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로 인한 정국 경색이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20일째 국회를 등진 한나라당은 "여당이 풀어야 한다"며 사태해결의 공을 열린우리당에 넘겼지만, 정작 열린우리당은 개각과 당권경쟁 등 내부 문제로 야당을 돌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가 끝나는 2월 중순 이후에야 양당 관계의 진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생은 대선 때, 지금은 국민을 위해 반대"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3일 "이번 사학법 투쟁은 확실한 신념을 갖고 하는 일이고 끝까지 해 나가겠다"며 사학법 투쟁에 관한 굳은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박 대표는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잘못된 이념으로 잘못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투표권이 생기면 잘못된 정권을 내게 된다"며 "그러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카 얘기에는 곧잘 웃다가도 사학법의 '사'자만 나오면 강해지는 박 대표의 어조는 장외투쟁을 시작하던 날과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사학법 반대 논리는 구체화됐고 여권을 향한 비난 수위는 높아졌다.
박 대표는 '정쟁에 골몰하느라 민생을 챙기지 않는다'는 비난에는 "야당이 비전을 내도 어차피 안 될 것이란 생각에 언론도 관심이 없더라"며 "정권을 잡게 되면 국민이 관심을 가질 것이니 대선 때 비전을 보이겠다"고 방어했다.
박 대표는 오히려 "야당은 영어로 'opposition party', 즉 반대하는 당"이라며 "국민을 위해 반대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사태 해법'과 관련해서는 "이번 일의 빌미는 그 쪽(열린우리당)에서 제공했는데 거기서 노력해야지 우리가 어떻게 하겠냐"며 여당에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길어진 장외투쟁, '여론 이목 끌기'가 최대 고민 **
이처럼 박 대표의 의지는 해가 바뀌어도 '끄떡없는' 만큼, 여야간의 평행선 대치는 예상보다 더 장기화될 전망이다.
박 대표는 투쟁의 기한을 두지 않고 "지킬 것은 끝까지 지킨다"고만 했다. 그 '끝'을 알 수 없으니 당에서도 주 1회 각 지방을 순회하는 장외투쟁 일정을 한달치 이상 잡아둔 상태다. 연말까지 '등원'을 주장하던 소장파들의 목소리도 예산안이 통과되자 맥없이 사그라들었다.
당 내에서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예정된 2월 중순께를 '분기점'으로 잡는 분위기다. 대권주자가 여당의 당권을 잡으면 제일 먼저 국회 정상화부터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에서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대권주자가 원내 경색부터 못 풀면 자기 상처 아니냐"고 말해 은근한 기대를 나타냈다.
이달 중으로 각 당 원내대표 경선이 있는 만큼 새 원내대표 간 대화에서 타결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책임있는 대응'이 사학법 재개정 수준인 만큼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장외투쟁이 장기화 수순을 밟아가자 한나라당의 최대 고민은 사태 해결보다는 어떻게 여론의 주목을 받느냐에 맞춰진 듯 하다. "국민을 보며 하는 투쟁"이 여론의 관심사에서는 멀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권주자들의 복귀로 열린우리당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자, 한나라당 내에서는 '전원 의원직 사퇴', '박 대표의 단식' 등 초강수를 둬서라도 여론의 이목을 끌어와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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