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영화가 만들어 낸 역사적 파장과는 달리 이번 주 국내에서 조용히 개봉되는 〈인사이드 딥 스로트〉가 영화문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인사이드 딥 스로트〉는 1970년대 만들어진 미국의 전설적인 포르노그라피 〈목구멍 깊숙이〉에 대한 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이 영화가 마니아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일단 전설적인 포르노 영화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큐멘터리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일부 섹스 장면이 여과 없이 그대로 상영된다는 점이 관심의 초점을 모아왔다. 영화 속에는 원본 〈목구멍 깊숙이〉의 구강성교 장면 등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인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성기가 직접적으로 노출되거나 삽입되는 장면은 허용하지 않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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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딥 스로트〉 少史
1972년은 미국 역사상 가장 쇼킹한 정치 스캔들인 '워터게이트 호텔 도청사건'이 있었던 해다. 익명의 제보자가 두 명의 기자에게 제공한 정보를 통해 만천하에 공개된 이 사건은 과연 내부인으로 알려진 익명의 제보자가 누구인가에 관심이 집중됐다. 1972년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뉴욕의 한 극장에서는 〈목구멍 깊숙이, Deep Throat〉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이 작품은 쇼킹하게도 목구멍에 성감대를 지닌 여인이 구강성교에 탐닉한다는 내용. 남성과 여성의 성기가 직접 노출되고 실제 정사가 벌어지는 '포르노 영화'였던 것이다. 포르노 영화가 극장에서 공식 상영된 것은 당시 미국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쇼킹한 영화의 제목은 워터게이트 사건의 '익명의 제보자'를 가리키는 말로 적당했다. 결국 'Deep Throat'는 '더러운 영화'가 '더러운 정치'와 어깨동무를 하는 전대미문의 유행어가 됐고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영화 자체와 익명의 제보자 모두 더욱 유명해졌다. 1975년엔 일본에서 다구치 구미 주연의 〈도쿄 딥 스로트, Tokyo Deep Throat〉가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원본의 주인공인 린다 러브레이스 주연의 〈딥 스로트 2〉 역시 등장하기도 했다. 그 뒤 이 제목을 차용하거나 패러디한 영화만 300여 편에 이를 정도. 영화가 만들어진 지 30년 동안 〈목구멍 깊숙이〉가 벌어들인 수입은 전 세계적으로 6억 달러에 이른다. 현재 커트니 러브 주연으로 린다 러브레이스의 생애를 다룬 영화가 제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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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이상 관람가' 관람등급은 매우 이례적인 일**
실제로 이 영화가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은 '놀랍고도 이례적인 일'로 꼽히고 있다. 1976년 만들어져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영화 〈감각의 제국〉은 지난 2000년 24년 만에 국내에 소개됐지만 성기 노출 장면 등 5분 가량이 삭제된 이후에야 극장 간판을 걸 수 있었고 최근 오시마 나기사 회고전에서야 제 모습을 찾아 개봉될 수 있었다. 프랑스의 카트린 브레이야 감독의 〈로망스〉 역시 리얼 섹스 장면이 화제가 됐던 영화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수입 추천 불가와 제한상영가 등의 혼선을 거듭하다 일부 장면을 암전 처리하고 나서야 간신히 개봉됐다.
이같은 사례는 최근 들어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무라카미 류 감독의 〈도쿄 데카당스〉는 두 번의 수입추천 반려와 제한상영가 판정 끝에 역시 삭제된 필름이 상영됐고 차이밍량 감독의 〈흔들리는 구름〉 역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아 2분 36초 정도의 장면을 자진 삭제한 후에야 간신히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얻어냈다. 현재 지난 2005년 칸 영화제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천국의 전쟁〉은 구강성교 장면으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자 감독인 카를로스 레이가디스 감독이 직접 자신의 작품에 대한 변호와 해명이 담긴 편지를 영상물등급위원들에게 보냈으나 아직도 삭제냐 아니면 개봉 포기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볼 때 〈인사이드 딥 스로트〉가 개봉된다는 것은, 그것도 무삭제로 개봉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제 국내 극장가에서 '포르노그래피'를 만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남녀의 성교 장면이 노출되는 영화라면무조건 금지해버리는 관성으로부터 조심스럽게 탈피할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무삭제 개봉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다.
***상업적인 성공 여부는 불확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그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지금껏 수입 추천과 제한 상영가, 삭제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보도자료를 쏟아내고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들의 흥행 결과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사이드 딥 스로트〉와 비교될만한 다큐멘터리 〈섹스: 애나벨 청 스토리〉는 10시간 동안 300명의 남자와 성관계를 갖는 포르노배우 애나벨 청에 대한 영화였다. 역시 제한상영가 파동을 불러일으키며 화제를 모았지만 서울 개봉관에서 불러들인 관객의 수는 고작 1만8604명에 불과했다. 카트린 브레이야의 〈로망스〉는 7459명만이 관람했으며 집단 난교 장면으로 말썽 끝에 개봉된 덴마크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백치들〉 역시 고작 2704명만이 관람했을 뿐이다. 정사 장면보다는 마약 복용 장면 때문에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진 〈도쿄 데카당스〉 역시 전국에서 896명만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하드코어 포르노'로 소문이 나더라도 그 상업적인 성과와의 관계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들 영화들이 포르노그래피의 혐의점은 지니고 있지만 결코 포르노가 아니기 때문이다. 포르노그래피의 혐의를 지닌 예술영화 혹은 기록영화라는 점이 흥행전선에서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 관객들이 극장에서 섹스 영화를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그같은 결과에 한몫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언론의 과장된 반응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렇게 포르노 혹은 포르노급 영화들이 한국 극장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이를 전면개방의 수준으로 개방하더라도 큰 사회적 파장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낳게 한다.
〈인사이드 딥 스로트〉는 국내 영화문화의 새로운 바로미터가 될 것인가. 영화계가 이 다큐멘터리의 개봉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대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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