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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싸움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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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싸움의 기술

감독 신한솔 | 출연 백윤식, 재희, 최여진 | 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 | 배급 CJ |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95분 | 2005년

진학을 위한 공부에 큰 뜻이 없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실업계 고등학교로 전학 온 병태는 불량학생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어린 시절부터 동년배들에게 맞기만 하면서 자란 병태는 싸움을 잘하고 싶어 하지만 특공무술을 배우거나 격투 교본들을 읽어봐도 실전에서는 하등 소용이 없다. 그런 병태에게 '숨은 고수'로 불리는 판수가 나타난다. 판수가 에밀리아넨코 효도르를 방불케 하는 전광석화와 같은 단 한방의 펀치로 건달을 제압하는 장면을 목격한 병태는 판수에게 달라붙어 '싸움의 기술'을 전수해 달라고 조른다.

영화 〈싸움의 기술〉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다. 플롯만 봐도 어렵지 않게 무협영화의 장르적 설정을 떠올릴 수 있고, 백윤식은 또 얼마나 엉뚱한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보를 터뜨릴지 기대되며, '실용 싸움 강좌'라는 상업적으로 휘발성이 강한 소재가 들어있는데다가,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패배자가 결국 노력 끝에 승리자가 되는 플롯'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등등을 생각하면 이 영화의 원안을 처음 받아봤을 때 제작자가 느꼈을 '희망'과 '흥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1시간 35분짜리 장편영화로 완성된 모습은 제작자가 희망했던 바로 그 모습 그대로는 아니었을 듯 싶다. 시나리오에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보였을 장면들이 커트의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다소 완만하게 구현됐고 러닝타임 안배를 제대로 하지 못해 잘려나간 인물들의 자취가 여러 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신인감독들이 흔히 하는 실수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진 작품으로 완성된 셈이다. 쓰러져가는 드라마를 일으켜 세우는 일은 오로지 대배우의 연기력을 지닌 백윤식의 몫이었다. 또 극의 흐름과는 그리 관계 없이 때때로 끼어드는 영화 속 건달들의 독백 대사가 도움을 준 정도.

모호한 주제의식 역시 아쉽다. 학교 폭력에 맞서는 민병대 풍 자위정신으로 무장한 영화도 아니고 자신의 몸은 자신의 주먹으로 지키겠다는 명료하고 현실적인 주제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공포에 맞서라'는 〈배트맨〉이나 〈맹룡과강〉에 나올법한 주제의식을 좀더 강조하는 편이 좋았을 듯 싶다. 무협의 틀을 지니고 학원물의 문제의식을 건드리는데 성공했던 〈말죽거리 잔혹사〉가 벌써 2년 전에 개봉됐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싸움의 기술〉이 주제의식을 밀고 나가는 힘은 아쉬움을 남긴다. 리얼 액션, 선명한 주제의식, 장르의 구현, 이 세가지 중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결핍이 과잉의 느낌으로 남은 영화, 오로지 몇몇 배우들의 연기만이 관객의 마음 속에 남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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