기엔 이상한 불안감이 깔려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는 상관이 없다. 남이나 북이나 이제 많이 변했으니까. 아리랑 축전을 보러 남한 사람 8000명이 북한을 갔다 올 정도니까. 개성특구니 뭐니 해서 남한 사람들이 출퇴근을 하는 시대이기도 하고."

- 하기사 〈올드보이〉 같은 영화를 해적판으로 다 보고 있을 정도라고 하더라.
"〈올드보이〉뿐인가. 〈겨울연가〉도 다 본 것 같더라. 내 영화 〈송환〉 비디오도 북측 인사들을 만나면 주곤 했는데 세번째로 줄 때였나, 하여튼 이미 봤다며 안 받더라. 그만큼 북한 내부의 변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얘긴데, 하여간 그건 그렇고, 우리가 그렇게 변하는 것에 비해서 바깥의 시선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바깥에 나가면 북한에 대해 남한이 요즘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변화를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바깥에 더 많고 그 점이 우리에게 때론 불리하게, 이상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예컨대 미국 같은 경우 한반도 문제에 대해 자칫 주도권을 우리 남북에게 뺏기는 거 아닐까 전전긍긍하고 그래서 자꾸 무리수를 두려는 것 같다."

- 글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내부에서는 극우보수와 타협하지 않는 진보가 세상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게 뭔데?"

- 예컨대…강정구 교수 논란 같은 거…. 그 문제에 대해 〈송환〉 작가로서 어떻게 생각했나.
"하기사 그 문제 때문에 비전향장기수에 대한 2차 송환 작업이 지연되긴 했다. 당초 예정으로는 작년 10월에, 생존해 있는 비전향장기수급 인사 27명이 송환될 예정이었다. '비전향장기수급'이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결국 전향을 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33명이었는데 그 중에서 6명이 사망했다. 27명 가운데 실제 비전향장기수는 1명뿐이다. 아무튼…. 근데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지? 아 강정구 교수 논란…. 그건 그냥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문익환 목사가 방북 했을 때 빨갱이다 뭐다 해서 난리를 쳤는데 한 2년 지나고 나서는 별다른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강정구 교수 건도 결국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 왜 당신은 납북자 문제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얘기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대답하나?
"사람은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산다. 국가나 사회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결코 낙원이 아니다. 북한을 낙원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나도 그렇다. 그만큼 거기 사람들은 수많은 문제를 가지고 산다. 하지만 그 문제라는 것을 북한 입장에서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이유 없이 수십 년간 미국으로부터 경제봉쇄를 당하며 살아가고 그래서 굶주리게 됐고, 툭하면 군사적 공격의 위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삶의 방식과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북한의 문제라는 것은, 인내를 가지고 그 사회를 개방시켜야지만 해결이 가능한 것이다. 북한사회를 개방시키는 일은 자꾸 공격하고 비판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 〈송환〉 같은 다큐멘터리가 북한사회를 여는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그거야 뭐…."

- 〈송환2〉 제작소식이 들린다.
"부지런을 떨었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요즘 열심히 따라붙고 있다. 아직 송환되지 못한 사람들 가운데 김영식 씨의 얘기가 중심이 될 것이다. 근데 아마 난 이번 2편 작업은 직접 하지 않을 생각이다.(2006년1월6일자 영화 〈송환2〉 주인공 김영식씨 인터뷰 기사 참조) 1편에서 조연출을 맡았던 공은주 감독을 도와주는 선으로 물러날 생각이다."

- 김 감독은 뭐하고? 다른 계획이 있는 모양이다.
"음… 올해로 〈상계동 올림픽〉 만들기 위해 그 쪽 사람들 만난 지가 20년 됐다. 그래서 그 뒷얘기를 만들고 싶다. 뒷얘기? 〈상계동 뒷얘기〉? 그거 제목 나쁘지 않은데…."

- 김 감독을 보고 있으면 참 집념이 강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음…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나 같은 게으른 사람이 무슨 집념이 있을라고. 그냥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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