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매트 체코프스키, 커트 마틸라 | 출연 스티브 쿠간, 레베타 로민 스타모스 | 수입ㆍ배급 미디어라인 코리아 |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90분 | 2005년
누군가 알리바이를 만들어준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영화 〈알리바이〉 속 인물들은 대부분 배우자 몰래 바람을 피우기 위해서 알리바이를 조작한다. 〈알리바이〉는 남의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관리해주던 주인공이 자신을 위해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개과천선한 희대의 사기꾼 레이 엘리엇(스티브 쿠간)은 '개인 리스크 관리' 회사를 차려 바쁜 날들을 보낸다. 그러나 알고 보면 레이가 운영하는 '개인 리스크 관리' 회사라는 것은 배우자 몰래 바람을 피웠을 때 들키지 않게 알리바이를 조작해주는 알리바이 컨설팅 회사였던 것. 바람을 피우더라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알리바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레이는 돈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조작해준 고객의 알리바이가 완벽하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낀다.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싶어하는 고객은 넘쳐나는데다, 뛰어난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롤라 데이비스(레베카 로민 스타모스)가 입사하면서 사업은 날로 번창해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주요 고객의 의뢰를 받아 자신과 의뢰인의 신분을 바꾸고 알리바이를 만들던 중, 이 의뢰인이 살인을 저지르게 되면서 레이는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바뀐 신분으로 인해 의뢰인의 알리바이는 입증되게 되지만, 자신의 알리바이가 없어져 버리게 된 것. 살인 누명을 뒤집어쓰게 된 레이는 타고난 순발력과 비상한 두뇌를 이용 자신의 알리바이를 새롭게 조작하기 위해 생애 최고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뛰어난 미모를 겸비한 롤라, 레이의 동업자 잭을 잡으려는 살인청부업자 보스, 레이를 유혹하는 보스의 세 번째 아내, 레이를 살인자로 알고 확증을 잡으려는 경찰관 등 여러 인물들이 레이의 주변을 맴돈다. 레이는 자신이 아는 사람들 모두를 자신이 살인 누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획에 끌어들인다. 영화의 마지막, 이들 모두가 모여 있는 엘로이 호텔에서는 서로 다른 층, 다른 객실에서 각각 사고가 벌어진다. 그런데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사고들이 묘하게 얽혀 있게 되는 것이다.
〈알리바이〉의 재미는 사건의 전개과정에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캐릭터에서 찾아진다. 레이와 롤라 역을 맡은 스티브 쿠간과 레베카 로민 스타모스 외에도 셀마 블레어, 존 레귀자모, 제리 오코넬 등 주연급 조연들이 감초처럼 등장해 개성 있는 연기로 영화에 재미와 활기를 불어넣는다. 주인공 레이 역을 맡은 스티브 쿠간은 실제로 알리바이 조작을 맡기고 싶을 만큼 레이 역을 맛깔스럽게 소화해낸다. 다만 〈엑스맨〉에서 변신의 귀재 미스틱 역을 멋지게 연기했던 레베카 로민 스타모스는 연기력보다는 전작처럼 섹시한 매력이 더 돋보이는 게 사실이다.
〈알리바이〉는 다양한 인물이 복잡하게 얽힌 구조와 추리 기법을 활용한 스피디한 전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나 여느 스릴러영화처럼 미간에 주름이 잡으며 두뇌 회전을 시켜야할 만큼 논리적 사고능력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계속되는 우연이 사건을 만들고 역시 또 우연하게 사건이 해결되는 식의 해프닝적인 요소가 강하다. 여기에는 당연히 코믹한 설정이 더해지면서 영화는 유쾌한 범죄 스릴러영화로 달려간다. 영화는 "남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외도를 하고, 여자 열 명 중 한 명이 외도를 한다"는 문구로 시작했다가 "남자 다섯 명 중 네 명이나 외도를 하지 않으며, 여자 열 명 중 아홉 명이 가정에 충실하다"는 자막으로 끝을 낸다. 세상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자. 〈알리바이〉가 전하려는 메시지이다. 진부하지만 한편으로 유쾌한 느낌을 주는 건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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