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박경희, 류승완, 정지우, 장진, 김동원 | 출연 온주완, 류승용, 서정희, 정은혜 | 제작 국가인권위원회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시간 112분 | 2005년
두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 〈다섯 개의 시선〉이 완성됐다. 〈다섯 개의 시선〉은 박경희, 류승완, 정지우, 장진, 김동원 등 다섯 명의 감독이 각각 국가인권위원회법 상의 19개 차별 사유 중에서 소재를 자유롭게 선택, 제작한 장편 옴니버스 영화다. 장애인, 성, 학력, 인종,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 등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인권 문제들과 탈북자, 조선족 문제 등 분단민족 문제에서 파생된 인권 문제들에 대한 다섯 감독들의 날카로운 문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들 감독들의 개성 있는 연출 스타일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박경희 감독의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는 박경희 감독이 취재한 실제 다운증후군 소녀의 일상을 영화로 만든 작품. 소녀의 일상을 바라보는 박경희 감독의 시선은 담담하고 차분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무조건적인 차별의 현장은 폐부를 깊숙이 찌른다. 아픈 자들이여 반성하라.
류승완 감독의 〈남자니까 아시잖아요?〉는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 우식(김수현)과 세 명의 친구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여성에 대한 비하, 그리고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무의식적인 적대감 등 인권 문제의 다양한 양상을 까발린다. 류승완 감독 특유의 재치가 넘친다.
정지우 감독의 〈배낭을 멘 소년〉은 탈북자 소녀 진선(이진선)과 소년 현이(오태경)의 외롭고 쓸쓸한 남한살이와 둘 사이의 힘겨운 우정을 애잔한 느낌의 흑백 화면에 담아낸 작품이다.
장진 감독의 〈고마운 사람〉은 학생 운동을 하다가 붙잡힌 윤경신(이지용)과 그를 고문하는 수사관 김주중(류승용)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 어느 순간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는 관계로 변하는 모습을 고문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의미있게 펼쳐보인다.
다큐멘터리 작가 김동원의 〈종로, 겨울〉은 지난 2003년 12월 9일 새벽 서울 혜화동 거리에서 동사한 중국 동포 김원섭 씨의 행적을 더듬으며, 차별로 고통 받는 조선족의 우울한 삶을 조용히 응시한다. 추방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밀린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거리에서 추위와 배고픔으로 동사하고 만 김원섭 씨야말로 우리 사회 최고로 어두운 그림자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는 작품.
〈다섯 개의 시선〉은 첫 번째 프로젝트였던 2003년 작 〈여섯 개의 시선〉보다 한 명이 적은 다섯 명의 감독이 참여했지만, 주제나 연출 방식은 훨씬 영화적으로 세련되어졌다는 느낌을 준다. 다섯 명의 개성 강한 감독들은 인권이라는 큰 범주에서 자신의 성향에 맞는 주제를 선택하고 그 주제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녹여내는데 성공했다.
"차별 받는 사람을 불쌍한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차별하는 상황들을 스스로 인식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한번쯤 돌아보게끔 하고 싶었다"는 김동원 감독의 말처럼 인권이라는 추상적인 문제를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묘사하되 영화적 장치가 주는 묘미의 간극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이 영화를 충분히 음미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이번 두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가 극장에 걸리기도 전에 새롭게 진행중인 세 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에 벌써부터 기대와 찬사가 모아지는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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