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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예술영화 보려면 명동으로 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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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예술영화 보려면 명동으로 오시오!

[뉴스 메이커]명동CQN 극장 운영맡은 황인옥 프리비전 대표

한때 황인옥 사장은 전설이었다. 보다 정확하게는 그가 운영했던 2개관짜리 극장 종로 코아아트홀이 전설이었다. 2004년 11월에 폐관되기 전까지 15년동안 운영됐던 코아아트홀은 국내 극장가의 예술영화 붐을 주도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희생〉, 왕자웨이의 〈중경삼림〉, 레오스 카락스의 〈나쁜 피〉,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등등을 만나려면 종로로 나가야 했다. 코아아트홀이 사라지면서 국내 영화문화의 한켠도 같이 접혔다. 황인옥 사장은 이후 영화마케팅 전문회사인 프리비전을 설립, 운영하면서 비상업예술영화의 보급을 위해 열정을 쏟아 왔다. 하지만 아무래도 과거에 비해서는 에너지가 많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황인옥 사장이 다시 한번 코아아트홀 때 이루지 못한 꿈을 펼칠 예정이다. 12일 개관된 명동CQN 극장의 운영을 위탁받게 된 것. CQN극장은 재일교포 영화사인 시네콰논이 개관한 영화관이다. (프레시안 2005년 11월5일자 '일본영화, 한국에 정중동 침공' 기사 참조.) 제2의 코아아트홀의 탄생은 가능한가, 작금의 국내 극장문화에서 비상업예술영화이 과연 생존가능한 일일 것인가. 황인옥 사장을 만났다.

- 멀티플렉스와는 다른, 새로운 개념의 영화관이 만들어졌다. 반가워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그럴 것이다. 요즘의 극장 환경에서는 '주제가 분명한 영화들', 흔히들 비상업영화라든가, 예술영화라든가, 독립영화라든가 하는 작품들을 만나기가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극장들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들이 간판을 내거는 영화들은 꼭꼭 숨어 있어서 머리카락이 잘 보이지를 않는다. 관객들은 보고싶어 하는데도 정작 그들에게 영화들이 잘 알려지지 않는다. 이건 홍보방식에 문제가 있어서다. 언제부턴가 이런 류의 영화들 홍보방식이 역시 거대자본이 하는 방식과 생각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건 길을 잘못가는 것이다.

-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봐라. 해당 극장이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아마도 최근에 파격적인 섹스장면이 나오는 영화들 몇 편이 개봉됐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이제 그런 영화들을 알릴 때, 심의가 몇 번 반려됐다느니 노 컷 버전이니 하는 얘기를 앞세우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등급위원회에서 재심의되는 영화치고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는 없다. 그리고 그런 방식은 멀티플렉스 급에서 개봉되는 영화에게나 적용할 법한 얘기다. 개성 있는 극장이라면 단순하고 정직한 마케팅을 해야 한다. 영화의 주제를 정확하게 알리고 예술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엄한 대중을 끌어 들이기 보다는 로열티가 강한 관객을 고집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CQN명동 같은 비상업예술 영화관이 향후 가져가야 할 생존방식이라고 본다.

- 당신이 말하는 '로열티가 강한 관객들'이 이런 극장에서 바라는 건 뭘까?
세심한 배려다. 그리고 그 배려는 좋은 영화를 지속적으로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 지적 수준이 높은 관객들, 오피니언 리더급 관객들을 겨냥한 영화들을 계속 이어 나가게끔 프로그래밍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야 고정 관객층을 확보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일반관객들까지 끌어 들일 수 있다.

- 지적 수준이 높은 관객들을 위한 영화란 어떤 영환가?
(웃음) 자칫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일반관객을 무시하는 얘기가 아니고 우리 같은 비상업예술 영화관이 지나치게 교육적으로, 딱딱하게, 마치 문화운동하듯이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다. 우리도 물론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해야 한다. 모든 영화는 존중돼야 할 가치가 있는 법이다. 다만 CQN명동 같은 극장은 주제가 강한 영화들을 골라 이를 주로 상영하는 쪽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로 예를 들어 얘기하자면 〈사이드웨이〉같은 영화를 한다고나 할까? 알고 보면 정말 재미있지만 몰라서 홀대 받는 영화들, 아마도 그런 영화들을 CQN명동에서 많이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 종로 코아아트홀 시절, 이루지 못한 꿈을 다시 시도하는 셈이다.
그때 극장 이름에 '코아(Core)'란 단어를 넣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 영화문화의 다양성 있는 발전을 위해서 극장이 코어 역할, 곧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목표를 이룰 뻔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코아아트홀은 없어졌고 새로 만든 시네코아는 원 오브 멀티플렉스로 변했다. 그때의 정신과 모토를 새로 개관된 CQN명동이 이어갈 것이다. 한국 영화문화, 특히 비상업예술영화의 코어 역할을 할 것이다.

- 자신있어 보인다.
자신있다. 노하우가 적지 않게 쌓여 있으니까. 3개월 정도면 이제 명동으로 영화를 보러 많이들 나오시게 될 것이다.

- 극장 수용능력은 어느 정돈가?
모두 다섯 개 관으로 돼있다. 총 540석 규모로 139석짜리 2개관, 89석짜리 3개관이다. 작은 극장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관람하게 되는 영화들은 결코 '작은' 영화들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명동에서 자주 뵙기를 기대한다.

사진 :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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